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래 녹음은 위법이지만…사무실 직원 다 들리는 폭언은 정당

직장갑질119, 대구지법 녹음 쟁점 판결 공개
“피해동료 돕기 위한 녹음도 불법 아니란 취지”

출근길에 오른 시민들이 서울 광화문 네거리 횡단보도를 건너고 있다. 연합뉴스

한 공간에서 모두 들을 수 있는 욕설인 경우 대화 당사자 유무와 관계없이 합법적인 녹음이라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노동계에서는 직장 내 괴롭힘을 당하거나 피해를 입은 직원을 돕기 위한 동료의 녹음을 폭넓게 인정한 취지라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15일 노동시민단체인 직장갑질119에 따르면 대구지법 제11형사부는 2일 통신비밀보호범 위반 혐의에 대해 무죄를 다투던 A공공기관 B 직원의 소송에서 이 직원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은 B 직원이 직장 상사로부터 들어왔던 욕설의 녹음 가능 범위가 쟁점이었다. B 직원은 직장 상사가 다른 직원들과 나눈 자신에 대한 욕설을 녹음해 인사팀에 알렸다. 그러자 이 상사는 B 직원은 대화 당사자가 아니라며 불법 녹음이라고 형사고발했다. 하지만 법원은 사무실 공간의 구조와 크기를 고려해 직장 상사 대화가 모든 직원이 들을 수 있는 B 직원을 향한 폭언이라고 인정했다.


다만 통신비밀보호법은 합법적인 녹음을 제한한다. 녹음기는 본인이 없는 장소에 놓고 녹음할 수 없다. 또 합법적으로 녹음을 하더라도 신고가 아닌 목적으로 녹음이 일반에 공개되면 모욕죄에 해당된다. 권두섭 직장갑질119 소속 변호사는 “직장 내 괴롭힘 피해자는 목격자인 동료의 도움을 받기가 어려워 녹취를 하는 경우가 많다”며 “판결은 동료의 증거 수집이 불법이 아니라는 것을 확인해줬다는 점에서 의미있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