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계출산율 감소 폭의 절반가량은 여성의 경력단절 우려 때문이라는 국책연구원의 분석이 나왔다. 경제활동에 참여하고 있는 여성들에 대한 ‘차일드 페널티’가 초저출생의 주요 원인이라는 것이다. 차일드 페널티는 출산 이후에 동반되는 고용상의 불이익을 일컫는 말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16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KDI FOCUS, 여성의 경력단절 우려와 출산율 감소’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는 무자녀 여성의 경력단절 확률이 2014년 33%에서 지난해 9%로 급감한 반면 자녀가 있는 여성의 경력단절 확률은 같은 기간 28%에서 24%로 4%포인트 줄어드는 데 그쳤다고 밝혔다. 30대 무자녀 여성이 출산을 포기한다면 2023년 현재 경력단절 확률을 최소 14%포인트 이상 줄일 수 있다고 분석됐다. 과거에는 출산 여부와 무관하게 여성이 높은 경력단절 확률에 직면했다면 이제는 출산을 기피해야만 경력을 이어갈 수 있는 셈이다.
KDI는 이를 바탕으로 2013년 1.19명이었던 합계출산율이 2019년 0.92명으로 감소했는데 여성들의 경력단절 우려가 없었다면 1.06명 수준으로 떨어졌을 것이라고 봤다. 조덕상 KDI 연구위원은 “가임기 여성 연령 범위를 어떻게 설정하느냐에 따라 경력단절로 인한 출산 회피의 기여율이 39.6%에서 46.2%까지로 나타났다”며 “못해도 하락 폭의 40% 이상, 46%는 경력단절 때문인 셈”이라고 강조했다. 한정민 KDI 전문연구위원도 “자녀를 가졌을 때 경력단절 가능성이 유의미하게 높아진다면 출산을 미루거나 포기하는 것이 경제적으로 합리적인 선택”이라며 “경력을 유지하고 싶은 여성 근로자들이 자녀를 갖지 않으면 출산율은 하락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KDI는 선진국에서는 여성의 경력단절 축소와 출산율 상승이 연동되는 현상이 관찰됐다고 강조했다. 한 전문연구위원은 “과거에는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가 증가하면 출산율이 감소하는 것으로 이해됐다. 육아와 출산에 들일 시간이 줄어들기 때문”이라며 “그런데 2000년대 이후에는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이 높아지면서 출산율도 덩달아 오르는 모습이 여러 국가에서 확인됐다”고 말했다. 그는 “양질의 보육 서비스가 공급되고 남녀가 동등하게 가사와 육아를 분담하는 환경이 정착되면서 과거의 전통적인 상관관계가 약해진 것”이라며 “여성이 출산을 해도 노동시장에서 불이익을 받지 않아야 경제활동 참가율과 출산율이 모두 오를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