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개 공정 표준화…브릴스, 로봇 솔루션 판도 바꾸다 [스케일업 리포트]

제조산업·현장별 표준 모델 개발
현대차·도요타 등 주요 고객사로
연간 300건 넘는 프로젝트 수행
작년 매출 157억으로 수직 상승
로봇 제조 등 사업 다각화도 준비

전진 브릴스 대표. 이호재 기자

이른바 로봇의 시대다. 전통 제조업은 물론 요식업장 등 일반 소규모 매장에서도 로봇이 광범위하게 쓰이기 시작하면서 로봇을 개발·생산하는 기업에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가히 열풍이라 부를 만한 상황 속에서 주목을 비교적 못 받고 있는 쪽은 로봇을 실제로 현장에 맞게 조정·적용하는 로봇 SI(System Integration·시스템 구축) 업체다. 사실 로봇은 그 자체로는 현장에 쓰일 수 없다. 공정이나 전력 구조, 작업자 동선에 맞게 최적화돼 있지 않으면 중간에 멈추거나 안전 사고가 발생하기 십상이다. 잘 만들어진 로봇 기계가 실제 현장에서 제대로 쓰일 수 있도록 조정하는 것이 SI 업체의 역할이다.




하지만 국내 다수의 로봇 SI 기업은 연 매출이 1억 원을 밑돌 정도로 영세한 규모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대부분 기업이 한 해에 10건 미만의 로봇 도입 사업을 수주해 사업을 영위하고 있어서다. 국내 로봇 산업 구조는 두산로보틱스와 같은 로봇 제조사가 로봇 기계를 만들면 수많은 SI 기업이 건별로 사업을 얻어 각종 제조 현장에 적용하는 방식으로 이뤄져 있다. 제조 현장별로 고려해야 하는 공정, 동선이 다르고 수주 건별로 투입해야 하는 전문 인력도 상당하다보니 한 기업이 여러 사업을 맡는 데에는 구조적 한계가 있어 왔다.


로봇 통합 솔루션 기업 브릴스는 로봇 SI 기업이 구조적으로 가지는 한계를 돌파해 내년 상장을 앞두고 있는 기업이다. 한 개의 기업이 하나의 공정, 하나의 제조 현장을 맡던 구조에서 벗어나 1년에만 300여 건의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다. 주요 고객사로는 현대차, 기아차, 도요타, 테슬라, GM, LG전자, LG에너지솔루션, SK온 등 글로벌 제조 기업을 두고 있다. 2022년 60억 원 수준이었던 매출액은 지난해 157억 원으로 수직 상승했고 이 중 50% 이상이 해외에서 나온다. 이런 성과에 다수의 대형 증권사가 브릴스에 재무적 투자를 했다.



제조업 로봇 도입 구조. 로봇 SI 기업 의존 방식.

로봇 솔루션의 ‘표준화’

브릴스의 핵심 경쟁력은 표준화에 있다. 어느 제조 공정이든 표준화가 중요하지만 로봇 솔루션의 경우에는 표준화가 쉽지 않았다. 종류가 최소 수백 가지인 로봇을 공정·동선·전력 사정 등이 각기 다른 각종 현장에 적용하는 산업 특성상 하나의 표준을 정해놓는 것이 어려웠던 것이다. 하지만 브릴스는 주요 적용 사례별 표준을 만든 뒤 이를 각종 현장에 미세 조정해 적용하는 방법을 택했다. 브릴스가 지금까지 개발한 표준은 약 50개다. 각종 제조 산업, 현장별로 알맞은 표준을 배합해 적용한다.


예를 들면 자동차 제조 과정에서 빠질 수 없는 공정은 타이어를 자동차 차체에 끼우는 작업이다. 사람 개입 없이 로봇이 이 일을 하려면 우선 공장 내에 쌓여 있는 타이어를 인식해 들어 올린 뒤 컨베이어벨트 위 차체를 포착하고 타이어를 끼워 넣어야 한다. 타이어는 통상 4개의 볼트를 조이는 방식으로 차체에 끼워야 해 차체 내 홈을 정확히 포착한 후 타이어 볼트를 조이는 작업도 필요하다. 브릴스는 이런 공정 특성을 정의한 후 일련의 과정을 표준으로 만드는 작업을 한다. 로봇 제조사별로 로봇 기계 특성이 다르므로 제조사별로 표준을 어떻게 적용시킬지도 미리 정해둔다.


