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에 대한 보복 공격을 예고한 이란이 13일(현지시간) 호르무즈 해협에서 이스라엘 연관성을 이유로 선박 한 척을 나포했다. 이스라엘은 이란이 중동지역 분쟁 확대의 책임을 져야 한다고 비난했다. 양국 간 충돌로 국제 원유 운송로인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될 경우 원유 공급에도 차질이 빚어질 수 있는 상황이다.
이란 국영 IRNA 통신은 이날 "혁명수비대(IRGC)가 시온주의자 정권(이스라엘)에 연관된 선박을 나포했다"며 이 배가 이란 영해로 이동 중이라고 보도했다. IRNA는 "해군 세파 특수부대(SNSF) 소속 해병대원들이 호르무즈 해협 인근 해상에서 'MSC(지중해 해운) 에리즈' 컨테이너선 갑판에 오르는 작전을 통해 선박을 나포했다"며 "포르투갈 국적의 이 배는 에얄 오페르라는 시온주의 거물이 소유한 기업 '조디액'이 운영한다"고 설명했다. 조디액해운은 이스라엘 재벌 에얄 오페르가 소유한 조디액그룹의 계열사로 영국 런던에 본사를 두고 있다.
이스라엘군 수석대변인 다니엘 하가리 소장은 이란 발표 직후 성명을 통해 "이란은 상황을 더 확대하기로 결정한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하기리 소장은 이어 "이스라엘은 높은 경계 태세를 갖추고 있고, 이란의 추가 공격에 대한 대비를 강화했다"며 "군은 모든 시나리오에 대비하고 있으며, 동맹국과 함께 이스라엘 국민 보호에 필요한 조처에 나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스라엘 카츠 이스라엘 외무장관은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IRGC가 유럽연합(EU) 소유의 포르투갈 민간 화물선을 나포했다"며 "EU와 자유 진영이 즉각 IRGC를 테러 조직으로 규정하고 이란을 제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를 가리켜 "하마스 범죄를 지원하는 범죄 정권이 국제법을 위반하며 해적 활동을 펼치고 있다"고 비난했다.
MSC는 성명에서 "해당 선박의 승선원이 25명"이라며 "승선원의 안전과 선박의 무사 귀환을 위해 관련 당국과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영국 해군 해사무역기구(UKMTO)는 향후 유사 나포 사례가 발생할 수 있다고 보고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선박들에 주의를 당부했다. 지난 1일 이스라엘군이 시리아 주재 이란 영사관을 공격한 데 대한 보복을 공언해온 이란은 지난 9일 "우리는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할 수 있지만 그렇게 하지 않는다"면서도 "적이 우리를 방해한다면 우리는 정책을 재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다.
국제사회에서는 이란과 이스라엘 사이 무력 충돌이 벌어질 경우 국제 원유 주요 운송로인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런 위기가 반영돼 전날 6월 인도분 브렌트유 선물 가격이 배럴당 92달러선까지 치솟는 등 국제유가가 요동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