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ESG로 무장한 스타트업, 외대 네트워크 타고 세계로”

■ 이윤석 한국외대 캠퍼스타운사업단장
사업 6년차, 문화상점 인프라·독립출판사 지원 등 성과
해외 14만 동문 네트워크 활용 스타트업 해외 진출 지원
지역사회 협력 강화…서울·글로벌캠 창업 붐 확산 힘쓸 것

서울 캠퍼스타운사업은 청년에게 창업 기회와 일자리를 제공하고 대학과 지역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해 시작한 프로젝트다. 2017년부터 서울시와 각 대학, 지역사회의 협력을 통해 추진된 이 사업에는 지난해 말 기준 39개 대학이 참여했고, 2377개의 창업기업 또는 팀이 육성됐다.


한국외국어대는 2019년부터 캠퍼스타운사업에 참여하며 지역사회와 창업 생태계에 긍정적인 에너지를 확산하는데 기여하고 있다. 그 중심에는 한국외대 캠퍼스타운사업단장을 맡고 있는 이윤석(58) 한국외대 산학연계부총장이 있다. 이 단장은 지난 3일 경기 용인시 한국외대 글로벌캠퍼스 집무실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캠퍼스타운사업은 대학을 배경으로 창업 생태계를 조성하고 지역사회 활성화에 기여한다는 점에서 매우 좋은 사업”이라며 “창업 기업의 글로벌 시장 진출 지원과 지역사회 네트워크 강화 등 모범 사례를 만들어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래는 일문일답.



이윤석 한국외대 캠퍼스타운사업단장이 인터뷰를 하고 있다. 박창규 기자

-단장으로 부임한지 2개월이 지났다. 사업을 파악하며 든 인상은


“대학은 기존 관습에서 변해야 한다. ‘학문의 상아탑’에서 벗어나 지역사회에 뭔가를 제공하고 연대해야 한다고 본다. 그런 의미에서 서울시 캠퍼스타운사업의 취지가 참 좋다고 봤다. 청년에게 창업에 도전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일자리 창출을 촉진하거나 지역 정주 여건을 개선하는 등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한다는 점에서 대학이 상생 발전의 구심점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사업을 통해 젊은이들이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도록 제도, 문화적으로 지원한다는 점에서 보람을 느낀다.”



-한국외대가 캠퍼스타운사업에 참여한지 올해로 6년째다. 그동안의 성과는


“우리는 지역사회와 함께 성장하며 창업 생태계 안에서 지속 가능한 발전을 추구해왔다. 예컨대, 구내서점을 리모델링한 문화상점 ‘이문일공칠’을 열어 지역주민들이 새로운 문화를 경험하도록 돕고, 지역 문화 인프라를 확장하는데 기여했다. 교내외에 조성한 2곳의 창업공간은 입주기업들이 안정적으로 활동하는데 도움을 주고 있다. 우수 독립출판사를 발굴해 지원하는 독립출판 프로젝트도 6년째 지속되고 있다.”



-다른 대학과 차별화되는 한국외대만의 특징은


“독립출판 프로젝트는 우리만의 차별화된 프로그램이다. 출판 업계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려는 창업자들에게 교육부터 도서 제작비, 판매 등을 지원하는데 창업자들은 출판 산업 안에서 지속가능한 성장을 도모할 수 있다. ‘이문으로 세계로’라는 프로그램도 있다. 외대에서는 ‘세계가 우리의 캠퍼스’라는 말을 종종 하는데 약 14만 명이 해외 각지에서 활약하고 있고 동문 네트워크도 대단히 끈끈하다. 이 글로벌 네트워크를 통해 해외 진출을 희망하는 기업에 지역별 전문가 멘토링을 제공하는 등 창업 기업의 해외 진출을 지원한다.”



구내서점을 리모델링한 ‘이문일공칠’에서 창업 인큐베이팅 프로그램이 열리고 있다. 한국외대 캠퍼스타운사업단 제공

-지난 6년간 창업 트렌드에도 변화가 있을 듯하다.


“초기에는 교육이나 콘텐츠 제작, 서비스 제공 등의 창업이 주를 이뤘다. 이는 어학이 강점인 한국외대의 특성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하지만 최근 기술 기반 스타트업이 급증했다. 푸드테크, 뷰티, 라이프스타일 커머스 등 다양한 분야에서 디지털 혁신과 기술 접목을 통한 새로운 사업 모델이 등장하고 있다. 디지털 기술과 인공지능(AI)을 활용한 혁신적 서비스를 개발하거나 해외 시장 진출이 목표인 스타트업도 증가세다.”



-트렌드 변화와 맞물려 사업 운영 방식에도 변화를 줬는지


“2022년부터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목표를 새롭게 설정했다. 세계적 추세와 사회적 책임에 부합하기 위해서다. 이에 따라 기술이나 F&B(식음료), 그리고 더 다양한 스펙트럼을 지닌 입주기업을 지원하는 방향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했다.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해 국내 스타트업의 해외 진출을 지원하는 컨설팅 및 역량 강화 프로그램도 신설했다. 서울시립대, 경희대 등 동대문구 이웃대학과의 협력을 통해 창업동아리 통합 교육 및 특강, 교류회를 여는 등 지역 대학과의 교류 활성화에도 힘 쏟기 시작했다.“



한국외대 캠퍼스타운사업단의 주요 프로그램 중 하나인 혁신 스타트업 기업탐방. 한국외대 캠퍼스사업단 제공

-올해 신규 입주 기업들을 소개해 달라.


