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가 지금 어떤 상태냐고? 이 전시회 가면 한 눈에 볼 수 있다!

갤러리 신당 재개관전
CCPP 기후환경 사진 프로젝트 -컨페션 투 디 어스(Confession to the Earth)
글로벌 환경 사진 작가 5인 작품 100여 점 전시
75평→300평 규모로 커진 전시관서
세계 곳곳서 나타나는 기후위기와
망가져가는 인간의 모습 포착

기후온난화로 전세계 곳곳의 땅과 사람, 동물들이 위협받고 있는 상황을 생생하고 극적으로 묘사한 세계 최고의 사진작가들의 사진 전시회가 서울 한복판에 열린다. 서울 중구문화재단은 서울 충무아트센터의 새 공간인 ‘갤러리 신당’에서 오는 9월 8일까지 'CCPP 기후환경 사진 프로젝트 -컨페션 투 디 어스(Confession to the Earth)'을 개최한다고 밝혔다.


전시 제목인 ‘컨페션 투 디 어스’는 우리말로 ‘지구에 대한 고백’이라고 번역할 수 있다. 잉마르 비욘 놀팅, 이대성, 맨디 바커, 닉 브랜트, 톰 헤겐 등 사진작가 5인은 지구가 언제 사라질지 모르는 시한부 인생을 살고 있다는데 동의하고 각자의 지역에서 탐험하듯 살펴본 지구의 모습을 약 100여 점의 사진에 담아 선보이고 있다.


인간의 손에 망가졌지만…지구는 여전히 장엄하다

전시는 기후온난화로 변해가는 지구와 인간의 모습을 한 편의 연극처럼 대조해 보여준다. 전시장 입구에서 중반부까지는 인간의 손이 닿아 바뀌어버린 지구 환경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전시관에서 가장 먼저 만나볼 수 있는 영국 출신의 사진 작가 닉 브랜트의 ‘싱크/라이즈' 시리즈는 피지 섬 연안에 살고 있는 원주민들의 모습을 포착했다. 해수면 상승으로 삶의 터전을 잃을 위기에 처한 원주민들. 이들은 계속 육지에서 밀려나고 있고, 작가는 상상력을 동원해 이들이 언젠가는 바다 밑까지 밀려날 수 있다고 경고한다.



닉 브랜트, SINK - RISE _ Onnie-and-Keanan-on-Seesaw,-Fiji,-2023.사진제공=중구문화재단


전시장 안쪽으로 들어가면 ‘아름다운 쓰레기’ 사진으로 이미 세계적으로 잘 알려진 맨디 바커(Mandy Barker)의 ‘바다를 뒤덮은 존재’ 시리즈가 등장한다. 작가는 전세계 거의 모든 해안가에서 볼 수 있는 쓰레기를 카메라에 담고 그 사진을 편집해 플라스틱 ‘과소비의 위험’을 이야기한다. 작가가 해안가에서 발견한 쓰레기의 종류는 축구공, 어린이 장난감 등으로 다양하고 그 수는 헤아릴 수 없이 많다. 해양 쓰레기는 생태계를 근본적으로 파괴한다. 해양 쓰레기는 세계 어디에서나 발견된다. 실제로 작가가 이번 전시를 위해 전시장 벽면을 채우는 크기로 제작한 축구공 사진 앞에는 실제 낡은 작은 축구공이 하나 놓여있다. 그 축구공은 작가가 국내 속초 인근에서 발견한 공이다. 잠깐 방문한 한국에서도 쓰레기는 예외없이 발견되는 셈이다.



맨디 바커, Mandy_Barker_PENALTY_EUROPE. 사진 앞에 놓여진 공은 속초의 바다에서 수집한 축구공이다. 사진=서지혜 기자


톰 헤겐은 카메라를 공중으로 띄워 항공사진으로 인간이 지구를 망가뜨리고 있는 모습을 보여준다. 오늘날 지구상에서 인간의 손길이 닿지 않은 곳은 거의 없다. 그는 무분별하게 개발이 일어나고 있는 인도네시아 보루네오섬, 독일, 미국, 멕시코, 스페인 등을 방문해, 항공사진으로 인간의 손이 닿은 곳 마다 황폐해져가는 지구의 모습을 한 폭의 추상화처럼 사진에 담았다.



Tom Hegen - Illegal gold mining near Palangka Raya, Borneo, Indonesia, 2023. 사진제공=중구문화재단


멈추지 않는 욕망, ‘아픈 건 지구가 아니라 인간’

전시장 가장 안쪽에 위치한 독일 작가 잉마르 비욘 놀팅(Ingmar jon Nolting)과 한국 작가 이대성의 ‘강제퇴거’ 시리즈가 이를 대변한다. 잉마르 비욘 놀팅의 작품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전세계에 석탄 사용량이 급격하게 늘어난 가운데, 갈탄 채굴의 최후의 성지가 된 독일의 뤼체라트 광산의 모습을 보여준다. 사진 속 환경운동가들은 채굴에 반대하는 시위를 하고 하며 경찰과 대치하고 있다. 작가는 이를 통해 작은 시골 마을이 에너지 회사의 요새로 변해가는 일련의 과정을 보여준다. 이대성은 해수면 상승으로 50% 이상 잠겨 버린 인도 고라마라 섬의 난민들의 모습을 사진에 담았다. 이 섬에는 섬의 자원으로 생계를 이어가는 농부와 어부들이 살고 있다. 인도 정부는 20년 안에 이 섬을 폐쇄할 계획이지만 주민들에게는 어떠한 보상안도 마련되지 않았다. 작가는 “침식되는 해안과 사라지는 풀은 점점 황폐해지는 해안에서 그 자체로 아름다움을 보여준다”며 “이는 인간의 손이 빚어낸 비극적인 아름다움”이라고 말했다.



잉마르 비욘 놀팅, Eviction_05. 사진제공=중구문화재단.

이대성, Ghormara. 사진제공=중구문화재단


전시를 기획한 기획자들과 작가들은 ‘지구가 시한부 인생을 살고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들의 작품 속 지구는 변했을 뿐 망가지진 않았다. 해수면이 상승했고, 더워졌다. 그렇지만 이들이 포착한 지구는 여전히 장엄하고 아름답다. 망가지고 있는 건 인간이다. 그래서 지구의 아름다움은 이대성 작가의 말처럼 비극적이다.


이번 전시는 기존 75평에서 300평 규모로 확장된 갤러리 신당의 재개관 기념 기획전으로 오랜시간 국내 최고의 사진 작가로 활동한 조세현 중구문화재단 사장이 작품 선택과 큐레이션을 맡았으며, 2023 부산 국제사진제를 성공으로 이끈 석재현 예술감독이 전시 기획을 총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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