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고에 금리인하 손발 묶인 韓…PF發 부동산 위기 더 커지나

고금리에 PF부실 확산 우려에도
환율·유가 뛰어 금리결정 쉽잖아
이창용 "아직 피벗신호 못보내"
한일 재무, 환시장에 첫 공동 경고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2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금융통화위원회 기준금리 결정에 관한 기자 간담회를 하고 있다. 사진 제공=한은

‘3고(고환율·고물가·고유가) 현상’으로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시기가 더욱 늦춰질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한국의 통화정책 완화(피벗)와 관련해 “아직 신호를 보내지 않고 있다”며 결정이 어렵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최근 국내 증권사의 프로젝트파이낸싱(PF) 손실이 4조 800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분석되는 등 ‘부동산발 위기론’이 제기되면서 한은의 부담이 커졌다는 평가가 제기된다.


이 총재는 16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 일정 중 CNBC와의 인터뷰에서 “물가가 목표 수준으로 수렴할 것으로 확신할 때까지 통화 긴축 기조를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총재는 “한국은 미국이나 유럽과 달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근원물가 상승률보다 높은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의 소비자물가는 1월 2.8%를 기록한 뒤 2월과 3월 연이어 3.1%를 나타내는 등 한은의 목표치(2%)보다 높은 상황이다.


환율과 국제유가 역시 부담이다. 전날 원·달러 환율은 1400원을 터치한 뒤 외환 당국의 구두 개입으로 상승 폭을 반납한 바 있다. 환율이 1400원을 넘어선 것은 1997년 외환위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2022년 미국의 급격한 금리 인상기 등 총 세 차례뿐이었다. 국제유가 역시 이달 배럴당 90달러 수준까지 올랐는데 이스라엘과 이란의 충돌 양상이 어떻게 전개되느냐에 따라 120달러 이상 올라갈 가능성이 제기된다.



최상목(오른쪽)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6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스즈키 슌이치 일본 재무장관과 악수하고 있다. 사진 제공=기획재정부

이 총재는 최근 급격한 원화 약세와 관련해 “시장 펀더멘털을 고려할 때 최근의 변동성은 다소 과도하다”며 구두 개입에 나섰다. 전날에 이어 이틀 연속 외환당국의 구두 개입이었다. 또 “일본 엔화와 중국 위안화 약세도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최근 ‘강(强)달러’ 현상으로 원화와 엔화가 동반 약세를 나타낸 점을 설명한 것이다. 한일 재무장관은 이에 외환시장 안정에 대한 공동 대응에 나설 수 있다는 입장도 내놓았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스즈키 슌이치 일본 재무장관과의 면담에서 “외환시장 변동성에 적절한 조치를 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한일 재무 수장이 공동으로 외환시장 급변동에 대해 경고의 목소리를 내놓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환율과 유가가 상승세를 이어갈 경우 제조업의 원가 부담은 상당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무역협회는 국제유가와 원·달러 환율이 각각 10%씩 상승했을 때 국내 기업의 원가는 2.82% 오른다고 분석했다.


환율과 유가, 물가 등 경제 여건이 녹록하지 않지만 부동산발 위기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한국신용평가의 ‘금융권 부동산 PF 스트레스 테스트’에 따르면 지난해 9월 기준 증권사의 부동산 PF 노출액은 총 30조 원이 넘는다. 부동산 경기가 연착륙하더라도 부동산 PF 관련 손실은 4조 6000억 원 발생할 것으로 내다봤다. 고금리 기간이 길어질수록 부동산 PF 관련 부실은 더욱 늘어날 것이라는 게 금융권 안팎의 전망이다. 최근 비상거시경제금융회의 등을 통해 정부와 호흡을 맞춰 온 한은 입장으로서는 부동산발 위기를 줄이기 위해 ‘금리 인하 카드’도 고민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맞은 것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한은이 물가 안정을 이유로 지난해 2월부터 금리를 3.5%에 묶어두고 있는데 부동산 부문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며 “건설 업계의 연쇄 부실을 막으려면 금리 인하를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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