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민이가 ‘월클’(월드클래스·세계정상급)이냐고 사람들이 묻는데 ‘아니다’라고 말하겠어요. 공만 잘 찬다고 월클이 되는 것은 아니죠. 월클은 인품이 돼야 해요. 물론, 흥민이는 인품만이 아니라 공 차는 실력도 더해야 합니다.”
국가대표 축구선수 손흥민의 아버지 손웅정(사진) SON축구아카데미 감독은 17일 서울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열린 ‘나는 읽고 쓰고 버린다(난다)’ 출간 기자간담회에서 세계 정상급 선수가 되기 위해서는 축구 실력 뿐 아니라 인품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유명한 다독가로 연간 200~300권의 책을 읽는다고 한다. 이번 책은 지난 2021년 출간한 ‘모든 것은 기본에서 시작한다’에 이은 두 번째 저서다.
손 감독은 간담회 도중 몇 번이고 ‘겸손’을 말했다. 아들 손흥민에게 어떤 책을 추천하겠냐는 물음에도 “책 보다는 한 단어로, ‘겸손’을 말하고 싶다”고 언급했을 정도다. 그는 자신이 읽은 수많은 책에서 뽑아낸 결정체는 지혜와 겸손으로 모아진다고 말했다.
그런 겸손은 인품으로 드러난다. 다만 겸손으로만 역경을 헤쳐나갈 수 있느냐는 질문에는 “겸손을 유지하면서도 자존감을 확실히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손 감독은 아들을 어떻게 이러한 ‘월클’ 수준으로 키울지는 결국 부모에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손 감독은 “큰 부모는 작게 될 자식도 크게 키우고, 작은 부모는 크게 될 자식도 작게 키운다는 생각으로 자식들을 키웠다"고 말했다.
그는 '자식에게 물음표를 던지는 사람이 진짜 부모'라는 신념을 갖고 있다. 이 같은 손 감독의 생각에 손흥민 선수는 어떤 태도를 보였을까. 손 감독은 “‘나는 축구하는 게 가장 행복해.’ 애는 그런 마음이고 ‘나는 너를 행복한 축구 선수로 만들 수 있어서 행복해.’ 저는 그런 마음이었죠”라며 “우리 둘 다 돈을 목적으로 축구를 했다면 과연 묵묵히 견뎌냈을까요”라고 반문했다. 끊임없는 훈련에 손흥민이 짜증을 내지는 않았을까. “자신의 꿈이 있는데 무슨 짜증을 내겠어요. 또 모르죠. 제가 무서워 순순히 따랐는지도요.”
책은 손 감독에 대한 인터뷰집이다. 우연한 자리를 함께한 김민정 시인이 그의 독서노트를 보고 책을 만들자고 했고 그와 함께 1년 여간 나눈 대화를 책으로 엮었다. 책에는 ‘손옹정의 말’이라는 부제가 붙어 있다.
손흥민과 마찬가지로 어릴 때부터 운동을 한 손 감독은 학교 수업은 빼먹어도 책은 읽었다고 한다. 책 읽기는 습관이 됐고 나중에는 독서 노트를 작성하는 수준이 됐다. “그때도 공부의 기본은 독서라 생각했어요. 험난한 세상을 헤쳐 나가려면 독서가 필요하다고 판단했죠. 미래를 여는 열쇠는 책에 있다는 확신이 있었어요.” 사회인이 되고 나서는 리더십 훈련에 독서가 필요했다고 말했다.
책 제목이 ‘읽고 쓰고 버린다’인데 여기서 ‘버린다’는 그가 읽은 책을 처분해 버린다는 의미다. 실제 집에 둔 책은 거의 없다는 의미다. “제가 심플한 삶을 좋아하기도 하고 또 책을 보관한다는 것이 부담이고 감당하기도 어려워요.”
‘손흥민도 책을 많이 읽고 있는가’라는 질문에는 “자신들은 부모의 행동을 보고 자라지요. 제가 독서노트에 썼던 것을 책과 함께 그 아이 머리맡에 놓아둔 적도 있긴 했다”고 말했다. 무언의 압박인 셈이다.
월클 아들을 갖고 있는 부모로서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운동선수의 학업 병행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을까. “학교 공부를 무시하는 것은 아니지만 아이들의 재능에 따른, 원하는 삶을 살 수 있도록 해주는 교육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