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관리(HR) 전문 기업들이 채용 시장 장기 불황 속에서도 인수합병(M&A)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몸집 불리기가 시급한 리멤버 등 후발주자는 물론이고 최근에는 업계 양강인 사람인과 잡코리아까지 M&A에 공격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다. 경쟁사들이 앞서가고 있는 특화 분야 경쟁력을 추가로 확보하고, 수시 채용 확대, 외국 인력 수요 증가 등 시장 환경 변화에 신속하게 대응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잠재력을 갖춘 기업을 확보하기 위한 HR회사들의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최근 기업 채용 관리 솔루션(ATS) 업체인 나인하이어를 인수해 화제가 된 잡코리아가 대표적이다. ATS는 서류평가부터 면접 단계까지 일정 조율과 평가 단계 등 인사·채용 담당자의 시간을 대폭 줄여줘 각광을 받고 있다. 특히 수시 채용 기조가 본격화되면서 기업의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다. 실제 사람인은 기업용 채용 관리 솔루션인 '리버스'를, 인크루트는 '인크루트웍스'를 출시하는 등 업계 내 경쟁도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잡코리아 관계자는 “나인하이어와 같은 규모의 회사를 인수한 것은 창립 이래 처음”이라며 “이번 인수를 통해 전통적으로 주력했던 채용 공고 등록 외에도 기업 고객 대상 서비스를 대폭 강화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다. 나인하이어의 무료 요금제를 출시하고 채용 공고 연동 작업을 추진하는 등 시너지 효과가 본격적으로 발생할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잡코리아의 나인하이어 인수 금액은 외부에 공개되지 않았지만 업계에선 수백억원 대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사람인은 지난해 7월 아르바이트 매칭 플랫폼 ‘동네알바’를 운영하는 라라잡을 인수했다. 잡코리아가 장악하고 있는 알바 플랫폼 시장에 도전장을 던진 것이다. 앞서 사람인은 리멤버 운영사인 드라매앤컴퍼니에도 약 800억 원 규모의 대형 투자를 단행한 바 있다.

그동안 업계에서 M&A에 가장 공을 들였던 회사로는 리멤버가 첫손에 꼽힌다. 리멤버는 2021년 시리즈D 투자 유치 이후 지난해까지 5곳의 업체를 잇따라 인수했다. 대표적으로 지난해엔 임원급 전문 헤드헌팅 회사 브리스캔영을 인수했다. 브리스캔영은 1996년 설립된 국내 1세대 헤드헌팅 회사다. 주로 기업 C레벨 경영진 등 임원급 인재 추천을 중심으로 한다. 주로 글로벌 HR회사들이 주도권을 잡고 있던 분야에서 국내 기업 중에서는 브리스캔영이 드물게 전문성을 갖춘 점을 고려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직접 인수에 뛰어들지는 않더라도 지분 투자를 통해 미래 성장 동력을 확보하려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원티드랩은 2022년부터 최근까지 약 6곳에 지분 투자를 단행했다. 원티드랩은 업계에선 이례적으로 투자 전문 자회사인 원티드랩파트너스를 만들기도 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현재까지 인수 합병은 알바, 긱(Geek) 마켓 등 기존 HR 사업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분야 위주로 이뤄졌다. 새로 서비스나 플랫폼을 만들기 위해 투입해야 할 비용이나 인력 등을 고려할 때 기존 기업을 인수(투자)하는 것이 보다 효과적이라는 판단이 작용한 것”이라며 “최근에는 개발자 교육 등 기존 산업과 유관 분야에 투자함으로써 미래 성장을 도모하려는 모습”이라고 전했다.

업계에서는 채용 시장 불황이 이어지고 있는 올해에도 중대형 인수합병 사례는 꾸준히 나올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한 HR회사 임원은 “인력 파견 등에 강점이 있는 우량 기업들이 M&A 러브콜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자금력을 갖춘 회사들은 전통적인 HR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업종에 대한 투자에 적극 나서는 사례도 나올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