“‘푸드나비’는 외식사업에 인공지능을 활용한 사업모델을 갖고 있다. 나만의 레시피로 만든 HMR(가정간편식)를 고객에게 판매하려는 인플루언서 등을 제조업체와 효과적으로 연결해주고 검증하는 플랫폼을 운영한다. ‘월터유니온’은 베트남에 진출했거나 진출하려는 중소기업 임직원을 대상으로 1대 1 화상 언어 교육 서비스를 제공한다. 걷기를 장려하고 건강한 생활 습관을 유도하는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한 ‘찰리’도 주목할 만하다.”



-캠퍼스타운사업이라는 명칭에서 보듯 지역사회와의 협력도 중요한데, 어떤 활동을 해왔나.


“우선 청량리 종합시장과 협업해 상품 홍보와 판매를 지원하는 프로젝트를 펼쳐왔다. 동대문구 학생이나 주민을 대상으로 라이브커머스 교육 프로그램도 진행했다. 전통시장 상점 메뉴판을 영어와 일본어, 중국어, 베트남어로 번역하고 외국인 관광객을 맞이하기 쉽도록 다국어 회화집도 제작해 배포했다. 동대문구 및 시립대, 경희대와 함께한 청년주간행사에는 동대문구 청년들을 위한 창업토크쇼, 취미 특강, 콘서트 등에 1000여 명이 참여하는 등 큰 호응을 얻었다.”



-창업 문화 확산을 위한 학교 차원의 계획이 있나.


“이제는 학생들의 창업 준비 교육을 강화하려 한다. 창업을 실제로 경험해볼 수 있는 프로젝트 기반 과정을 개설한다든지. 사업자등록증을 만들고 사업을 전개하는 식으로. 물론 창업은 신중해야 하지만 어렵다고 지레 겁을 먹을 필요는 없다는 사실을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서울캠퍼스와 글로벌캠퍼스 각각의 특징을 반영한 프로그램도 구상하고 있나


“캠퍼스타운사업은 서울캠퍼스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글로벌캠퍼스에는 기술 창업을 원하는 이공계 학생들도 있다. 양 캠퍼스 학생들이 섞여 팀을 구성하는 등의 시도를 통해 더 좋은 사업 아이템을 발굴할 수 있다고 본다. 이는 양 캠퍼스 모두에 창업 붐을 확산시키는 데도 도움을 줄 것이다.”



한국외대 캠퍼스타운은 입주기업의 사업 아이템 및 서비스를 알리기 위한 간행물을 제작해 배포하고 있다. 사진은 잡지 ‘스타트업 매거진’ 표지. 한국외대 캠퍼스타운사업단 제공

-학생들에게 창업을 가르치면서 강조하는 점이 있다면


“머리보다 몸이 움직여야 한다고 자주 강조한다. 학문에서는 머리 좋은 사람이 필요하지만 사업을 할 때는 팀워크를 잘 이뤄야 한다. 따라서 사람과의 소통이 매우 중요하다고 당부한다. 대화를 많이 하며 관계를 형성하기 위해 많이 움직일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질문도 중요하다. 예단하거나 속단하면 오해와 단절이 생긴다. 회의록을 보자. 나중에 읽어보면 내가 한 말과 다른 얘기로 정리됐을 때가 있다. 무슨 말인지 해석이 안 되기도 한다. 이럴 땐 꼭 확인을 해야 한다. 혼자 해석하고 일을 진행하면 엉뚱한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다.”



-캠퍼스타운사업의 올해 주요 목표는


“올해는 창업 기업들이 해외 시장 안착을 지원하는 인프라와 역량을 더욱 강화하려 한다. 글로벌 시장 진출에 필요한 투자 유치와 해외 무역 전문가 육성, 창업가 교육 프로그램 등을 적극 기획하고 운영할 계획이다. 지속 가능한 창업 생태계 구축과 사회적 가치 창출 기여를 위한 ‘ESG 데이터 기반 캠퍼스’ 조성도 힘 쏟겠다. 지역사회와의 협력을 강화해 지역 내 창업 문화 활성화에도 기여하겠다.”



이윤석 한국외대 캠퍼스사업단장은 동 대학 산학연계부총장을 겸직하고 있다. 박창규 기자


-캠퍼스타운사업 단장으로서 강조하고 싶은 점이 있다면


“변화하는 사회의 흐름에 맞춰 대학이 창업이라는 키워드에 관심을 갖고 이를 확산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는 점이 점점 분명해지고 있다. 하지만 ‘지원’은 영원히 지속될 수 없는 만큼 자생이 가능한 생태계가 만들어져야 한다. 지자체와 대학의 지원을 마중물 삼아 선순환 구조를 만들고, 지속 가능한 생태계가 조성되도록 힘을 쏟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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