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어르신 오늘은 술 너무 드시지 마세요. 담배 피우고 잘 버려 주시고요”
16일 오후 1시께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 일대 순찰을 실시한 고상훈 서울경찰청 기동순찰1대 1팀장은 온화한 미소와 함께 공원 주변에서 시간을 보내는 시민들에게 이같은 당부의 말을 전했다.
이날 도보로 순찰을 진행하는 덕분에 시민들과의 접촉이 더욱 자연스러워졌다는 고 팀장과 순찰대원들은 시민들을 각종 범죄로부터 시민들을 보호하기 위해 도보로 도심 곳곳을 누볐다.
출범 50일, 시민들의 ‘일상 지킴이’로 자리매김한 경찰 기동순찰대의 순찰에 동행해 그들의 활동을 들여다봤다.
경찰은 지난해 기승을 부린 ‘묻지마 칼부림 테러’ 등 이상동기범죄에 대응하고 흉악 범죄를 사전에 예방하기 위해 대규모 조직 재편을 단행했다. 그 결과 올해 2월 말 경찰 기동순찰대가 탄생했다. 변화하는 범죄 양상에 대응하고 강력 범죄를 사전에 예방하기 위한 시도라는 것이 경찰의 설명이다.
이를 위해 경찰은 지구대·파출소 등 최일선 치안 집행 기능인 지역경찰 인력을 그대로 유지한 채 경찰청 등 내근 행정관리 인력의 감축을 통해 새로운 조직에 필요한 인력을 확보했다.
한승일 경찰청 범죄예방기획계장은 “조직 진단을 통해 내근 인력을 ‘슬림화’ 했다”며 “지역경찰의 경우 대민 업무의 접접에 있는 기능이라 손대지 않고 내근 인력 뽑아 2668명을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기존의 지구대·파출소 경찰관들도 관할 지역 순찰을 중요 업무로 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112 신고 건수가 크게 증가하고 그에 대한 대응의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실제 순찰 활동을 통한 범죄 예방 활동이 약화되고 있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지역경찰의 경우 신고를 받으면 순찰을 그만두고 즉시 출동을 해야하는 탓에 계획적이고 면밀한 순찰이 제한되기 때문이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신설된 기동순찰대는 지역경찰이 놓치기 쉬운 사각지대 순찰을 주요 임무로 두고 범죄 취약 요소와 주민 안전에 위해가 되는 요인을 직접 발견, 즉시 조치하는 ‘문제해결적 순찰’을 실시한다. 또한 인근 지역에서 강력범죄, 대형 재해·재난 등이 발생할 경우 즉각 출동이 가능하도록 초동대응에도 방점을 뒀다.
16일 오후 1시께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을 나선 서울경찰청 기동순찰1대는 유동 인구가 많은 종각 인근 ‘송해길’에서만 수 대의 불법 주정차 차량을 적발했다. 다만 범칙금 등 처벌로 나아가기 보다 먼저 직접 대화나 전화를 통해 계도에 나서는 모습이었다.
이외에도 거리 청결에 관한 생활 질서 계도, 안전 위해 요소 발견 등 시민들의 안전하고 쾌적한 도보를 위해 이곳저곳 분주히 눈을 돌리며 순찰을 실시했다.
김용혁(경정) 서울경찰청 기동순찰1대장은 “거리가 깨끗해야 범죄예방도 가능하다”며 “지자체와 협업도 하고 도보로 순찰을 실시하면서 기초 질서, 차량 단속 등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동순찰대의 이러한 활동은 단순히 질서 유지를 위한 행위로 보일 수 있지만 범죄에 이용됐거나 의심되는 차량 혹은 수배자의 행적을 잡아내는 ‘핵심’ 활동이기도 하다. 실제 기동순찰대 활동으로 3763건의 수배자 검거가 이뤄졌다.
이날 순찰대원들은 방범용 폐쇄회로(CC)TV와 함께 설치된 비상벨 점검도 실시했다. 한 순찰대원이 서울 종로구 종로3가역 인근 쪽방촌의 좁은 골목 초입에 위치한 비상벨을 누르자 스피커 넘어에서 인근 지구대 경찰관이 응답하며 통신 이상 유무를 확인하기도 했다.
미로처럼 골목이 형성된 지역인 탓에 위급상황 발생 시 가까이 설치된 비상벨은 이곳을 지나는 시민들에게 ‘구세주’ 같은 범죄 예방 도구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주기적인 점검이 필수다.
송해길 인근 종로 귀금속 거리는 전국 최대 규모의 귀금속 상점 밀집 지역으로 평소 빈번하게 절도 범죄가 발생하는 곳이다. 보는 눈도 많고 사람도 많지만 혀를 내두르는 범행 수법에 상인들도 자치 조직을 결성하고 범죄 예방활동에 나서고 있다.
박병량(60) 종로귀금속생활안전협의회 총무위원장은 “물건을 보여달라며 시선을 분산 시키고 우산이나 주머니에 쏙 넣어 달아나는 사람들도 있다"며 “2~3개월에 한 번은 대대적으로 방범 활동에 나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상황에서 경찰의 순찰 활동은 귀금속 거리 치안 유지에 큰 도움이 된다는 것이 상인들의 목소리다. 비상벨, CCTV, 상황실 등 다양한 자체 대응 체계를 갖추고는 있지만 민간의 방범활동은 범죄 예방 및 대응에 한계가 있는 탓이다.
공창후 종로귀금속생활안전협의회 회장은 “협의회에서 관리하는 CCTV만 40대에 회원이 1800명에 이르지만 한계가 있는 것은 어쩔 수 없다"면서 “경찰이 도와주면 우리 입장에서는 매우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기동순찰대는 상인들의 고충사항과 함께 ‘주요 범죄발생 현황’, ‘112통계’ 등 경찰이 확보한 방대한 데이터를 분석해 특징이 있는 지역에 대한 순찰을 강화하고 있다. 종로 귀금속 거리도 이 중 하나로 지역 상인들과 협업을 이루고 있는 대표적 사례다. 이외에도 경찰은 지자체와의 협조도 적극적으로 이끌어낼 방침이다.
출범 50일을 맞은 경찰 기동순찰대의 활약 등 경찰청이 범죄 예방을 중심으로 조직 재편을 단행한 이후 112신고 건수가 작년 동기간 대비 20.3%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청은 지난해 1~3월 292만 2449건이었던 전체 신고가 올해 232만 8943건으로 줄어든 것으로 파악했다.
한 범제예방기획계장은 “단기간 분석이라 단정 지을 수는 없지만 정량적인 부분에서 작년 대비 신고 감소가 확인됐다”며 “대원들이 순찰을 실시하고 위험 요인들을 해결하면서 시민들의 지지를 얻고, 또 제도 정착도 잘 되고 있는 것으로 체감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아직은 경찰 기동순찰대를 아는 시민은 많지 않았다. 실제 이날 순찰대원들이 거리에 나서자 일부 시민들은 “영화 촬영하나?”, “오늘 시위있나?”라며 의구심을 품기도 했다. 한 시민은 “보여주기 식이다”며 순찰대원을 향해 소리치기도 했다. ‘주민친화적 경찰상'을 표방하는 기동순찰대가 풀어 나가야 할 숙제인 셈이다.
윤희근 경찰청장은 “신설조직인 기동순찰대가 지금까지 제 역할을 잘 해 주면서, 비록 단기간의 성과분석이지만 주요 지표가 안정됐음이 확인됐다”며 “앞으로도 신설 조직을 필두로 ‘평온한 일상 지키기’에 초점을 두고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