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상승' 베팅한 외국인…10년 국채 선물 매도 급증

외인 이달 들어 연일1조원 이상 투매
중동戰 안전자산 선호, 환리스크 회피
'금리인하 지연 우려'…코스피도 탈출
"오일쇼크 가능성 적지만 증시 조정↑"

이스라엘에 대한 이란의 보복 공격으로 중동 긴장이 고조되며 달러가 강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15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현황판에 원/달러 환율이 표시돼 있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전일보다 8.6원 오른 1384.0원으로 장을 마쳤다. 연합뉴스

외국인투자가들이 이달 들어 한국의 10년물 국채 선물 매도를 크게 늘리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금리 인하 기대감이 낮아진 상황에서 이란·이스라엘 전쟁 등으로 중동 지정학적 리스크마저 커지면서 국내 자본시장에서 외국인 이탈이 심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투자가들은 10년 국채 선물 시장에서 이달 들어 1일과 5일을 제외하고 7거래일 동안(12일 기준) 모두 매도 우위를 보였다. 이마저도 1일과 5일의 순매수액은 각각 5999억 원, 2073억 원으로 매수세가 약했다. 특히 3일에는 1조 7815억 원을 팔아치우며 관련 통계가 집계된 2010년 이후 최대 순매도를 기록했다. 외국인들은 이어 11일과 12일에도 1조 2060억 원(지난해 8월 이후 최대), 1조 295억 원을 순매도하며 국내 자본시장 엑소더스에 나서는 양상이다.


국채 선물 시장에서 매도세가 강해졌다는 것은 원화 가치 하락이 예상된다는 의미다. 실제 지난해 6월 8일과 8월 2일 외국인들이 1조 6837억 원, 1조 3663억 원을 순매도한 직후 원·달러 환율이 달러당 1280원대에서 1320원대로, 1290원대에서 1340원대로 치솟은 바 있다. 이날도 환율은 전장보다 6.6원 오른 1382.0원에 개장해 장 초반 1384.0원까지 올랐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원은 “한국 채권 가격이 떨어졌다는 것은 달러 표시 안전자산에 대한 선호가 높아졌다는 의미”라며 “특히 중동발 위기가 더해지면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금리 인하를 올해 두 번이 아니라 한 번, 혹은 아예 못 할 수도 있다는 불안감이 더해져 자본 이탈이 더욱 심화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대외 불확실성에 외국인들은 채권뿐 아니라 유가증권시장에서도 불안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달 12일에는 코스피200 선물 시장에서 1조 2468억 원을 팔아치우며 올 들어 두 번째로 큰 순매도를 기록했다.


물론 외국인들은 이달 12일까지 삼성전자(005930) 주식은 3조 48억 원, 현대차(005380)는 2573억 원, SK하이닉스(000660)는 1485억 원, 기아(000270)는 401억 원어치를 순매수했다. 보수적 스탠스 속에서 실적주로만 선별적으로 집중투자에 나섰다고 볼 수 있지만 이날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각각 717억 원, 521억 원 순매도했다.


투자 전문가들은 중동 사태가 전면전으로 확전해 오일쇼크를 불러올 가능성은 크지 않으나 환율과 유가가 오르고 투자심리가 위축되면서 증시의 조정 폭을 키울 수 있다고 진단했다. 강재현 SK증권 연구원은 “지정학적 리스크가 커지며 유가가 상승하면 주요국 금리 인하 시작 시기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면서 “당장 미국 증시도 조정을 받은 만큼 국내 증시 조정도 불가피할 것”이라며 “다만 중동 리스크가 장기화해서 유가를 더 크게 올리지만 않는다면 증시 조정은 매수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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