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봄비에 선명해진 군포철쭉축제

10회 째 맞은 경기 서남권 최대 꽃축제 봄비 속 '개봉'
이른 개화에 예년보다일정 8일 앞당겨 때마침 꽃 '만개'
'꽃 없는 축제'에 실망했던 시민들 '철쭉본색'에 함박웃음

20일 오후 봄비 속에서 활짝 핀 군포 철쭉동산 철쭉들. 사진 = 손대선

20일 오후 1시께 찾은 군포시 산본동 철쭉 동산에는 시간 당 1~2mm의 가랑비가 내리고 있었다. 2만㎡ 면적의 동산에 식재된 약 22만 그루의 철쭉들은 이날 개막한 ‘군포철쭉축제’의 주인공이 자신들임을 봄비에 한결 선명해진 연분홍빛 꽃잎을 통해 증명하고 있었다. 철쭉동산 건너편 도장중학교 교문 앞에서 바라보면 연분홍빛 물결이 동산 야외 무대에서 시작해 언덕 위쪽으로 휘몰아치는 듯했다. 자산홍이 이 물결의 대부분을 채웠다. 식재량은 적지만 영산홍, 산철쭉, 백철쭉은 저마다 선명한 색으로 나름의 존재감을 뽐내고 있었다. 형형색색의 우산을 쓴 시민들은 꽃물결이 굽이치는 치는 곳마다 걸음을 멈추고 사진찍기에 열중했다.


올해로 10회째를 맞은 군포철쭉축제는 20여 년 전 송전탑이 세워진 산본 신도시의 삭막한 언덕에 시민의 손으로 직접 조성한 철쭉동산을 중심으로 다양한 체험과 문화예술 프로그램을 더한 군포시 대표 축제다. 2017년 한국관광공사 주관 ‘봄에 가고 싶은 명소’로 소개된 이래 2018년과 2019년, 2023년 경기관광대표축제로 선정될 만큼 경기 서남부권 최대의 봄축제로 인정받고 있다. 지난해 축제 때에는 30여 만 명이 몰렸다.



20일 오후 군포시 철쭉동산에서 상춘객들이 비는 아랑곳 하지 않고 꽃 구경을 하고 있다. 사진 = 손대선 기자

군포시가 주최하고 군포문화재단이 주관해 열리는 올해 축제는 '지하철 타고 떠나는 봄꽃 여행, 핑크빛 세상 군포철쭉축제’를 슬로건으로 내걸었다. 교통의 요지인 지하철 4호선 수리산역 인근에 자리해 서울과 경기, 인천 시민들이 주야간 시간 부담 없이 가벼운 마음으로 찾을 수 있는 축제다.


올해는 이상 저온과 고온이 빈발한 탓에 여타 지자체가 진행한 봄꽃 축제 상당수가 ‘꽃없는 꽃축제’로 진행됐다. 군포시는 이 같은 점을 고려해 축제 기간을 예년보다 8일 앞당겼다. 일조량과 기온이 절묘하게 맞아 떨어지면서 축제 개막일인 20일부터 28일까지 시민들은 군포에서 ‘철쭉본색’을 제대로 즐길 수 있게 됐다.


만개한 꽃소식을 들었는지 궂은 불구하고 이날 점심시간을 기점으로 시간 당 수천 명의 시민들이 철쭉동산을 찾아 축제의 시작을 함께 했다.



20일 오후 새단장한 군포시 철쭉동산 폭포 앞에서 시민들이 사진촬영을 즐기고 있다. 사진 = 손대선 기자

모처럼만에 제대로 된 꽃축제를 맞은 시민들은 크게 만족하는 모습이었다.


