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백꽃 향기까지…일제강점기 경성 재현하다" '라 트라비아타 - 춘희'

■서울시오페라단, 25~28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서 공연
파리 사교계서 극배경 바꿔 연출
동·서양 조화 담은 파격적인 작품
"음악은 그대로" 오리지널티 지켜
이혜정·정호윤 등 캐스팅도 화려

16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서울시오페라단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 - 촌희' 기자간담회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바리톤 김기훈, 테너 손지훈, 소프라노 이지현, 지휘자 여자경, 박혜진 서울시오페라단장, 이래이 연출, 소프라노 이혜정, 테너 정호윤, 바리톤 유동직. 사진 제공=세종문화회관

“'라 트라비아타 - 춘희'에서는 여러 가지 만남들을 볼 수 있습니다. 서양식 가옥과 전통식 가옥, 양장과 한복, 20세기의 혼돈과 열망, 서양과 동양 문화가 경성이라는 공간 안에서 만나게 됩니다.”(박혜진 서울시오페라단장)


1948년 ‘춘희’라는 이름으로 공연된 우리 나라 최초의 오페라 공연 ‘라 트라비아타’가 서울시오페라단의 손에서 새롭게 탄생한다. 16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박 단장은 “라 트라비아타를 우리만의 이야기로 만들어 보았다”며 “많은 감동과 설렘을 선사할 것”이라고 소개했다.



16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서울시오페라단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 - 춘희' 기자간담회에서 테너 정호윤(왼쪽부터)과 소프라노 이혜정·이지현, 테너 손지훈이 ‘축배의 노래’를 부르고 있다. 사진 제공=세종문화회관

베르디의 걸작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는 원래 1800년대 프랑스 파리 사교계를 배경으로 하는 작품이지만 이번 공연은 레지테아터(시대와 공간 배경을 바꾸어 연출하는 것)로 공연된다. 1900년대 초반 경성을 배경으로 기생으로 위장하고 독립운동 자금을 모으는 여성 비올레타와 순수한 청년 알프레도의 이야기를 그렸다. 박 단장은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에서 모티브를 얻었다”며 “동양과 서양의 조화를 담은 파격적인 면 있는 오페라”라고 설명했다.


지휘는 대전시립교향악단 예술감독이자 상임지휘자인 국내 대표 여성 지휘자 여자경이 맡는다. 여 지휘자는 “아리아나 이중창은 무대 위 가수들에게 흐름을 맞춰주되 왈츠 등 3박자의 음악을 부각시켜 오페라 곳곳에 숨어 있는 춤들을 끌어내 보고 싶다”고 밝혔다. 이어 “캐스팅이 훌륭해 음악적인 재미를 많이 볼 수 있을 것”이라며 “각색과 변화가 있다고 해도 음악의 큰 변형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달 29일 서울경제신문이 주최하는 피아니스트 임동혁 초청 콘서트에서도 지휘봉을 잡는 여자경은 국내 대표 마에스트라만의 짙은 감성을 보여 줄 예정이다.



16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서울시오페라단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 - 춘희' 기자간담회에서 박혜진 서울시오페라단장이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 제공=세종문화회관

연출은 독일 베를린을 중심으로 오페라 연출을 하고 있는 이래이가 맡았다. 이 연출은 “베르디 시대의 이탈리아도 격동기였다는 점에서 경성으로의 각색이 잘 맞다고 생각했다”며 “비올레타가 개인의 자유의 가치를 깨닫는 것이 베르디가 의도했던 주제가 잘 드러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시대의 문제의식과 갈등에 초점을 맞춰 연출했다”며 “레지테아터지만 원전의 오리지널리티도 가져가고자 했다”고 말했다.


이번 공연에서 또 하나 인상적인 점은 ‘향’이다. 박 단장은 “관객 분들께서는 오페라 공연장에서 한 번도 느껴보신 적 없는 동백꽃 향을 느끼게 되실 것”이라며 “시각적, 청각적 즐거움은 집에서도 즐기실 수 있는 시대가 됐지만 향은 공연장이 아니면 맡으실 수 없으실 것”이라고 귀띔했다.



16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서울시오페라단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 - 춘희' 기자간담회에서 여자경 지휘자가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 제공=세종문화회관

이번 공연의 캐스팅도 화려하다. 비올레타 역은 소프라노 이혜정과 이지연이 맡는다. 알프레도 역에는 국내 최고의 테너 정호윤과 지난해 국내 최초로 차이콥스키 콩쿠르에서 우승한 테너 손지훈이 맡는다. 제르몽 역에는 바리톤 유동직과 함께 BBC 카디프 콩쿠르 우승자 바리톤 김기훈이 함께 한다. 손지훈은 “신예와 베테랑의 조화를 보실 수 있는 공연이 될 것”이라며 기대를 당부했다. 독일 아우크스부르크 오페라 극장에서 활약 중인 이지현은 “한국에서 오페라를 공연하는 것은 처음인데, 한복을 입고 노래하게 돼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이혜정은 “독립운동과 사랑 앞에서 갈등하는 원작보다 더 강인한 모습의 비올레타를 보여주겠다”고 했다. 공연은 25일부터 28일까지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열린다.



16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서울시오페라단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 - 춘희' 기자간담회에서 이래이 연출이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 제공=세종문화회관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