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전기차 제조업체인 테슬라가 전기차 시장 침체, 중국의 저가 공세 등 악재로 인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우선 전세계의 테슬라 인력 10%를 감원하는 등 비용 절감에 나서는 모습이다. 1분기 실적 결과에 대한 우려와 함께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가 올해 8월 8일로 예고한 로보택시 발표일이 테슬라의 향방을 결정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블룸버그 통신 등에 따르면 최근 머스크는 직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우리는 조직을 면밀히 검토하고 전 세계적으로 10% 이상의 인력을 감축하는 어려운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머스크는 "우리는 지난 몇 년간 전 세계에 여러 공장을 확장하고 급속히 성장해 오면서 특정 영역들에서 역할과 직무가 중복됐다"며 "다음 단계의 성장을 준비하면서 비용 절감과 생산성 향상을 위해 회사의 모든 측면을 살펴보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기준 전세계 테슬라 인력은 1만 4000여 명으로, 1400명의 직원이 줄어들 예정이다.
이번 감원 대상에는 임원급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드루 배글리노 수석 부사장과 공공정책·사업개발 부문 부사장 로한 파텔 등이 테슬라를 떠난다. 배글리노는 이날 자신의 SNS에 "18년간 일한 테슬라에서 떠나기로 하는 어려운 결정을 내렸다"며 "그동안 엄청나게 재능 있는 사람들과 함께 일할 수 있어서 감사했다"고 밝혔다.
실제 테슬라의 1인당 차량 출하대수는 경쟁사 대비 상당히 낮은 편이다. 투자 전문 매체인 배런스에 따르면 테슬라의 직원 1명당 전기차 출하대수는 13대로, GM(38대), 포드자동차(25대)에 비해 상당히 적다. 독일 BMW도 테슬라 보다 소폭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약 15만 5000명의 직원이 260만 대 가까이를 출하해 1인당 출하 대수는 약 16대였다.
잇단 악재 속에 테슬라의 주가는 올해 초 기준 40%가량 하락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업계에서는 23일 테슬라 1분기 실적 발표 후에는 주가가 더욱 하락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앞서 공개된 1분기 차량 인도량(38만 6810대)이 전년 동기 대비 8.5% 감소하며 4년 만에 역성장을 기록한 만큼 실적 부진이 예상된다는 것이다. 지난 4분기에 이미 47% 하락한 영업이익에 대한 우려도 크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일론 머스크가 8월 8일이라는 날짜를 특정하고 ‘로보택시’ 공개를 예정한 만큼 이날이 테슬라의 분기점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머스크는 앞서 “테슬라가 자율주행에 ‘올인’하는 것은 눈부시게 명백한 방향성”이라고 밝히면서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머스크가 분명하고 구체적인 어조로 설명하고 있는 것과는 반대로 당일 날짜가 연기되거나 기대한 만큼의 성과가 드러나지 않을 경우 투자자들의 기대가 크게 꺾일 수 있다.
다만 테슬라가 로보택시에 집중하기 위해 저가 차량인 모델2를 취소·연기하는 것에 대한 우려도 있다. 테슬라 낙관론자로 유명한 분석가 엠마누엘 로스너는 “모델2 개발 지연으로 당분간 테슬라 라인업에 신차가 없을 가능성이 커졌다"며 "이는 향후 테슬라 판매량과 이익 마진에 지속적인 하방 압력을 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그러면서 "테슬라가 2025년과 2026년의 차량 판매 추정치를 하향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