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수 부족으로 정부가 올해 1분기에 한국은행에서 빌려 쓴 돈이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14일 한은의 ‘대(對)정부 일시 대출금·이자액 내역’ 자료에 따르면 올 3월 말 현재 정부가 한은으로부터 일시 대출하고 아직 갚지 않은 잔액이 총 32조 5000억 원에 달했다. 1분기 대출로는 2011년 관련 통계 집계 이후 가장 많은 규모로 지급해야 할 이자만 638억 원에 이른다. 한은의 대정부 일시 대출 제도는 정부가 일시적으로 부족한 자금을 한은에서 빌려 메우는 임시 수단으로 개인의 ‘마이너스 통장’과 비슷하다.
정부가 단기차입금 격인 한은의 마이너스 통장에 의존하는 것은 나라 곳간 사정이 좋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해 우리나라 국가채무(중앙+지방 정부 채무·D1)는 1126조 7000억 원으로 사상 최대였다. 이에 따라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이 50.4%에 달했다. 국가 채무가 GDP의 50%를 넘은 것은 처음이다. 올 들어서도 나라 살림은 나아지지 않고 있다. 2월 말 현재 정부의 실질적인 재정 상태를 보여주는 관리재정수지가 36조 2000억 원 적자로 1년 전보다 적자 폭이 커졌다.
이런데도 여야 정치권은 4·10 총선 과정에서 현금 지원 및 지역 개발 사업 공약을 쏟아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국민 1인당 25만 원의 민생회복지원금 지급을 약속했다.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에 따르면 22대 총선 당선인들의 사회간접자본(SOO) 관련 공약이 616건에 이르고 이 같은 공약 이행에 필요한 재원만 최소 278조 원에 달한다. 나라 살림이 어려운 상황에서 포퓰리즘 공약 청구서가 날아오면 재정이 더 악화될 수밖에 없다. 여야는 표를 얻기 위해 내놓은 선심 공약들을 걷어내야 한다. 민주당의 민생회복지원금처럼 재원 대책도 없는 포퓰리즘 공약은 폐기해야 할 것이다. 또 21대 국회 임기를 마치는 올 5월 하순 전까지 재정준칙 법제화를 매듭지어야 한다. 나라 곳간을 채우는 근본 해법은 경제를 살려 세수를 늘리는 것이다. 이를 위해 여야는 노동·연금 개혁과 규제 혁파, 반도체 등 첨단 전략산업 육성 등을 입법으로 뒷받침하기 위한 협력 방안을 찾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