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HIV) 감염자에게도 장애 등록을 인정해야 한다는 국내 첫 행정소송이 열렸다.
17일 대구지법 행정1단독 배관진 판사는 HIV 감염인 A(72)씨가 대구 남구청을 상대로 제기한 장애인 등록 거부 처분 취소 행정소송 첫 심리를 열었다.
앞서 A씨는 지난해 10월 대구시 남구 한 행정복지센터를 찾아 장애인 등록 신청을 했지만 장애진단심사용 진단서가 없다는 이유로 반려 처분 통보를 받았다.
이에 지난 16일 HIV 감염으로 인한 우울증·말초신경염·골다공증·당뇨 등 7가지 합병증 증세를 담은 의사 소견서를 들고 다시 센터를 찾았지만, 접수 단계에서부터 진행이 불가능했다.
장애 진단 심사용 진단서는 장애 정도 판정 기준에 따라 발급된다. 현행 장애 정도 판정 기준에는 HIV 감염으로 인한 장애 인정 기준이 없다. 중증도 등을 개별 심의해 판단할 수 있도록 한 예외적 장애 인정 심사 제도가 있지만, 이 제도의 시행규칙에도 HIV는 없다.
대구 남구 측은 A씨 장애 상태를 확인할 수 있는 서류를 확인해야 장애 등록 심사를 의뢰할 수 있으므로 보완 서류를 제출하지 않아 반려했다고 밝혔다.
이에 배 부장판사는 구청 측에 보다 구체적인 답변서를 추가로 제출해달라고 요구하며 다음 달 29일 2차 변론기일을 열기로 했다.
한편 이날 재판에 앞서 대한에이즈예방협회 대구경북지회 레드리본인권연대는 대구지법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유엔 장애인권리위원회(CRPD)가 인정한 HIV 감염을 우리 정부도 인정하고 HIV 감염인의 장애 등록을 해달라”고 촉구했다.
이어 “HIV 감염으로 인한 면역장애는 주로 면역력 저하 혹은 결핍이라는 내분비계의 변이에 따른 내부기관 장애의 일종”이라며 “홍콩, 영국, 일본 등은 HIV 감염인을 제도적으로 장애인으로 간주하고 미국, 호주, 캐나다, 독일 등은 법 해석 과정에서 HIV 감염인을 장애인으로 인정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HIV 감염이 장애인복지법 시행령에 규정돼 있지 않다는 이유로 장애인 등록 신청이 거부돼서는 안된다”며 “비장애인보다 신체적·정신적 장애로 일상생활이나 사회생활에 상당한 제약을 받는지 등을 검토해 심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