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디'에서 '인기' 밴드로의 20년…페퍼톤스는 여전히 푸르르다

데뷔 20주년 기념앨범 '트웬티 플렌티' 발매
후배 뮤지션 헌정 10곡+신곡 10곡 구성
"100세까지 여러분께 희망 드릴 것"

20주년을 맞이한 페퍼톤스. 사진 제공=안테나

“마치 맨 처음 그날처럼 우린 시작하네 / 여전히 그대로 멈추지 않은 낡은 자동차 / 가슴 벅찬 오늘 무척 설레이던 내일 / 빛나는 시간 속 늘 우리 함께였네” (페퍼톤스 ‘라이더스’ 중)


언제나 푸르른 청춘을 응원하는, ‘우울증을 위한 뉴테라피 2인조 밴드’ 페퍼톤스(신재평, 이장원)가 데뷔 20주년을 맞았다. 11일 20주년 기념 앨범 ‘트웬티 플렌티’ 발매 기념을 맞아 만난 페퍼톤스는 “20주년이 대단한 일처럼 말해지는 것이 약간 쑥스럽고 겸연쩍다”면서도 “오랜 시간이 만들어 준 맛집인 것 같은 느낌도 들어 뿌듯하기도 하다”고 소회를 밝혔다.



20주년을 맞이한 페퍼톤스. 사진 제공=안테나

20주년 기념 앨범은 루시·잔나비·스텔라장 등 후배 뮤지션들이 페퍼톤스의 곡 10개를 리메이크해 헌정하는 A사이드 ‘서프라이즈’와 신곡 10개로 구성된 B사이드 ‘리와인드’의 2CD 구성이다. 신재평은 “스무번째 생일을 맞아 특별한 것을 준비해야겠다는 생각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장원은 “리메이크는 후배들이 우리에게 주는 크리스마스 선물 같은 것"이라며 “흔쾌히 참여해 주셔서 고맙고 감격스러웠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중압감보다는 관록과 함께 전에 없던 사운드를 들려드리겠다는 설렘이 있었다”고 덧붙였다. 신재평은 “저희의 회고록 같은 성격”이라고 설명했다.



20주년을 맞이한 페퍼톤스. 사진 제공=안테나

타이틀곡은 ‘라이더스’다. 페퍼톤스의 음악이 언제나 그랬듯 밝고 희망적이지만, 20년 간 함께 성장해 온 팬들에 대한 감사의 감정이 짙게 배어있다. 신재평은 “20주년 앨범을 기획하고 이 모든 것들을 아우를 수 있는 노래가 있었으면 좋곘다 해서 마지막에 쓴 곡”이라고 밝혔다. “떼창과 공연을 염두에 뒀다”고 공언한 만큼 올해 페스티벌과 공연이 크게 기대된다.


‘레디, 겟 셋, 고!’ ‘슈퍼판타스틱’ 등의 음악으로 리스너들에게 큰 사랑을 받은 페퍼톤스의 인기는 갈수록 늘고 있다. 신재평은 “20년 동안 한결같이 가져왔던 가치는 ‘뻔하지 않은 음악’을 하겠다는 것이었다"며 “대중가요에서 들어보지 못한 약간 엇나간 음악들이 사랑받은 것 같다”고 말했다.



20주년을 맞이한 페퍼톤스. 사진 제공=안테나

언제나 낙관적인 이야기를 써 왔던 페퍼톤스는 “우리도 나이를 먹은 것 같다”며 “마냥 희망적인 이야기를 하는 게 결코 현실적이지는 않은 것 같아서, 약간 비틀어 굴곡이 있는 희망을 노래하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자신을 재발견하는 내용을 담은 수록곡 ‘코치’가 그 예다.


페퍼톤스는 6월 20주년 기념 콘서트 뿐 아니라 다양한 이벤트도 생각 중이다. 신재평은 “다양한 공간에서의 다회차 공연을 통해 최대한 많은 분들과 음악을 나누고 싶다”고 이야기했다.



20주년을 맞이한 페퍼톤스의 신재평. 사진 제공=안테나

‘인디’ 밴드에서 ‘인기’ 밴드까지의 20년, 페퍼톤스는 “운이 좋았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들의 음악은 당대 어느 음악보다 선구적이었다. 전자음악과 밴드음악을 절묘히 결합한, 화려한 조성과 기교, 캐치한 멜로디로 구성된 이들의 노래는 한국 대중음악사에 페퍼톤스라는 장르를 새겨 놓았다. “우리는 우리가 세계 최고의 밴드라고 생각했었다”고 말하는 그들의 말은 농담이기도 하지만 그들의 자부심을 드러내는 말이기도 하다.



20주년을 맞이한 페퍼톤스의 이장원. 사진 제공=안테나

이들의 음악 여정은 결코 20주년에서 멈추지 않는다. 페퍼톤스는 “'우리가 좋아하는 음악은 세상도 좋아할거다'라는 소년의 패기로 만든 음악들을 좋아해주신 팬 분들께 감사하다”며 “오랜 신뢰가 쌓인 만큼, 앞으로도 변함 없이 응원가 같은 음악을 계속하겠다”고 감사를 전했다. “가장 큰 버킷리스트는 환갑잔치 때 ‘뉴 히피 제너레이션’을 노래하는 것이었어요. 그런데 평균수명이 길어지는 바람에 칠순 잔치때 노래하는 것으로 바꿔야겠네요. 이제 시작입니다. 100세 시대입니다. 앞으로도 계속 쭉 같이 나아갑시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