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투세 대비하는 증권사…절세 셈법 복잡해 '계좌 쏠림' 우려

NH증권 TF팀 가동 등 '물밑 준비'
野 총선 압승에 시행 가능성 커져
'세금 줄여 수익 극대화' 화두 부상
개인이 최적 취득가액·손익 계산
전산통합 안돼 한 곳에 집중이 유리
증권사 고객유치 치열한 경쟁 전망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월 서울 영등포구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2024 증권·파생상품시장 개장식’에서 금투세 폐지를 추진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10일 치러진 총선 결과에 따라 당장 내년부터 금융투자소득세가 시행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증권사들이 물밑 작업에 들어갔다. 금융투자 수익의 최대 27.5%에 이르는 세금을 줄이는 것이 개인투자자들 사이에서 화두로 떠올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특히 금투세가 도입될 경우 여러 계좌로 나눠 투자하던 투자자들이 소수의 특정 증권사로 몰릴 가능성이 커지면서 증권사들은 고객 유치에 사활을 걸 수밖에 없게 됐다.


18일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NH투자증권은 내년 시행 예정인 금투세에 대비해 텍스 센터 산하에 금투세 TF팀 가동을 준비하고 있다. NH투자증권 관계자는 “2022년부터 금투세 도입에 대비해 조금씩 준비해왔는데 시행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대응 방안을 구체화하기 위한 준비에 착수했다”며 “금투세 관련 세금 분석 및 절세 솔루션 등 대고객 서비스를 함께 제공할 구상”이라고 밝혔다. NH투자증권은 지난해 11월 고객이 종합 소득 관리 차원에서 자기 주도적으로 세금을 관리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TAX 플랫폼’을 업계 최초로 선보인 바 있다. 이번 TF팀을 통해 금융투자 수익을 절세 혜택과 연계해 시너지 효과를 모색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신한투자증권은 2022년부터 운영해오던 금투세 TF팀을 계속해서 유지하고 있다. 지난해 시행 예정이던 금투세가 여야의 의견 차이로 도입이 내년 초로 미뤄진 만큼 대응하는 차원에서다.


삼성·미래에셋·KB 등 주요 증권사들도 금융 당국과 시장의 움직임을 예의 주시하는 것은 마찬가지다. 증권 업계의 한 관계자는 “‘금투세를 폐지해 달라’는 국회 청원이 5만 명을 넘기고 금융감독원장도 폐지를 고려해야 한다고 밝힌 만큼 제도가 (시행되더라도) 구체적으로 어떻게 시행될지 경과를 지켜봐야 하는 상황 아니냐”며 "제도 시행의 윤곽이 잡히는 대로 본격적인 준비에 나설 것”이라고 전했다.




증권사들이 선거 직후 곧장 금투세 시행 관련 물밑 작업에 들어간 것은 금투세 도입으로 투자 수익뿐만 아니라 절세도 고객의 입장에서 자본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방법으로 떠오를 것이 확실하기 때문이다. NH투자증권 관계자는 “고객의 절세 혜택을 위해 여러 전략을 모색 중”이라며 “현재 구체화된 솔루션을 준비하는 단계”라고 말했다.


증권사들은 앞으로 고객의 증권 계좌 쏠림 현상이 심화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금투세가 투자 수익에서 발생한 수익을 정부가 원천징수한 뒤 개인이 손익 통산을 계산해 공제액을 증빙하는 방식으로 부과되기 때문이다.


특히 금투세 도입 직전 투자자들이 주식을 대거 팔아치우는 투매 등을 막기 위해 정부가 의제 취득 가액 산정 방식을 적용하겠다고 예고하면서 절세 셈법은 더욱 복잡해졌다. 의제 취득 가액은 금융 상품 실제 취득 가액과 2024년 12월 말 시세(종가) 중 높은 가격을 취득 가액으로 인정하는 제도를 말한다. 둘 중 높은 가격을 택할수록 과세 대상액이 줄어 투자자에게 유리하다. 가령 한 투자자가 예전에 2만 원에 매수한 특정 주식이 내년 말 5만 원이고 금투세가 시행되는 2025년 매도 시 6만 원이라고 가정하자. 이 경우 의제 취득 가액이 적용되면 취득 가액은 2만 원이 아닌 5만 원이 돼 차익은 1만 원에 그친다.


증권사들은 자체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이나 홈트레이딩시스템(HTS) 내에서는 고객들에게 유리한 취득 가액을 자동으로 산정해주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하지만 증권사들 간 전산 통합까지는 무리가 있어 여러 증권사의 계좌를 이용하는 투자자는 개인이 직접 최적의 취득 가액을 산정해야 한다.


예컨대 A증권사에서 S전자 주식을 7만 원에, 같은 주식을 B증권사에서 8만 원에 구입한 경우 원 매수가가 유리한지, 12월 말 종가가 유리한지 개인이 직접 계산해야 한다. 여러 증권사 계좌의 투자 수익을 합산해야 하는 경우와 타인 명의의 주식을 증여받을 때도 마찬가지다. 증권 업계 관계자는 “금융투자 수익률을 신경쓰기도 복잡한 고객의 입장에서는 주식이나 채권을 여러 계좌에 나눠 담아 절세 공식을 직접 계산하는 것보다 주식을 한 곳으로 모아 증권사에서 제공하는 MTS 서비스를 이용하는 게 훨씬 수월할 수밖에 없다”며 “이 경우 중소형보다는 대형 증권사들을 중심으로 고객이 몰릴 가능성이 있어 우려된다”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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