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킹 우려에서 자유로운 ‘어둠의 메신저’ 텔레그램의 월간 사용자가 1년 안에 10억 명을 돌파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세계적으로 월간 사용자가 10억 명이 넘는 메신저는 페이스북·인스타그램 등 6곳에 불과한 만큼 텔레그램은 투자자들에게도 매력적인 투자처로 관심을 받고 있다.
17일(현지 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텔레그램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인 파벨 두로프는 미국 언론인 터커 칼슨 전 폭스뉴스 앵커와 진행한 화상 인터뷰에서 “현재 텔레그램의 월간활성이용자(MAU)가 9억 명이고 아마도 1년 안에 10억 명을 넘을 것”이라고 말했다. 두로프의 전망대로 내년에 텔레그램 MAU가 10억 명을 돌파할 경우 2021년 5억 명을 기록한 지 4년 만에 두 배로 늘어나는 것이다.
현재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 본사를 둔 텔레그램은 러시아 태생의 두로프가 2013년 설립한 회사로 그가 100%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텔레그램은 설립 초기 주로 가상자산 커뮤니티로 사용돼오다 메시지가 암호화돼 비밀 대화가 가능하고 프라이버시가 보호된다는 점이 알려지면서 전 세계적으로 사용자가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두로프는 2007년 고향인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동생 니콜라이와 함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프콘탁테(VK)를 공동 창업하며 ‘러시아의 마크 저커버그(페이스북 창업주)’라는 별명을 얻었다. 이후 그는 2013년 동생과 함께 텔레그램을 설립했고 우크라이나 VK 사용자의 데이터를 제출하라는 러시아 보안 기관의 요구를 거부한 뒤 망명길에 올랐다.
텔레그램은 페이스북·유튜브·인스타그램·틱톡·위챗과 함께 주요 SNS 플랫폼 중 하나로 꼽힌다. 특히 옛 소비에트연방 지역에서 영향력이 가장 큰 텔레그램은 2022년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현지 상황을 전 세계에 여과 없이 전달하는 주요 출처로 활용되면서 다시 한번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두로프는 중립성을 텔레그램의 핵심 가치로 보고 있다. 텔레그램이 야당 운동가들과 정부 모두가 사용하는 SNS이지만 어느 편도 들지 않겠다고 그는 평소 강조해왔다. 두로프는 “UAE가 초강대국들과 동맹을 맺지 않은 중립 국가라는 점에서 망명지로 선택했다”며 “중립 플랫폼(텔레그램)을 위한 최고의 장소라고 느꼈다”고 설명했다.
그는 언론의 자유와 관련해 가장 큰 도전자로 애플을 지목하고 있다. 두로프는 “플랫폼은 기본적으로 스마트폰으로 읽고 액세스할 수 있는 모든 것을 검열할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텔레그램이 조만간 기업공개(IPO)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텔레그램의 수익성이 높아질수록 미국 상장을 추진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두로프는 최근 글로벌 기술 펀드들로부터 300억 달러 이상의 가치 평가를 제안받았지만 IPO를 고려해 지분 매각을 거절한 것으로 전해졌다. 자본시장으로부터 텔레그램의 가치인 중립성을 지키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텔레그램은 2021년부터 광고와 유료 기능을 도입해 연간 수억 달러의 수익을 올리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달 채권 판매를 통해 약 4400억 원의 신규 투자금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각에서는 텔레그램이 러시아 정부와 연결돼 통제되고 있고 크렘린궁의 압박에 3억 달러를 받고 VK 지분을 팔았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이에 대해 두로프는 “어떤 정부로부터도 명령을 받아들일 수 없어 러시아를 떠나기로 결정했다”며 “텔레그램의 성장을 우려하는 경쟁자들이 퍼뜨린 거짓 소문”이라고 일축했다.
그는 평소 돈이나 비트코인 외에 부동산·전용기·요트 같은 자산에는 관심을 두지 않는다고 말했다. 지난해 포브스 발표에 따르면 두로프의 재산 규모는 155억 달러(약 21조 4600억 원)로 추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