안양에서 4살 연하의 애인과 함께 철쭉동산을 찾았다는 손모(43)씨는 “얼마 전 벚꽃놀이를 갔는데 도로 옆으로 단조롭게 조성돼 아쉽다는 느낌이 있었는데, 이곳은 동산을 중심으로 여러 가지를 다양하게 즐길 수 있는 것 같아 좋다”며 “비가 아쉽기는 하지만 비 덕에 철쭉 색이 더 선명해진 것 같기도 하다. 즐거운 마음으로 구경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 동대문구에서 왔다는 장세영(49)씨는 “회사동료의 추천으로 어머님을 모시고 가족들이 놀러왔다”며 “수리산역하고 가까워 가벼운 마음으로 왔는데 꽃들이 예쁘게 피어 어머님도 좋아하셔서 나도 만족한다”고 말했다.


안양 사는 동갑내기 동성친구의 권유로 서울 송파구에서 주말나들이 왔다는 박모(33·여)씨는 “사는 곳은 공원이 곳곳에 있어서 꽃들이 많은 편”이라면서도 “서울과 달리 군포의 꽃들은 유독 색이 뚜렷한 것 같아 사진찍기에 그만 인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 남자친구가 없는데 내년에는 남자친구와 함께 놀러오고 싶다”며 환하게 웃었다.


군포 시민들은 철쭉 축제에 대한 자부심을 숨기지 않았다.



20일 오후 군포시 철쭉동산 '차없는 거리'에서 철쭉 쿠키 체험활동하고 있는 어린이들. 사진 = 손대선 기자

수리동에 살고 있다는 김지영(41·여)씨는 딸 최현아(7)양과 체험 프로그램을 즐기다가 동네 축제자랑을 했다.


김씨는 “축제가 처음 시작할 때부터 왔다. 철쭉하면 군포 아닌가. 코로나 때문에 몇 년 중단돼 아쉬웠다. 작년에 재개됐는데 하필 꽃이 일찍 지는 바람에 아쉬움이 있었다”며 “올해는 제때 핀 데다 폭포 같은 곳도 새롭게 단장해서 예쁘게 구경할 수 있다. 많은 분들이 구경 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20일 오후 군포시 철쭉동산 '차없는 거리'에서 카네이션 만들기 하고 있는 어린이. 사진 = 손대선 기자

산본동에서 친구들과 함께 왔다는 김모(40)씨는 “가족이 함께 와도 좋다. 철쭉동산 말고도 초막골생태공원 캠핑장이 있고, 아이들이 좋아하는 국수나 우동 같은 군포에서만 맛볼 수 있는 먹을거리도 특별하다”고 말했다.


철쭉동산 외에도 축제의 장은 드넓다. 철쭉동산 전망대에서 1km 떨어진 초막골생태공원에서는 생태정원과 연못, 봄꽃들이 방문객을 기다린다. 21일까지는 철쭉동산 앞 8차선 도로가 ‘차 없는 거리’로 운영된다. 행사장에는 시민 공모를 통해 선정한 28개 이색 체험부스가 설치됐다. 경기도무형문화유산인 ‘방짜유기’전시 및 철쭉과 철쭉동산을 모티브로 한 브로치, 머그컵, 자석홀더, 장신구 등 지역 공방들이 참여하는 군포의 멋 전시코너도 마련됐다. 철쭉 쿠키 굽기, 생화 카네이션 만들기 등 다양한 체험활동이 이날 특히 인기가 많았다. 푸드트럭과 부스에서 판매하는 먹을거리는 대부분 1만원 대 이하여서 부담도 덜한 편이다. 축제기간 지역화폐 군포애(愛)머니 사용자를 대상으로 결제금액의 3%를 캐시백 형태로 지급하기 때문에 미리 알아두면 알뜰한 축제즐기기에 보탬이 된다.


하은호 군포시장은 “전철4호선 수리산역에 내리시면 온 산을 붉게 물들인 장관에 빠지시게 된다”며 “군포는 100만 그루 철쭉을 심고 가꾼 도시다. 철쭉도시 군포의 매력을 즐기시라”고 초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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