‘中수요 늘어날 것’…투자자들 베팅에 구리·아연 급등

"경기 침체 없다…산업금속 수요 늘어날 것"
투자가들 선베팅에 구리·아연 등 산업금속 ↑
잡히지 않는 물가도 영향…"인플레 헷지용"

베트남의 한 건설현장 모습/EPA연합뉴스

구리와 아연 등 산업용 금속에 대한 투자자들의 베팅이 늘어나며 가격 오름세가 글로벌 증시 상승세를 앞질렀다. 투자자들은 중국의 제조업 부활과 더불어 산업금속에 대한 글로벌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지금 재고 증가로 금속 채굴업체들이 생산을 제한하고 있는 것도 산업금속 값의 상승을 기대하게 만드는 요소다.


11일(이하 현지 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런던금속거래소에서 구리·아연·납·주석·알루미늄·니켈 등 6개 산업용 금속의 가격을 추종하는 지수는 올 들어 8% 상승해 MSCI(모건스탠리캐피탈인터내셔널)의 ACWI(All Country World Index·전세계주식지수) 상승률인 6.3%를 뛰어넘었다. 구리 가격은 올 들어서만 10% 가까이 상승해 9일 톤당 9523달러를 기록하며 15개월 내 최고치를 기록했다. 아연 가격 역시 11일 톤당 2756달러에 거래되며 2023년 4월 이후 최고치를 찍었다. 주석, 알루미늄, 납도 이번 주 모두 수개월 내 가장 높은 수준의 가격을 보였다.


FT는 인플레이션 억제를 위해 글로벌 고금리 기조가 장기화하더라도 경기 침체는 나타나지 않을 것이라는 투자자들의 확신 속에 산업용 금속이 이달 들어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지난 3월 말 발표된 중국 제조업 구매자관리지수(PMI)가 가격 오름세에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중국 제조업 PMI는 50.8을 기록해 6개월 만에 50선을 넘어섰다. 중국에 대한 수요 확장 기대가 크지만 다른 나라들에서도 최악의 상황은 지나갔다는 평가다. 덴마크 투자은행 삭소방크(Saxo Bank)의 상품전략책임자인 올레 한센은 “미국과 유럽의 건설 부문에서 최악의 상황은 지나간 것 같다”고 말했다.



구리 근월물 선물 가격 추이. 2월까지 8500달러 선에 머물던 톤당 가격은 최근 9500달러를 넘어섰다. /인베스팅닷컴

또 FT는 채굴업체의 생산 차질에 따른 공급 제한이 산업 금속의 가격을 끌어올릴 것으로 내다보는 투자가가 많다고 전했다. 실제 지난 3월 전 세계 구리 공급량의 절반 이상을 책임지는 중국 구리 제련업체들은 공동 감산에 잠정합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모건스탠리는 올해 구리 채굴 생산량이 0.7%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으며 맥쿼리는 아연의 생산량이 0.4%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는 구리의 공급 부족과 수요 증가를 예상하며 구리와 알루미늄 가격이 2026년까지 각각 톤당 1만 2000달러와 3250달러까지 오를 것으로 관측했다. BofA의 상품 전략가 마이클 위드머는 “광산 프로젝트의 부족이 구리 (부족) 문제를 낳을 것”이라며 “친환경 기술에 대한 투자와 세계 경제의 반등이 가격을 더 끌어올릴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목표치까지 떨어지고 있지 않은 인플레이션에 대비하기 위해 원자재에 대한 투자가 더 늘어날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다. 픽셋 자산운용의 다중자산 전략 공동책임자인 샤니엘 람지는 “투자자들이 인플레이션 헤지 수단으로 원자재, 특히 산업재에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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