이렇게 공정을 미리 표준화해두면 솔루션 적용 기간이 짧아지고 한번에 다수의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 있게 된다. 식품 산업을 예로 들면 시장에서 인기를 끄는 감자칩 류의 스낵은 보통 공장에서 감자를 직접 깎은 뒤 세척해 만든다. 감자를 깎는 작업은 주로 사람이 담당해왔는데 최근에는 로봇에게 작업을 맡기려는 시도가 늘고 있다. 로봇은 감자 표면을 인식한 후 120도씩 감자를 돌려 깎고, 이후 비전(시각) 인식을 통해 충분한 결과가 나왔을 때 세척 단계로 감자를 보낸다. 이 과정을 표준화하면 다른 채소, 야채류를 깎는 공정에도 어렵지 않게 적용할 수 있다.



제조업 로봇 도입 구조. 로봇 통합 솔루션 기업 의존 방식.

고객이 찾아오는 영업

표준화는 정확한 단가 계산으로도 이어진다. 이미 다수 공정이 표준화돼 있고 이를 적절히 배합해 현장에 적용하면 되기에 솔루션 적용 비용이 얼마나 들지 비교적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다. 로봇을 도입하는 기업은 투자 대비 수익률(ROI)을 중심으로 의사 결정을 한다. 1년에 인건비가 1억 원이 들어가는 공정이 있고, 도입 비용이 1억 원인 로봇이 있다면 로봇 투자 비용을 1년 만에 회수할 수 있게 된다. 이 계산에 들어가는 비용을 정확하게 제시할 수 있다 보니 고객 만족도가 높게 나타난다. 브릴스는 표준화를 기반으로 약 3주 정도 시뮬레이션을 돌려 비용 예측 정확도를 높이기도 한다.


정확한 ROI 제시는 고객 확보로 이어진다. 브릴스에 따르면 상담 기업 10곳 중 8곳 가량이 결국 브릴스 솔루션을 선택한다. 다수의 대기업과 협력하면서 기존에 쌓아둔 평판 효과가 클 뿐더러 새로운 로봇 도입에 따른 비용 제시도 명확하다보니 영업 성공률이 높게 나타나는 것이다. 때문에 브릴스에는 영업을 전담하는 부서가 따로 없다. 전진 브릴스 대표 혼자서 영업을 담당한다. 전 대표는 “회사에서 영업을 전담하는 인력이 본인 뿐”이라며 “고객이 회사로 찾아오는 영업을 하기에 따로 혼자서도 일을 감당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전진 브릴스 대표. 이호재 기자.

로봇 제조로 사업 확장

브릴스는 사업 다각화를 준비하고 있다. 로봇을 현장에 적용하는 것을 넘어 직접 로봇을 제조하는 프로젝트를 준비 중이다. 주로 중소기업에 납품하기 위해 가격은 저렴하되 성능이 좋은 제품을 만들려 하고 있다. 브릴스의 고객 98%는 대기업이다. 공정이 잘 정리돼 있고 대량 생산이 가능한 대기업 특성상 로봇 도입 리스크가 비교적 작아 도입률이 높게 나타난다. 반면 다품종을 소량 생산하고 공정도 자주 바뀌는 중소기업은 로봇을 도입하는 경우가 드물다. 1억 원을 들여 로봇을 도입한 후 공정이 바뀌면 투자 대비 수익을 충분히 얻지 못하게 되기 때문이다.


때문에 브릴스는 우선 로봇 단가를 낮추고 사후 관리(AS)도 철저히 제공하는 방향으로 사업을 기획하고 있다. 로봇은 사람의 인체로 비유하면 ‘머리, 팔’에 해당한다. 학습할 수 있는, 움직일 수 있는 능력은 갖추고 있지만 적절한 학습을 시키지 않으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 카메라, 집게, 절삭기, 드라이버 등 용도에 맞는 ‘손가락’을 제대로 맞추는 것도 필요하다. 공정이 바뀌면 새로운 기계 학습(머신 러닝)이 필요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브릴스는 로봇 솔루션 기업으로서 AS에 강점을 보일 수 있다고 자신한다.


전 대표는 “2015년 브릴스를 창업할 때 직원들에게 10년 뒤 꼭 기업을 상장시킬 것이라고 약속했다”며 “이 약속을 지킨 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로봇 솔루션 기업으로 성장을 지속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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