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통사 경쟁 유도에도…마케팅비 안푼다

올해 마케팅비도 제자리 전망
정부 지원금 확대 압박 안 먹혀
통신사 “성장 둔화로 여력 없어”
수익성 지표 ARPU 일제히 감소
단통법 폐지는 ‘야당 협조’ 변수↑



정부가 올해 통신시장 경쟁을 활성화하기 위해 이동통신 3사를 압박하고 있지만 정책 효과는 미미할 전망이다. 정부의 압박에도 3사가 경쟁 비용을 늘리지 않고 있고 이 같은 추세가 단말기유통법(단통법) 폐지 효과가 반영될 연말까지도 유지될 것으로 분석된다.



번호이동 전환지원금 제도 시행 첫날인 지난달 14일 서울 시내의 한 스마트폰 판매점. 연합뉴스

14일 대신증권 등 증권사 보고서에 따르면 SK텔레콤(017670), KT(030200), LG유플러스(032640)는 올해 1분기 마케팅비로 각각 7700억 원, 6700억 원, 5200억 원 등 합산 1조 9600억 원을 썼을 것으로 추산된다. 전 분기와 비교하면 SK텔레콤는 2%, LG유플러스는 3% 줄고 KT만 4% 늘었다. 3사 합산으로는 1% 이내의 소폭 감소가 예상된다. 매출 대비 마케팅비의 비중은 3사 모두 2018년 5세대 이동통신(5G) 도입 이후 평균치를 밑돈다.


지난달 시행된 번호이동 전환지원금 제도를 포함한 단통법 폐지 효과가 올해 본격적으로 반영될 전망이지만 연간 기준 3사 마케팅비는 거의 제자리에 머물 것으로 예측된다. 저가 5G 요금 신설에 따른 요금제 경쟁도 나타나지 않는 모습이다. 대신증권이 추산한 연간 마케팅비는 3사 각각 약 3조 1000억 원, 2조 6000억 원, 2조 2000억 원으로 합산 7조 9000억 원이다. 지난해 7조 7533억 원보다 2% 이내의 소폭 증가에 그치는 수준이다. 현재 전환지원금 규모는 월 12만~13만 원의 최고 요금제를 써도 구형 스마트폰만 30만 원 남짓이며 인기 신제품 ‘갤럭시S24’는 8만 원에 그친다.


마케팅비는 단말기 지원금 등 3사가 가입자 유치를 위해 쓰는 돈이 대부분인 만큼 이 비용이 많을수록 통신시장 경쟁이 활발하다고 해석할 수 있다. 정부가 지난해부터 3사 대표들을 수차례 호출하면서 지원금과 요금제 개선을 압박하고 경쟁 활성화를 꾀했지만 여전히 유의미한 지표 변화는 없는 상황이다. 증권사들은 통신사들이 주수익원인 5G 가입자 증가세 둔화에 따라 수익성을 보전하기 위해 마케팅비도 하향 안정화하는 양상이 나타난다고 분석했다.


통신사들은 정부 정책과 무관하게 마케팅에 투자할 여력이 크지 않다는 입장이다. 한 관계자는 “인구 감소와 알뜰폰(MVNO)으로의 가입자 이탈로 수익 성장이 더딘 상황에서 마케팅비도 그 보폭을 맞출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실제 3사의 1분기 실적 증권사 전망치 평균(컨센서스)은 매출 14조 6691억 원, 영업이익 1조 2533억 원으로 1년 전보다 1~2% 성장에 그치는 등 상황이 좋지 않다. 메리츠증권에 따르면 가입자당 평균 매출(ARPU)은 SK텔레콤이 2만 9324원, KT가 3만 4111원, LG유플러스는 2만 4364원까지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야당의 압승으로 끝난 22대 총선 결과도 변수다. 정부는 단통법을 서둘러 폐지하려 하지만 국회 과반을 점유한 여당이 협조할지 미지수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간사인 조승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정부의 단통법 폐지 계획에 대해 부작용과 대안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정부 관계자는 “지난달 전환지원금 제도가 시행되는 등 새로운 경쟁수단이 주어진 만큼 앞으로 경쟁이 본격화할 여지는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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