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의 이스라엘 본토 공습에 300여발의 무인기(드론)와 미사일을 섞어쏜 이란의 공습 방식이 알려지면서 다시 한번 현대전에서 드론의 위력과 존재감이 부각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유사한 공격을 할 경우 군사적으로 방어가 가능할 지에 대해 군 당국의 재점검과 대비책 개선을 서둘러야 한다고 지적한다
드론 강국 중에 한 곳이 이란이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공격에 사용하고 있는 드론이 ‘이란제’ 라는 점은 이를 반증하다. 이란제 ‘샤헤드-238 자폭드론’은 기존 드론과 상당한 차이가 있다. 제트 엔진이 달린 변형 모델이다. 샤헤드-238은 이스라엘의 하피 자폭 드론과 유사한 삼각형 날개를 지녔지만, 하피처럼 전파를 추적하는 것이 아니다. 지정된 GPS 위치를 공격하도록 만들어졌다. 미사일과 공격 방식이 유사하다.
이 모델은 지난해 9월 이란 TV에 방영된 파르참다르라는 다큐멘타리 예고편에서 피스톤 엔진이 달린 기존의 샤헤드-136과 달리 제트엔진이 달린 모델로 소개되면서 각국 군 당국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이란 아슈라 항공우주기술대학이 이 모델을 ‘샤헤드-238’로 명명하고, 새로운 자폭 드론의 위력에 대해 공개적으로 소개했다.
기존 샤헤드-136은 순항속도가 190km/h로 비행 방향만 알면 기관총 등으로도 격추할 수 있다. 하지만 제트엔진을 장착한 샤헤드-238은 그보다 훨씬 빨라져 요격이 어렵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다만 제트 엔진은 높은 열로 열 추적 미사일에 의해 드론이 쉽게 탐지될 수 있다는 큰 단점이 있다.
또 피스톤 엔진보다 터보제트 엔진이 연료를 더 소모하기 때문에 항속 거리가 기존 샤헤드-136 보다 짧을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에 샤헤드-238은 기존 모델과 달리 유도 방식도 추가된 것으로 알려졌다. 표준 모델은 샤헤드-136처럼 관성 항법 및 GPS 신호를 기반으로 자율 비행을 하지만 새로 공개된 영상에는 적외선/광학 센서 유도형과 레이더 유도형으로 보이는 두 가지 형태도 추가로 공개됐다.
레이더 유도부를 장착한 변형 모델은 적 레이더의 전자파 방출을 표적으로 삼는 대레이더 미사일과 비슷한 역할을 할 수 있다. 따라서 적의 방공 시스템을 무력화하는 데 효과적일 가능성이 높다.
반면 샤헤드-136은 서방측에서 항속거리를 1900km 정도로, 2023년 5월 이란혁명수비대(IRCG)가 한 전시회에서 소개된 내용에 의하면 2500km에 이른다. 샤헤드-136은 중량 50kg의 탄두를 포함해 중량 200kg이며, 엔진은 4기통의 MD550을 사용하고 순항속도는 185km/h다.
일각에서는 샤헤드-238은 세 대의 동체가 모두 검은색을 띠고 있어 레이더 흡수 물질을 사용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최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야간에 공격하면서 검은색 페인트로 칠해진 샤헤드-136을 사용한 것이 드러났지만, 샤헤드-238과의 연관성은 알려지지 않았다.
재미있게도 이란에서 첨단 드론도 있지만 드론 잡는 미사일도 개발했다. 일명 ‘358’이라 불리는 드론과 미사일을 결합한 독특한 무기다. 중동 전역으로 퍼지면서 중동 내 전쟁 양상도 달라지게 만들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실제 358은 일명 ‘드론잡는 드론’이라 불리며 중동 군벌조직들에게 각광받는 신형 무기로 알려졌다.
358 미사일은 현재 시리아와 이라크는 물론 예멘 후티반군, 헤즈볼라 등 중동 주요 군사조직들이 대부분 활용하고 보유 중인 무기로 알려진 미사일이다.
이 무기는 독특한 외형을 갖고 있다. 전체 형태는 긴 원통형의 미사일 외형이지만 여러개의 날개가 달려있다. 드론과 미사일을 합쳐놓은 듯한 외형으로, 실제 미사일이지만 드론처럼 장시간 비행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비즈니스인사이더에 따르면 358 미사일은 실제 운용방식이 일반 미사일과는 완전히 다르다. 미사일이 보통 설정된 목표를 향해 날아가 목표물을 타격하는데 비해 이 358 미사일은 발사 지역 인근을 빙빙 돌며 8자식의 배회 비행을 하다가 근처를 지나가는 소형 드론이나 미사일을 발견하면 스스로 조준해 이를 요격하는 방식이다.
특히 표적이 없으면 연료가 다 떨어질 때까지 주변을 배회하며 목표가 될 드론을 스스로 탐색하는 것도 가능하다. 일반적인 탄도미사일보다 속도는 훨씬 느리지만, 레이더로 붙잡기 어려운 자폭용 드론을 잘 요격할 수 있는 이유다. 이러한 운용방식 덕분에 드론잡는 드론이라 불리고 있다.
이란이 이 같은 무기체계를 구축할 수 있었던 배경은 무엇일까. 군사 전문가들은 북한과의 기술적 연계가 큰 역할을 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북한과 이란은 1980년대부터 미사일 분야 협력관계를 구축했고 40년 넘게 서로 기술과 무기를 주고 받은 관계다.
실제 지난 2019년 미 국방부 산하 국가정보국(DIA)이 발표한 보고서에는 이란의 탄도미사일 등 무기체계와 북한의 기술이 연계돼있다는 내용이 들어가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이란은 1980년대부터 북한에 독자 스커드 미사일 개발을 위한 자금을 지원했고, 이후 북한은 이란에 스커드 미사일을 판매하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 당국에서는 이란의 주력 중거리탄도미사일(MRBM)인 액체연료 추진형 ‘샤하브3’ 미사일도 북한의 노동 미사일을 개량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2017년 이후 이란에서 생산한 또다른 MRBM ‘코람샤르’도 북한의 무수단 미사일 생산기술이 적용된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에는 이란의 드론 기술이 북한 드론에 적용됐을 것이란 추정도 나오고 있다. 당장 지난 2022년 12월 서울과 김포와 파주, 인천 강화 지역을 침범했던 북한의 드론 5기에 대해 미국에서 이란 드론 기술이 도입됐을 가능성이 제기된 바 있다.
당시 켄 고스 미국 해군분석센터 선임국장은 “북한은 1990년대부터 무인기 기술을 연구해왔지만 최근 우리가 본 것과 같은 비행 시간과 회피 능력을 보여주지는 못했다”며 “북한은 오랜 국방기술 협력국인 이란으로부터 받은 무인기나 무인기 기술을 활용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