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약으로 허리디스크 치료? 이제 건보 적용도 된다[일터 일침]

■김영익 울산자생한방병원 병원장
현대인의 고질병 허리디스크…재발도 잦아
29일부터 첩약 건보적용 시범사업 2단계 돌입
한약 처방 시 건보 적용 질환 대폭 확대될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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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가까이 평범한 사무직으로 살아온 김 부장(54)의 목표는 '액티브 시니어'다. 김 부장은 온종일 자리에 앉아 근무한 탓에 젊었을 때부터 고질적인 허리디스크를 앓았다. 디스크가 심해져 일상의 유일한 낙이던 운동도 하지 못한 채 한참을 고생한 그는 허리디스크 치료를 마치기가 무섭게 골프, 테니스 등 각종 운동에 다시 열을 올렸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 허리디스크가 심해졌을 당시의 통증과 하지저림 증상이 나타나며 악몽이 시작됐다. 충분한 재활 기간을 갖지 않은 데다 일상 속 좋지 못한 자세가 허리 건강을 악화시킨 모양이었다. 건강한 노후를 위해선 바로 치료를 시작해야 한다는 의료진의 소견을 들은 김 부장은 재발에 대한 걱정과 치료비, 시간 등에 대한 부담이 물밀듯이 밀려와 괴로워하고 있다.




생명에 지장을 주진 않지만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지긋지긋한 질환들이 있다. 환절기마다 찾아오는 비염, 주기적으로 나타나는 편두통 등이 대표적이다. 특히 연간 환자 수가 200만 명에 달해 현대인의 고질병이라고 불리는 허리디스크(요추 추간판 탈출증)는 재발 가능성이 농후한 데다 치료로 인한 시간적·금전적 손실도 매우 크다.


허리디스크는 외부 충격이나 자세, 노화 등 특정한 이유로 척추뼈 사이에 있는 디스크가 손상되는 질환이다. 돌출된 디스크와 흘러나온 수핵이 주변 신경을 압박하며 극심한 요통과 하지방사통을 동반한다. 적절한 치료 시기를 놓칠 경우 예후가 좋지 않은데, 한번 치료를 받았더라도 잘못된 자세와 생활 습관, 외부 충격 등으로 얼마든지 다시 손상될 수 있어 더욱 문제다. 뼈의 퇴행 속도가 빨라지는 고령층일수록 그 위험은 더욱 커진다. 국내 한 대학의 연구에 따르면 허리디스크 수술을 받은 1만8500여 명을 5년간 추적 관찰한 결과 13.4%의 환자가 재수술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허리디스크 환자 10명 중 1명은 수술 후에도 재발의 악몽을 다시 경험하고 있는 것이다.


허리디스크 재발에 대한 환자들의 부담감은 최근 자생한방병원이 시행한 조사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자생한방병원이 실시한 ‘허리디스크 환자들의 요구도 조사’에 따르면 ‘빠른 치료’보다 ‘재발 없는 안정적인 치료'를 원한다는 답변이 78.2%에 달했다. 이는 허리디스크를 치료함에 있어 증상 완화나 척추 기능의 회복 뿐 아니라 재발 위험을 최소화하는 데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는 것을 시사한다.


한의학은 허리디스크로 인한 통증의 신속한 감소와 척추, 근육, 인대 등의 강화를 통해 재발률을 낮추는 근본적인 치료에 중점을 둔다. 주로 추나요법과 침·약침치료가 활용된다. 추나요법은 한의사가 직접 환자의 척추·관절을 밀고 당겨 틀어진 균형을 바르게 교정하는 한의 수기요법이다 척추와 주변 조직을 이완하고 가동 범위를 향상시키는 등 기능적인 회복을 돕는다. 침치료는 혈액순환을 촉진해 통증과 척추 근육의 경직 완화에 효과적이다. 여기에 병행되는 약침치료는 한약재 성분을 경혈에 주입함으로써 염증을 빠르게 가라앉히고 손상된 신경 및 연부 조직을 재생하는 데 도움을 준다.


장기적인 치료 효과를 높이고 재발의 위험을 줄이기 위한 한약 처방도 병행된다. 한약은 디스크의 흡수를 돕고 약해진 근육, 인대 등 척추 주변 조직의 강화를 도와 재발률을 낮추는 데 효과적이다. 실제 두충, 방풍, 우슬 등의 한약재를 주원료로 하는 한약은 허리디스크로 인해 발생한 염증과 부종을 가라앉히는 효과를 보인다. 허리디스크의 치료와 재발 방지를 위해 다각도의 한의치료법들을 활용하는 한의통합치료의 효과는 연구논문을 통해서도 입증됐다. SCI(E)급 국제학술지 '통합의학연구(Integrative Medicine Research)’에 게재된 자생한방병원의 논문에 따르면 추나요법과 침·약침, 한약 처방 등 한의통합치료를 받은 환자들을 10년간 추적 관찰한 결과 하지방사통이 치료 직후 약 7배 개선됐고, 허리의 기능은 약 3.6배 회복된 것으로 나타났다. 그 효과는 10년간 안정적으로 이어졌으며. 삶의 질 역시 2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확인됐다.


보건복지부는 오는 29일부터 ‘첩약 건강보험 적용 2단계 시범사업’을 시작한다. 기존에는 안면신경마비, 뇌혈관질환 후유증, 월경통에 대해 한의원에서만 건강보험 혜택이 적용됐다. 이번 2차 사업부터는 대상 질환에 허리디스크, 알레르기비염, 기능성 소화불량이 추가되고 참여 기관도 한방병원, 한의과 운영 종합병원 등으로 확대된다. 허리디스크를 포함한 근골격계 질환에 대한 한약 처방은 전체의 70~80% 이상(한의원 70%, 한방병원 88%)을 차지한다. 허리디스크 치료 용도로 처방되는 한약에 대한 건보 적용을 계기로 환자들의 부담이 낮아지고 한의치료에 대한 접근성이 크게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김영익 울산자생한방병원 병원장. 사진 제공=자생한방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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