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총선 후유증 앓는데…의료계는 갈등 봉합 수순

정부, 인적쇄신 후 적극 협상이냐
2000명 증원 강공이냐 선택 기로
비대위원장 자리 놓고 기싸움 하던 의협 ‘갈등 봉합’
박단 전공의 대표, SNS 글도 “해프닝” 설명

의과대학 정원 증원안을 둘러싼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14일 서울 한 대형병원에서 의료관계자가 환자 및 보호자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김택우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이 14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에서 열린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 제8차 회의에 참석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임현택 차기 대한의사협회(의협) 회장이 14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에서 열린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 제8차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4·10 총선이 마무리됐지만 의정(醫政) 갈등은 여전히 출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의대정원 증원 드라이브를 걸던 정부는 여당의 총선 참패 이후 국무총리를 비롯해 대통령실 주요 참모진이 줄줄이 사퇴의사를 밝히면서 인적쇄신부터 해결해야 할 상황에 놓였다. 반면 현 비상대책위원회와 차기 회장 간 갈등으로 내홍을 겪던 대한의사협회(의협)는 내분을 불식시키며 대정부 협상력을 키우기 위해 전열을 가다듬었다.


14일 정부와 의료계에 따르면 정부와 의료계 간 대치는 총선이 종료된 이후에도 지난하게 이어지고 있다. 정부는 여당의 참패로 끝난 총선 후유증으로 어수선한 분위기다. 한덕수 국무총리의 사의표명에 이어 대통령실 주요 참모 교체설까지 나오고 있어 인적 쇄신 등 조직 전반의 전열을 가다듬은 후 의료개혁을 다시 추진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보건복지부는 총선 전날인 9일부터 의사 집단행동 관련 브리핑을 열지 않고 있다. 11일과 12일에도 중수본 브리핑은 없었다.


정부 안팎에서는 정부가 총선 패배로 의대 증원 추진의 동력을 상실한 만큼 기존 정책을 상당 부분 후퇴시켜서라도 의료계와 적극적인 협상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과 다시 강경 노선으로 유턴하며 기존 방침 대로 ‘2000명 의대 증원’을 확정할 것이라는 예상이 엇갈리고 있다.


총선 패배로 인한 극심한 후유증을 겪고 있는 정부와는 달리 그동안 내분 조짐을 보이던 의료계는 다시 세력을 모으고 있다. 의협은 김택우 비상대책위원장과 임현택 차기 회장 당선자가 화해하며 단일대오를 형성하는 모습을 연출했다. 김 비대위원장과 임 차기 회장 당선인은 이날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에서 열린 비대위 이후 열린 브리핑 중에 포옹과 악수를 하며 의협 내분 조짐을 불식했다. 김 위원장은 “그간 비대위와 (임현택 차기 회장) 당선인과 소통이 부족했지만, 현재 의협은 한마음으로 똘똘 뭉쳐있다”며 “당선인, 대한전공의협의회 위원장,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 의협, 개원가 모든 직역이 총망라해서 정부의 잘못된 정책을 철회하고 재논의하기 위한 일련의 과정을 열심히 같이 잘 진행하고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말씀드리겠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이어 “이해 당사자인 전공의들이 그들의 목소리와 생각을 보여주기 위한 행동을 했다면 그 화답은 정부, 대통령이 해주셔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향후 저희와 정책 파트너로 같이 해결해 나간다면 틀림없이 해결책이 좋은 방향으로 만들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임 당선인도 “‘14만 의사들 모두 이제 하나다’라는 합의를 오늘 이뤘고, 하나의 목표를 향해 힘을 합쳐 가기로 했다”며 “정부와 여당은 지금보다는 훨씬 더 좀 발전된 입장에서 대화로 나아갈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줘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의협은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이 의대교수를 강도 높게 비판하는 글을 올린 것도 헤프닝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박 위원장은 이달 12일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의대 교수들을 “착취사슬 관리자”라고 표현한 글을 올렸다. 박 위원장은 ‘1만2000명에 휘둘리는 나라, 전공의를 괴물로 키웠다’ 제목의 한 언론 기사를 링크하며 “전공의들에게 전대미문의 힘을 부여한 것은 다름 아닌 정부와 병원”이라고 적었다. 수련병원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내용의 글에는 “수련병원 교수들은 병원을 떠난 전공의들에게 불이익이 생기면 결코 좌시하지 않겠다고 선언했지만, 이들은 착취의 사슬에서 중간관리자 역할을 해왔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에 대해 김 위원장은 “약간의 해프닝 정도로 받아주시면 좋을 것 같다”며 “특별히 교수들을 비난하거나 병원을 비난하거나 그럴 의도가 있는 것은 아닌 것으로 얘기가 됐다”고 설명했다.


한편 전공의 1325명은 15일 박민수 복지부 2차관을 ‘직권 남용 및 권리 행사 방해 혐의’로 고소할 예정이다. 또 의협 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고소 배경을 설명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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