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AEA "핵시설, 군사충돌 표적 돼선 안돼…사태 주시"

[이스라엘, 이란 기습 재보복]
◆ 다시 주목받는 이란 핵시설
이스파한, 이란 핵개발 중심지
확전땐 '핵 무기화' 부추길수도

이란 테헤란에서 열린 핵 개발 성과 전시회에서 한 학생이 이란이 국내에서 만든 원심분리기들을 살펴보고 있다. AP연합뉴스

이스라엘이 19일 새벽(현지 시간) 이란 본토에 대한 공격을 감행하면서 이란 내 핵 시설에 국제사회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스라엘이 이란의 핵 개발 기지 인근을 타격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양국 간 충돌이 ‘핵 시설’로 번질 경우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기 때문이다.


미국 CNN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이스라엘은 이날 이란 중부 이스파한 지역에 미사일 등을 동원해 공습을 가했다. 전문가들은 이스라엘이 이스파한을 겨냥한 것은 이란의 핵 시설에 대한 경고 메시지를 발신하기 위한 노림수라고 보고 있다. 이스파한은 핵무기와 이를 실어 나르는 극초음속·중장거리 탄도미사일이 함께 개발되는 이란 핵 개발 프로그램의 핵심 기지로 알려져 있다.


이스파한 인근에 자리한 나탄즈 우라늄 농축 시설은 핵폭탄 제조에 필요한 90% 이상 고농축우라늄(HEU)을 생산할 수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올 1월 이란 포르도 지하 핵 시설 조사 당시 핵무기 제조 수준에 버금가는 농도 83.7%의 우라늄 입자가 발견됐다는 보고서를 회원국에 제출했는데 이는 무기급(90% 이상)으로 도달하기 위해 약간의 공정만 필요한 수준이다.


과거 이스라엘은 지속적으로 이란의 핵 개발을 저지하려는 드론 공격 등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번 공습에서 핵 시설에 대한 직접적인 타격은 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IAEA는 19일 X(옛 트위터)에 “IAEA는 이란의 핵 시설들에는 피해가 없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면서 “(이란의) 상황을 매우 면밀히 지켜보고 있다”고 밝혔다. 이란 국영방송도 이스라엘 타격 소식이 전해진 직후 곧바로 “중요한 핵 시설을 포함해 지역의 모든 시설이 안전하다”고 보도했다.


국제사회는 중동 지역에서 ‘핵 변수’가 표면화할 경우 이스라엘·이란 충돌 사태의 양상이 걷잡을 수 없는 상황으로 비화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이란 혁명수비대 핵 안보 담당 사령관 아흐마드 하그탈라브는 18일 “시온주의자 정권(이스라엘)이 우리의 핵 시설을 공격한다면 그들의 핵 시설도 첨단무기로 고스란히 보복당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에 라파엘 그로시 IAEA 사무총장은 19일 양측 모두에 극도의 자제를 촉구하면서 핵 시설은 결코 군사 분쟁의 목표물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점을 거듭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이스라엘의 이번 공격이 이란의 핵폭탄 개발을 부추기는 트리거가 될 수 있는 우려 섞인 관측도 내놓고 있다. 미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는 이스라엘이 이란의 핵시설을 공격하는 것은 이란이 핵 비확산 조약을 어기고 핵폭탄 개발을 서두르도록 부추길 수 있다고 짚었다. 프린스턴대 중동 안보 및 핵 전문가인 호세인 무사비안도 "이란이 핵 프로그램의 방향을 무기화로 틀 수 있도록 만들 수 있는 유일한 요소"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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