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작용 오명 벗은 비만치료제…K바이오도 개발 속도전

FDA·EMA "자살 연관 확인 안돼"
퇴출됐던 '아콤플리아' 악몽 털어
2030년 글로벌 시장 136조 전망 속
한미·유한·대웅 등 앞다퉈 임상 진행
국산 치료제 이르면 4년 뒤 출시


전세계 비만 인구가 급증하는 가운데 글로벌 빅파마들이 만든 비만 치료제 ‘위고비’, ‘마운자로’가 돌풍을 일으키면서 국내 제약·바이오 회사들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특히 2030년까지 시장 규모 1000억 달러(약 136조원) 돌파가 예상되는 ‘글루카곤유사펩타이드(GLP)-1’ 계열 비만·당뇨약에 대한 관심이 크다. 다만 GLP-1 계열 치료제는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끊이지 않았다. 하지만 지난해 10월 갑상선암 발병과 연관성이 확인돼지 않는다는 연구결과에 이어 최근 자살·자해충동 간 연관성도 확인되지 않는다는 발표가 나오면서 부작용 리스크에서도 벗어나는 모습이다. GLP-1 계열 비만 치료제를 개발중인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도 속도를 낼 전망이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유럽의약품청(EMA)은 최근 GLP-1 계열 약물과 자살·자해충동 간 연관성을 확인하지 못했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아이슬란드의약품청이 '삭센다(리라글루타이드)'와 ‘오젬픽(세마글루타이드)’ 등 GLP-1 계열 약물을 투여받은 환자가 같은 위험성을 보이면서 시작된 조사인데 앞서 미국 식품의약국(FDA)도 올 1월 자살충동 간 연관성을 확인하지 못했다는 예비분석 결과를 낸 바 있다.


GLP-1은 인체 장기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의 일종으로 인슐린 분비를 촉진하고 포도당 생성에도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당초 당뇨병 치료제로 개발됐지만 식욕을 감소시키는 효능이 확인돼 최근 비만 치료제로 각광 받고 있다. 미국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2030년까지 해당 의약품의 시장 규모가 1000억 달러(약 136조원)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했다. 현재 GLP-1 계열 비만치료제 시장은 덴마크 노보노디스크 ‘위고비’와 미국 일라이릴리의 ‘마운자로’가 양분하고 있다.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에서는 부작용 리스크가 해소되며 비만 치료제 개발에 더욱 속도가 붙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자해충동 등과 관련이 없다고 밝혀짐에 따라 효능에 안전성까지 입증된 것”이라며 “GLP-1 계열 비만치료제 개발에 더욱 속도가 붙고 경쟁도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가장 빠른 연구 속도를 보이는 한미약품은 올해 초 ‘한국형 GLP-1 비만약(에페글레나타이드)’ 임상 3상 첫 환자 등록을 마쳤다. 이와 함께 ‘근 손실을 최소화하면서도 25% 이상 체중 감량 효과’가 예상되는 차세대 비만 치료 삼중작용제(HM15275)도 지난달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임상 1상 신청서를 제출했다. 해당 의약품은 각각 2028년과 2030년 상용화가 전망된다.


유한양행도 올해 1월 인벤티지랩과 세마글루타이드 등 GLP-1 성분의 비만·당뇨 치료 장기지속형 주사제에 대한 공동개발과 상업화 계약을 체결했다. 세마글루타이드는 노보노디스크의 비만치료제 ‘위고비’의 성분으로 주 1회 맞아야 하는 GLP-1 제제를 월 1회만 맞아도 되게끔 개발하는 게 목표다. 이 외에도 프로젠 등과 함께 비만치료제 후보물질을 탐색하고 있다.


일동제약은 자회사 유노비아를 통해 개발 중인 GLP-1 계열 후보물질의 임상 1상을 진행 중이다. 경구용 치료제라는 점이 특징인데 지난 2월 중국과 일본에서 물질 특허를 취득했다. 대웅제약은 2028년 상용화를 목표로 마이크로니들 패치 형태의 비만치료제에 대한 임상 1상을 조만간 시작할 계획이다. 동아에스티의 자회사 뉴로보 파마슈티컬스는 FDA로부터 비만치료제로 개발 중인 DA-1726의 글로벌 임상 1상을 승인 받았다.


제약·바이오 업계가 비만 치료제 부작용을 예의주시한 이유는 2008년 사노피의 비만치료제 ‘아콤플리아’가 우울증 등의 부작용 문제로 유럽에서 시판이 중단되고 FDA 승인을 받지 못해 시장에서 철수한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당시 아콤플리아의 실패로 머크, 화이자 등 글로벌 제약사들도 비만치료제 개발을 중단했다. 또 다른 제약업계 관계자는 “GLP-1 계열은 아콤플리아와 기전이 달라 같은 유사한 부작용이 크게 우려되진 않아 왔다” 며 “지난해 GLP-1 계열 치료제가 갑상선암 발병과 관련 없다는 결과가 나오는 등 안전성 데이터가 계속 확보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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