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일대에서 전세보증금 140억여 원을 가로챈 ‘30대 빌라왕’이 징역 12년을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5단독 박병곤 판사는 15일 사기·부동산실명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된 최모 씨(37)에게 징역 12년을 선고했다. 최씨와 공모해 전세 사기 범행을 도운 부동산 컨설팅업체 대표 정모 씨(35)는 징역 3년을, 컨설팅업체 직원과 명의수탁자 등 21명에게는 벌금형을 선고했다.
최씨는 2019년 6월부터 2022년 4월까지 수도권 일대 다세대 주택을 ‘무자본 갭투자’ 수법으로 사들인 뒤 임차인 70명에게 144억 원의 전세보증금을 가로챈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무자본 갭투자란 매매가와 전세가의 차액으로 부동산을 소유하는 투자 방식을 말한다.
최씨는 259채 빌라를 소유하고 있었으면서 이런 사실을 임차인들에게 제대로 설명·고지하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그는 임대차 계약 70건 중 6건의 범행은 인정하지만 64건에 대해서는 피해자를 속이지 않았으며 부동산 경기 악화로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한 것뿐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당시 구체적인 (보증금) 반환 계획을 세우지 않았으며, 무자본 갭투자 방식으로 수백 채 빌라를 보유했다는 사실을 임차인들에게 제대로 고지하지 않았다”며 최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최씨가 전세보증금을 정상적으로 반환할 의지나 능력이 없었음에도 피해자들을 속여 144억 원의 보증금을 편취했다는 사실이 충분히 입증됐다”며 “무자본 갭투자는 계약 종료 시점에 보증금 수십억에서 수백억까지 반환해야 해 제대로 반환하지 못할 위험이 크다”고 지적했다.
또 “부동산 규제나 경기 악화 등의 사정은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고 임대인으로서 적어도 그런 상황을 염두에 뒀어야 한다”며 “자신의 탐욕이 누군가에게 피해를 준다면 멈춰야 했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전세 사기 범행은 주택 거래 질서를 어지럽힌다”며 “서민들의 전 재산이나 다름없는 임대차 보증금을 이익 추구 수단으로 삼아 생활 기반을 뿌리째 흔드는 범행으로 엄한 처벌을 통해 근절해야 한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