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통신사들의 원천 인공지능(AI) 모델은 다들 유사합니다. 기술적 가치보다는 소비자에게 가치 있는 서비스를 빠르게 구현하는 ‘속도전쟁’이 관건입니다. LG유플러스가 작은 규모로 역량을 결집한다면 타 통신사보다 더욱 빠른 ‘소비자 가치 AI’ 구현이 가능하다고 봅니다.”
황현식 LG유플러스 대표는 16일(현지 시간) 미국 실리콘밸리 LG테크놀러지벤처스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통신사 간 AI 서비스 경쟁에서 민첩성으로 승부하겠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LG유플러스는 6월 소형언어모델(sLM) AI ‘익시젠’을 공개할 계획이다. 황 대표는 간담회에서 SK텔레콤·KT 등 경쟁사에 비해 생성형 AI 시장 진입이 한 발 늦었으나 실제 가치 있는 서비스는 앞서 구현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황 대표는 AI 경쟁에서는 ‘몸집’보다 ‘민첩성’이 중요하다는 견해를 피력했다. 그는 “AI 서비스 구현을 위해서는 모든 조직원이 AI 관련 기획과 개발이 가능해야 한다”며 “타사 대비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LG유플러스가 조직적 상상력을 발휘하는 데 보다 유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기업 슬로건도 AI 중심의 디지털 전환으로 모두의 성장을 이끄는 회사가 되자는 의미에서 ‘그로스 리딩 AX 컴퍼니(Growth Leading AX Company·)’로 재정비했다”고 덧붙였다.
경쟁사에 비해 앞서 있는 사물인터넷(IoT) 회선 수도 LG유플러스의 AI 생태계를 뒷받침하는 요소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무선통신서비스 가입 현황에 따르면 올 1월 말 기준 통신 3사 총 회선 수는 SK텔레콤 3151만 개, LG유플러스 1910만 개. KT 1775만 개 순이다. LG유플러스 일반 휴대전화 회선은 1093만 개로 업계 3위에 머물렀지만 IoT 회선이 전월보다 34만 여 개 늘어난 715만 개를 기록해 총 회선수에서는 KT를 제친 2위에 올랐다. IoT 회선만 보면 LG유플러스가 SK텔레콤의 698만 개를 넘어서 업계 1위에 오른 것이다. 황 대표는 “다가오는 지능형 사물인터넷(AIoT) 시대에는 IoT 회선이 수집하는 수많은 데이터가 기회요인이 될 것”이라며 “향후 중요 사업이 될 엣지(온디바이스) AI 시장에서 IoT 회선은 큰 자산”이라고 강조했다.
황 대표가 이번에 실리콘밸리를 찾은 목적도 AI다. 메타(옛 페이스북) 등 빅테크와 미팅은 물론 데이터센터 운영 효율을 높이기 위한 스타트업들과의 만남도 이어졌다. 황 대표는 “메타와 차세대 ‘라마’ AI 모델을 활용한 응용 기술 개발 방안을 논의했다"면서 "MS·구글과는 클라우드 서비스 협력을 타진하고 있다”고 전했다.
AI 시대의 주도권 향방을 가를 핵심 요소인 인재 영입에도 공을 들였다. 황 대표는 13일 스탠퍼드대·조지아텍 등 미 주요 대학 AI 분야 석·박사급 인재 10여 명을 만나 만찬을 가졌다. 이 자리에는 황규별 최고데이터책임자(CDO)와 김지훈 최고전략책임자(CSO) 등 LG유플러스의 최고위 임원들도 함께 했다. LG유플러스 최고경영자(CEO)가 미국을 찾아 인재 영입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몸값이 치솟고 있는 AI 인재들에게 진정성을 보여야 함께 할 수 있다는 취지로 읽힌다. 황 대표는 “글로벌 차원에서 AI 인재 영입이 굉장히 힘든 게 사실이지만 그만큼 인간적으로 뜨겁게 다가가야 할 필요성이 있다”며 “사람을 모시는 게 연봉 등 조건만 갖고 되는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AI 속도전에 나선 LG유플러스는 공격적인 투자로 가속페달을 밟을 계획이다. 우선 올해 AI 관련 투자가 지난해 대비 30~40%가량 늘어날 전망이다. 황 대표는 “좋은 회사나 기술이 있다면 그 이상의 투자 가능성은 언제나 열려 있다”며 인수합병(M&A) 가능성도 시사했다. 꾸준한 채용과 내부 역량 강화를 통해 AI 인재를 전년 대비 2배가량 늘리겠다는 목표도 제시했다. 황 대표는 “통신사는 타 업종 대비 수집할 수 있는 데이터가 많고 서비스가 일반 소비자 상대로 열려있다는 장점이 있다”며 “좋은 인력들이 LG유플러스를 AI 회사로 인식할 수 있도록 기회를 만들고 변화를 추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