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장중 이스트소프트(047560) 창업자 겸 회장이 2015년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후 약 8년 만에 계열사 대표로 복귀한다. 창업자로서 이스트소프트의 책임 경영을 강화하고 실적 부진을 겪는 계열사의 경영 정상화를 도우려는 목적으로 풀이된다.
16일 정보기술(IT) 업계에 따르면 최근 이스트게임즈는 이사회를 열고 김 회장을 단독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이스트게임즈는 이스트소프트가 지분 100%(임원 및 직원 보유분 포함)를 보유하고 있는 자회사다.
1972년생으로 한양대 수학과를 졸업한 김 회장은 1993년 이스트소프트를 창업했다. 보안 솔루션 '알약', 압축 프로그램 '알집', 온라인 게임 '카발' 등을 히트시키면서 이스트소프트를 국민 소프트웨어(SW) 기업으로 성장시켰다.
김 회장이 이스트소프트 계열사 중 이스트게임즈로 복귀하는 것은 경영 정상화에 대한 필요성이 가장 크다는 판단 때문이다. 이스트게임즈는 설립 후 거의 매년 흑자를 기록해 오다 지난해 적자로 전환했다. 또 매출액도 2021년 약 157억 원을 기록한 후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카발’ 이외에 이렇다 할 흥행 게임을 배출하지 못한 탓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현재 이스트게임즈 외에도 이스트소프트, 이스트시큐리티, 이스트에이드(옛 줌인터넷(239340)) 등도 지난해 순손실을 기록하는 등 그룹 계열사가 전체적인 실적 부진을 거듭하는 상황이다. 김 회장이 구원투수로 등판해 계열사 간 역할을 조율하고, 신규 사업모델 발굴 등에서 상당한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2016년부터 이스트게임즈를 이끌어온 이형백 전 대표는 3월 말 임기가 만료돼 당분간 고문으로 활동한다.
김 회장은 2015년 건강 등의 문제로 이스트소프트와 계열사 경영에서 물러나고 사내이사로서 이사회에만 참여하고 있었다. 가족들과 함께 미국으로 거처를 옮기고 휴식기를 가지면서도 캘리포니아주 어바인에 위치한 이스트소프트의 미국 법인 운영에 참여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건강이 많이 회복된 김 회장이 이스트게임즈를 비롯해 계열사가 인공지능(AI) 등의 분야로 사업을 확장하는 과정에서 기여할 부분이 있다고 보고 복귀를 결정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의 이번 경영 복귀는 단순히 계열사 대표를 맡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김 회장이 이스트게임즈 대표로서 이스트소프트와 한 건물에서 활동한다는 점에서 다른 계열사들의 사업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이스트소프트 관계자는 “김 회장이 이스트게임즈 대표로 취임한 것은 맞지만 취임 배경을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스트게임즈는 2011년 이스트소프트가 게임 시장 진출을 위해 설립한 아인비전이 전신이다. 2014년 사명을 이스트게임즈로 바꾸고, 이스트소프트의 게임 사업 부문을 물적 분할받았다. 지난해 매출액 126억 원, 영업손실 5억 원을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