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0년 한국전쟁이 시작되자 조국을 지키기 위해 아내와 어린 남매를 뒤로 하고 군에 자원 입대했다가 산화한 용사의 유해가 73년 만에 가족 품으로 돌아왔다.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이하 국유단)은 2004년 강원도 횡성군 청일면 일대에서 발굴된 전사자 유해의 신원을 국군 제5사단 소속 고(故) 차말줄 일병으로 확인했다고 17일 밝혔다.
국유단은 '한국전쟁 당시 사망한 군인 여러 명이 매장됐다'는 지역 주민의 증언을 토대로 2004년 9월 횡성에서 고인의 유해를 발견했다. 2010년 고인 아들의 유전자 검사에서는 가족관계가 확인되지 않았지만 최신 기술로 거듭 분석하면서 올해 3월에서야 부자 관계가 입증됐다.
1917년 3월 울산에서 태어난 고인은 슬하에 2남 1녀를 두고 정유회사에서 근무하던 중 한국전쟁 초기인 1950년 9월 자원입대했고, 이듬해 2월 8일 중공군 공세에 맞서 '횡성-포동리 부근 전투'에 참전하다 34세의 젊은 나이로 전사했다.
고인은 1970년 야간 훈련 중 부하가 안전핀을 뽑다가 놓친 수류탄을 온몸으로 덮어 소대원을 구한 뒤 산화한 고(故) 차성도 중위(육군3사관학교 1기)의 삼촌으로 확인됐다.
아들 차성일(75) 씨는 "제 생애 아버지의 유해를 찾지 못할 것이라 생각하고 그저 현충원을 열심히 찾아다니며 울분을 달래왔다"며 "험난한 산꼭대기를 수차례 오르내리며 아버지를 찾아준 소식을 듣고 가슴이 벅차오른다.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이번 신원 확인으로 2000년 4월 한국전쟁 전사자 유해 발굴이 시작된 이래 신원이 확인된 국군 전사자는 총 229명으로 늘었다.
한국전쟁 전사자 유가족은 전사자의 8촌까지 유전자 시료 채취로 신원 확인에 참여할 수 있다. 제공한 유전자 정보로 전사자 신원이 확인되면 포상금 1000만 원이 지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