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공시의무 RSU도 포함…"중복 규제에 업무부담만 늘어"

■공정위, 공시 매뉴얼 개정
주식지급거래 약정 종류·수량 등
자산 5조 이상 기업 연1회 공시
주식배분 등 투명성 강화한다지만
"금감원에 이미 공시…실효성 의문"


공정거래위원회가 대기업에 양도제한조건부주식(RSU)을 포함한 주식 지급 거래 약정 공시 의무를 부과하면서 과도한 규제라는 지적이 시장에서 나온다. 금융감독원 공시와 중복되는 데다 대기업의 관련 업무 부담만 과도하게 늘리기 때문이다.


공정위는 16일 이 같은 내용을 뼈대로 하는 ‘대규모기업집단 공시 매뉴얼 개정안’을 발표했다.


안을 보면 자산 총액 5조 원 이상인 공시대상기업집단 소속회사가 RSU 등과 같은 주식 지급 거래 약정을 체결한 경우 상장사와 비상장사 모두 △부여일 △약정의 유형 △주식 종류 △수량 △기타 주요 약정 등을 연 1회 공시해야 한다. RSU는 연말 연초에 현금으로 주는 기존 성과급이나 단기 성과에 집중하는 스톡옵션과 달리 일정 재직 기간과 기타 조건을 충족해야 주식을 주는 장기 성과 보상 제도다. 공정위는 “현재 공시 양식으로는 특수관계인에게 실제 주식이 지급되는 시점에 매도가액만 공시돼 기업집단별 주식 지급 거래 약정의 내용을 파악하기 어려운 한계가 있었다”며 “앞으로는 약정 체결 시점에 주식 부여의 조건과 부여 수량 등을 파악할 수 있게 돼 총수 일가의 지분 변동 내역과 장래 예상되는 지분 변화 가능성에 관한 정보를 시장에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민지 공정위 공시점검과장은 “RSU의 본래 취지는 임직원에 대한 성과 보상이지만 현재 국내 대기업들은 RSU를 현금이나 주식 배분을 용이하게 하는 용도로 사용하고 있는 것 같다”며 “RSU가 기업집단 지배구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보고 공시하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재계는 반발하고 있다. 한국경제인협회는 RSU 공시 의무가 기업에 중복 공시 부담을 지우는 한편 공시 자체의 실효성도 낮다고 주장했다. 상장 대기업들은 지난해 12월 말 개정된 사업보고서 공시서식에 따라 이미 전자공시시스템(DART)에 해당 내용을 공시하고 있다. 기업 입장에서는 금감원과 공정위 양측에 유사한 사안을 중복 보고해야 하는 셈이다.


RSU는 그 특성상 기업의 실적이나 주가 변동에 따라 실제 지급되는 보상이 달라지기 때문에 유의미한 정보를 제공하기도 어렵다. 한경협은 RSU 공시 도입을 반대하는 건의서를 공정위에 제출했다. 유정주 한경협 기업제도팀장은 “RSU 지급의 기준이 되는 경영실적 목표는 그 자체가 회사의 기밀에 해당하기 때문에 이를 공시하도록 의무화하면 경영권이 침해될 가능성도 있다”고 강조했다.


한경협은 계열사 간 대규모 내부거래 시 공익법인의 공시 의무 예외를 인정하지 않는 제도도 수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해당 제도에 따르면 동일 기업집단 소속 계열사 사이에서 100억 원 이상의 내부거래가 발생하면 이사회 의결을 통해 이를 공시해야 한다. 만약 이미 공시한 사항 중 주요 내용을 변경하는 경우에도 이를 재의결하고, 내용을 공시해야 한다. 예외적으로 단가와 이자율 등 거래 조건을 결정할 수 없는 거래는 공시 의무가 면제되는데 공익법인은 이런 예외도 적용되지 않는다. 한경협은 이와 관련해 공익법인이 국내 계열사 주식을 취득·매각한 후 주식 가치가 급격하게 변한 경우에는 재공시 의무를 면제할 것을 공정위에 건의했다.


한경협은 공시 관련 일정의 개선도 촉구했다. 공정위는 매년 5월 31일을 공시 입력 마감일로 규정했지만 매뉴얼을 5월 초순에 배포한다. 그 결과 기업 실무자들이 매뉴얼을 숙지할 시간이 없어 오류가 발생한다는 지적이 지속돼왔다. 이상호 한경협 경제산업본부장은 “최근 공정위 공시 부담이 증가하면서 기업들이 큰 어려움을 느끼고 있다”며 “이 같은 상황에서 금감원 공시와 중복되는 RSU 공시를 추가하는 것은 기업에 부담만 가중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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