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열되는 ‘AI 생존 경쟁’…고급 AI인재는 한국 뜬다[biz-플러스]

■ 美스탠포드대 AI인덱스 2024 발표
지난해 AI인재 이동지표 순유출 기록
빅테크 대비 빈약한 처우 이유 꼽혀
본사 옮기기도…연구팀 육성 등 필요


해외 기업들이 압도적 자본력을 바탕으로 능력 있는 인재들을 끌어들이면서 국내 인재들이 한국을 등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전 세계가 인공지능(AI) 기술을 놓고 각축전을 벌이는 상황에 맞춰 국가 경쟁력을 쌓기 위해서는 인력 유출을 막을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미국 스탠퍼드대 인간중심AI연구소가 15일 발간한 ‘AI 인덱스 2024’에 따르면 한국은 10만 명당 AI 관련 특허가 세계 1위인 10.2개이며 AI 인력 밀도(0.79%)는 세계 3위일 정도로 AI 경쟁력이 높지만 타국으로의 인재 유출은 갈수록 심화하고 있다. 지난해 한국은 AI 인재 이동 지표에서도 -0.30명을 기록했다. 10만 명을 기준으로 AI 인재 0.3명이 순유출되고 있다는 의미다. 세계적 AI 강국인 미국·영국·캐나다 등에서 인재가 순유입되는 상황과 대조적이다.


인재 유출이 AI 산업이 역사상 가장 많은 이목을 끌었던 지난해에 심화됐다는 점도 뼈아프다. 지난해는 생성형 AI의 가능성이 표면화하며 기업과 나라들이 너나 할 것 없이 AI에 대한 투자와 연구를 집행한 해다. 이러한 경쟁 속에서도 인력 지표가 후퇴했다는 것은 한국 AI의 현주소를 보여준다는 지적이 나온다. 세계 산업 지형에서 한국이 인재를 육성해 AI 강국에 유출하는 지역으로 고착화될 수 있다는 우려다.





인재 유출은 국내 인력들의 높은 역량에 비해 기업들의 처우가 빈약한 데서 연유한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국내 AI 산업계에서 네이버나 카카오, AI 기술을 개발하는 대형 게임사와 통신사 등 일부 기업을 제외하면 고급 AI 인재들의 기대에 부합하는 처우를 제공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삼성전자만 해도 일부 동일한 직무에 대한 처우가 국내외에 따라 다르게 설정돼 있다. 처우 수준이 높은 해외에서 인재를 확보하기 위한 고육지책이다.


국내 기업들로서는 인재를 지키기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AI 소프트웨어의 기술력은 결국 사람에서 기인하는데 국내 기업들은 인건비 경쟁에서 해외 기업들과 상대가 되지 않아서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미국 기업들이 사모펀드·벤처캐피털 등을 통해 3352억 달러를 수혈받을 때 한국 기업들은 고작 72억 달러를 유치했다. 46배 차이다. 지난해만 보면 672억 달러 대 14억 달러로 간극은 더 커진다. 더욱이 지난해 미국 기업이 받은 투자는 상위 14개 국가를 합친 것보다 많다.


스타트업 업계는 이러한 체급 차를 극복하기 위해 본사를 이전하는 모험까지 하고 있다. 국내에서 법인을 설립한 회사가 본사를 미국으로 옮기고 한국 법인을 미국 법인을 자회사로 두는 ‘플립’ 전략이다. 회사에 미국 색을 더해 투자와 인력 수급에 유리함을 가져가기 위해서다.


장병탁 서울대AI연구원장은 “국내와 글로벌 빅테크 간 처우 차이가 많이 나 능력이 있는 학생들은 구글·아마존 등 대기업으로 가려는 욕구가 크다”며 “길게 보면 그들이 돌아와 국내에 기여한다는 장점도 있겠지만 그들이 당장 국내 연구계에 기여할 수 있는 몫을 생각할 때 유출 폭이 커지면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당장 기업에 자금을 쥐여줄 수는 없지만 훌륭한 연구팀을 육성하는 등의 방식을 통한 대안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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