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 누비의 명맥을 이어오며 대중화에 앞장서 온 김해자 국가무형문화재 누비장 보유자가 별세했다. 향년 71세.
문화재청은 김해자 보유자가 병환으로 13일 새벽에 별세했다고 14일 밝혔다.
고인은 수십 년간 전통 누비 기법의 보존과 전승에 헌신한 장인이었다. 누비는 옷감을 보강하거나 보온을 위해 겉감과 안감 사이에 솜이나 털, 닥종이 등을 넣거나 아무것도 넣지 않고 안팎을 줄지어 규칙적으로 홈질해 맞붙이는 바느질 방법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면화를 재배한 후 널리 쓰인 것으로 전해진다. 누비 간격이나 바느질 땀수에 따라 세누비·잔누비·중누비 등으로 나뉘는데 바늘땀 간격이 0.3㎝, 0.5㎝, 1.0㎝ 이상으로 구분될 정도로 섬세하고 정교한 작업이다.
1953년생인 고인은 어려서부터 할머니와 어머니에게서 바느질 기초를 배웠다. 중학교를 졸업한 뒤인 1970년대 초부터 본격적으로 옷 만드는 법을 익혔으며 과거 왕실의 침방 나인(조선시대에 침방 소속으로 바느질하던 나인)이었던 성옥염 씨와 선복스님에게 바느질과 누비를 배웠다.
고인은 전통 누비를 되살리며 수많은 제자를 키워낸 장인이기도 했다. 1980년대 초에는 승복 누비를 한다는 이가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경남 창녕군에서 머무르며 전통 기법을 토대로 한 누비 작업에 매진했다.
거의 사라져가던 누비를 대중에게 널리 알린 것도 바로 고인이다. 그는 1992년 대한민국 전승공예대전에서 국무총리상을 받으며 전통 누비의 아름다움을 알렸고 이후 일본 도쿄, 프랑스 파리, 중국 베이징 등에서 여러 차례 전시를 열었다.
문화재청은 “고인은 명맥이 거의 끊긴 전통 누비를 되살린 주인공이자 전통 누비 기법의 보존·전승 활동에 헌신한 공로를 인정받아 1996년 누비장 보유자가 됐다”며 “국내뿐 아니라 해외 전시에 작품을 출품하면서 누비옷의 대중화에 앞장섰고 한평생 누비 제작의 문화재적 가치를 선양하는 데 이바지했다”고 고인을 기렸다.
빈소는 경북 경주시 동국대 경주병원 장례식장 특2실에 마련됐다. 유족으로는 딸 배진여 씨 등이 있다. 발인은 16일 오전 9시 예정이며 장지는 경주하늘마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