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곡법 본회의 직행에 농식품부 “우려”…‘제2 양곡법’이 뭐길래[뒷북경제]

양곡관리법, '정부 의무' 내용 완화해 재입법
쌀값 폭등·폭락하면 정부 매입 등 대책 세워야
정부 "부작용 우려…쌀 공급 과잉 심화될 것"

소병훈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위원장이 이달 18일 서울 국회에서 열린 농해수위 전체회의에서 '양곡관리법 개정안'과 '농산물 가격 안정법 개정안'을 국회 본회의에 직회부하는 안 등을 야당 단독으로 가결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한 이후 더불어민주당이 다시 발의한 이른바 ‘제2 양곡관리법 개정안’이 논란입니다. 민주당 등 야당이 이달 18일 제2 양곡법을 국회 본회의에 직회부하자 농식품부는 “농업과 농촌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우려를 표했습니다. 대체 양곡관리법이 뭐길래 야당과 정부가 이렇게 팽팽히 맞서는 걸까요.


◇2022년 발의한 양곡관리법서 정부 의무 완화해 재입법


이번에 논란이 된 양곡관리법은 ‘제2차 양곡관리법’으로 불리고 있습니다. 이전에 ‘제1차 양곡관리법’이 있었다는 겁니다. 앞서 민주당은 2022년 9월 22대 민생입법과제로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법안소위에서 단독으로 통과시켰습니다. 이 법안을 ‘제1차 양곡법’이라고 볼 수 있겠죠. 정부의 쌀 시장격리 의무화와 논 타작물 재배지원 근거를 마련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정부가 당해연도의 초과 생산량이 생산량의 3% 이상, 단경기(7~9월) 또는 수확기(10~2월) 가격이 평년 대비 5% 하락하는 경우 쌀을 의무 매입해 시장 격리를 의무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정부와 여당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3월 수정안이 본회의를 통과했습니다. 그러나 윤 대통령이 지난해 4월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재표결은 부결됐습니다.


민주당은 이후 후속 입법을 추진했습니다. 다시 마련된 ‘제2 양곡법’은 의무 매입이 아니라 ‘목표가격제’를 골자로 합니다. 쌀 기준 가격이 폭락 또는 폭등할 때 정부가 초과 생산량을 매입하거나 정부관리 양곡을 판매하는 등 대책을 수립하고 시행해야 한다는 겁니다. 말은 바뀌었지만 사실상 같은 내용이라는 게 여당과 정부의 설명입니다.


가격 폭락·폭등의 기준은 양곡수급관리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결정합니다. 위원회는 농식품부 차관을 위원장으로 생산자단체, 유통인단체 등 이해관계자가 포함됩니다. 야당은 정부의 ‘의무 매입’에 관한 내용을 1차 개정안보다 2차 개정안에서 완화했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정부 “부작용 우려”…쟁점은 ‘쌀 공급 과잉’


예상하지 못했던 이상기후나 자연재해로 인해 쌀 생산량이 크게 줄어 쌀값이 폭등할 가능성은 언제든 있습니다. 풍년으로 쌀 생산량이 늘었는데 쌀 소비가 활발히 이뤄지지 않아 쌀이 남아돌면서 쌀값이 폭락할 수도 있죠. 양곡법은 이렇게 여러 요인으로 쌀값이 ‘폭락 또는 폭등’ 했을 때 정부가 쌀을 매입하는 등 대책을 세워 일정 가격을 유지하고 농가 소득을 보장하도록 하라는 데 있습니다.


농식품부는 이런 법안에 대해 “부작용이 우려돼 개정안에 대해 동의하기 어렵다”며 명확한 반대 의견을 표명했습니다. 남는 쌀을 정부가 강제로 매수할 경우 농업인이 쌀 생산을 유지할 강력한 동기가 부여돼 쌀 공급 과잉 구조가 심화된다는 게 이유입니다. 쌀 소비가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만큼 쌀 공급도 그에 맞춰 줄어들어야 시장에서 적정 가격이 형성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정부가 남는 쌀을 구입해 항상 일정 가격이 보장된다면 생산자가 굳이 공급량을 줄일 필요가 없다는 것이죠.


게다가 쌀은 영농편의성이 높아 기준가격이 보장된다면 생산 쏠림 현상이 발생할 가능성이 큽니다. 다른 작물보다 쌀을 생산하고자 하는 농민들이 많아진다는 말입니다. 그만큼 공급과잉이 지속되고, 정부가 남는 쌀을 계속 매입해야 한다면 정부 재정은 한없이 소요될 수밖에 없습니다.


민주당은 21대 국회 임기 내에 ‘제2 양곡법’을 처리하기 위해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이제 눈길은 대통령 거부권으로 한 번 더 쏠리고 있습니다. 윤 대통령이 또다시 거부권을 행사한다면 ‘제2 양곡법’은 21대 국회에서 처리되지 못하고 자동 폐기될 가능성이 큽니다. 그러나 22대 국회에서도 야당이 과반 의석을 차지한 만큼 다시 강행 절차에 돌입하는 시나리오도 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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