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1분기 경제성장률이 5%를 가볍게 넘어서며 양호한 성적표를 받아 들었지만 주요 경제지표가 주춤하며 불안감도 동시에 내비쳤다. 부동산 경기는 침체 탈출이 요원하고 소비 회복도 여전히 더딘 것으로 나타났다. 더 적극적인 부양책이 필요하다는 지적 속에 금리 인하를 비롯한 통화정책이 나올 가능성도 엿보이고 있다.
16일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1분기 국내총생산(GDP)은 29조 6299억 위안(약 5690조 4222억 원)으로 전년 대비 5.3% 증가했다. 이는 지난해 4분기 성장률인 5.2%를 0.1%포인트 웃돈 것이자 올해 중국 정부가 목표로 한 ‘5% 안팎’보다 높은 수치다.
1분기 성장률은 5%에 못 미칠 것이라는 국내외의 예상은 빗나갔다. 로이터(4.6%)와 블룸버그(4.8%)는 물론 중국 경제 매체 차이신이 국내외 14개 기관을 대상으로 조사해 발표한 4.9%도 가뿐히 넘어섰다. 성라이원 국가통계국 부국장은 “1분기 국가 경제는 더 많은 긍정적 요소가 축적되면서 양호하게 출발했다”며 “연간 목표와 과제 실현을 위한 비교적 좋은 기반을 마련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연간 목표 달성에 청신호가 켜지며 당국은 자신감을 드러냈지만 불안 요소도 적지 않게 나타났다. 이날 GDP와 함께 발표된 3월 경기지표는 대부분 부진한 흐름을 보였다. 특히 부동산 시장은 연이은 부양책에도 좀처럼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3월 중국의 산업생산은 전년 동기 대비 4.5% 증가했다. 시장 전망치(5.4%)와 전월(1~2월, 7.0%) 발표된 수치를 모두 밑돌았다. 전월 약 2년 만에 가장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으나 한풀 꺾였다.
3월 중국의 소매판매는 전년 대비 3.1% 늘어 전월(1~2월, 5.5%)과 전망치(5.1%)를 밑돌았다. 이달 11일 발표된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도 0.1%까지 떨어지는 등 디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하락) 우려가 재확산할 조짐이다. 고정자산 투자는 1~3월 누적으로 전년 대비 4.5% 늘어 1~2월(4.2%) 수치를 웃돌았다.
1~3월 부동산 개발 투자는 9.5% 하락하며 낙폭이 확대됐다. 3월 신규주택가격지수도 전년 동월 대비 2.2% 떨어져 감소세가 9개월째 이어졌다. 전월(-1.4%)에 비해 낙폭을 키웠고 예상치(-0.2%)에도 크게 못 미쳤다.
1분기 합산 기준으로는 전년 대비 산업생산이 6.1%, 소매판매가 4.7% 증가했지만 3월 상승 흐름이 끊긴 점은 불안 요소다. 국가통계국 역시 “대외 환경이 더 복잡하고 불확실해지면서 경제 안정과 개선을 위한 기반이 아직 견고하지 않다”고 인정했다. 이에 따라 보다 적극적인 정부 부양책의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다. 삭소캐피털마켓의 차루 차나나 외환전략가는 블룸버그에 “중국 지표는 강한 것처럼 보이지만 세부적인 내용은 약하다”며 “이는 경제에 더 많은 지원이 필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밝혔다.
시장에서는 추가 통화정책이 나올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전문가들은 위안화 약세가 진정되면 이르면 2분기 내에 실질 기준금리인 대출우대금리(LPR)가 인하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로이터는 3분기에 지급준비율이 25bp(1bp=0.01%포인트) 인하될 것으로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