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볼 기회 없던 좋은 곡들, 클래식 관객에 소개"

■23일부터 서울스프링실내악축제
박상욱·대니구·마리 할린크 등
전세계 60인 예술가들 무대에




15일 열린 서울스프링실내악축제 기자간담회에서 강동석(가운데) 예술감독과 대니 구(왼쪽) 바이올리니스트, 박상욱 피아니스트가 공연 설명을 하며 활짝 웃고 있다. /사진 제공=SSF


“솔리스트의 꿈을 향해 외로운 싸움을 하던 연주자들이 모여 하나의 음악을 만들 때의 쾌감이 있어요.” (박상욱 피아니스트)


“솔리스트들에게 하루 종일 혼자 연습을 하는 과정은 굉장히 우울한 일입니다. 음악적인 의견을 들을 수 있는 기회는 점점 줄고요. 서울스프링실내악 페스티벌 참여하면서 스스로 배우고 ‘해독’하는 느낌이에요.” (대니구 바이올리니스트)


서울스프링실내악축제(SSF)가 열아홉 번째 봄을 맞는다. 이달 23일 열리는 개막공연을 앞두고 최근 서울 윤보선 고택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강동석 SSF 예술감독은 “올해 주제인 ‘올 인 더 패밀리(All in the family)’는 실내악의 특징을 가장 잘 표현하는 부분”이라며 “가족은 인생에 있어 가장 중요한 부분이자 혈연으로 이뤄진 가족 외에도 특히 현악 4중주 등 음악적인 가족들도 있는데 이를 다양하게 표현하고자 했다”고 밝혔다.


강 감독은 국내에 전문적인 실내악 공연이 많지 않았던 2006년 실내악을 주제로 예술인들을 한명 한명 섭외해 공연 프로그램을 꾸렸다. 팬데믹 때도 한 해도 빠짐 없이 공연을 이어와 국내 클래식 애호가들 사이에 실내악의 저변을 넓혔다는 평가를 받는다.



대니 구 바이올리니스트 /사진 제공=SSF

박상욱 피아니스트 /사진 제공=SSF

강 감독은 “SSF의 의무 중 하나는 좋은 곡이지만 관객들이 들어볼 기회가 없는 곡, 잘 알려지지 않은 곡들을 들려주는 것”이라며 “국내 클래식 관객들은 주로 ‘아는 곡’ ‘아는 연주자’ 위주로 공연장을 찾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생소한 실내악 곡으로 공연장까지 이끄는 게 어렵다”고 말했다. 2017년부터 8회째 SSF에 참여하는 피아니스트 박상욱은 “막상 일단 발걸음을 하고 나면 실내악의 매력에 빠질 수밖에 없다”며 “솔로 연주가 부각되다 보니 관객들이 실내악을 어렵다고 느끼는데 현장에서 라이브로 보면서 연주자들이 어떻게 호흡을 맞추는 지를 지켜보는 재미가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팬데믹 이후 5회째 SSF에 참여하는 바이올리니스트 대니 구는 실내악을 ‘해정화(해독)’의 과정이라고 평가한다. 그는 “연주를 하면서 갖게 되는 감정들, 색깔들, 스토리들을 공유하고 합주하면서 새로운 이야기를 만드는 게 재밌는 부분”이라며 “‘내가 음악을 사랑하는 이유가 이것이었지’하고 다시 느꼈다”고 전했다.



강동석 SSF 예술감독 /사진 제공=SSF


이번 SSF에서는 전 세계에서 활약하는 60인의 예술가들이 무대에 오른다. 지난해 ARD 국제 콩쿠르 우승자인 비올리스트 이해수, 바이올리니스트 송지원, 첼리스트이자 브뤼셀 왕립음악원 교수인 마리 할린크가 참여한다.


이해수 비올리스트와 차이콥스키 콩쿠르 우승자인 김계희 바이올리니스트는 19세기 여성 작곡가들의 곡을 해석, 연주하는 ‘선구자(4월 29일)’ 공연에서 박상욱과 호흡을 맞춘다. 클라라 슈만을 비롯해 파니 멘델스존, 클라크, 보니스 등 19세기 여성 작곡가들의 실내악곡을 아트스페이스3가 마련한 여성 작가들의 작품과 함께 감상할 수 있는 기회다.


주형기 피아니스트가 연출을 맡게 된 ‘가족음악회(5월 4일)’도 유머를 더해 새로운 재미를 선사할 예정이다. 대니 구 바이올리니스트는 “이 프로그램에서 노래도 할 예정”이라며 “음악 속에 내재된 코미디를 드러내는 만큼 재밌는 부분이 많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