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갈등 2차 분수령… 醫 “증원조정·특위참여 거부” 政 “특위 위원장 내정”

의협 "현 상황, 정부의 '의료농단'"
대전협 "정부 명령 행정소송 준비"
정부는 의료개혁특위 개문발차 준비
위원장에 MB정부 식약청장 노연홍

‘의대 정원 2000명 증원’으로 촉발된 정부와 의료계 간 갈등이 내년에 한해 증원분을 대학 자율로 50~100% 조정할 수 있게 한 정부 방침과 다음주 대통령 직속 의료개혁특별위원회 출범을 앞두고 또 다른 분수령을 맞이하고 있다. 의료계는 정부의 의대증원 조정안을 거부했을 뿐 아니라 의료개혁특위에도 불참하기로 하며 ‘원점 재논의’ 없이는 대화 의사가 없음을 또 다시 확인했다. 정부는 의료개혁특위의 출범을 앞두고 위원장 내정자까지 인선을 마무리하면서 의료계 참여 없는 ‘개문발차’를 기정사실화하는 모습이다. 양측이 서로 제 갈 길을 가는 모양새로 좀체 접점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



20일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에서 열린 의협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김택우 위원장 등 참석자들이 회의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21일 의료계 설명을 종합하면, 대한의사협회는 전날 열린 비상대책위원회 회의 결과 정부의 의대증원 자율조정안을 “받아들일 수 없음을 명확히 한다”고 밝혔다. 비대위는 현 상황이 정부의 ‘의료농단, 입시 농단’이라며 “지금 같이 협의되지 않은 밀어붙이기식으로는 의료개혁이 이뤄지지 못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의협 등 의료계는 정부의 이 같은 결정을 두고 ‘2000명’이라는 수치가 얼마나 주먹구구식으로 결정됐는지 반증한다고 비판해 왔다. 비대위는 정부의 결정이 “근본적 해결 방법이 아니다”고 말했다. 의료개혁특위에 대해서도 “구성과 역할에 대한 정의가 제대로 돼 있지 못하다고 알고 있다. 의견이 제대로 반영되지 못하는 위원회가 된다면 참여하는 게 의미가 없다고 본다”고 밝혔다.


전공의들은 정부의 각종 행정명령에 법적대응을 예고했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대위원장은 소셜미디어에서 “대전협 비대위는 업무개시명령과 진료유지명령에 대응하기 위해 행정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의대 교수들은 사직 효력이 발생하는 25일 이후 이탈을 공언하고 있다. 김성근 의협 비대위 언론홍보위원장은 “수리 여부와는 상관없이 그날 사직하겠다는 강경한 교수들도 많다”며 “교수들이 거의 탈진 상태로 5월까지는 버티지 못하겠다고 하신다”고 말했다.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는 21일 대정부 호소문에서 “2025학년도 의대 입학 정원을 동결하고 의료계와의 협의체에서 향후 의료 인력 수급을 결정하자”고 제안했다. 정부의 자율 조정안에 대해서는 “갈등이 첨예한 상황에서 국가 의료인력 배출 규모를 대학교 총장의 자율적 결정에 의존하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고 반대했다.



대통령 직속 의료개혁특별위원회 위원장에 내정된 노연홍 한국제약바이오협회장. 권욱 기자

정부는 정부대로 다음주 의료개혁특위를 출범시키기 위해 차곡차곡 움직이고 있다. 21일 보건복지부와 의료계 등에 따르면 정부는 지역·필수의료개혁을 구체화하는 역할을 할 의료개혁특위 위원장에 노연홍 한국제약바이오협회장을 내정자로 낙점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의료 현안에 대한 전문성이 높고 디테일까지 꼼꼼하게 따지며 일을 추진한다는 평가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행보는 정부가 의협·대전협 등 의사단체들이 불참하든 특위 활동을 시작하겠다는 뜻을 더욱 짙게 드러낸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비록 내년 한 번에 한하지만 의대증원 규모를 최대 절반까지 줄일 수 있다는 타협안을 의료계가 거부한 만큼, 일단 출범해 놓고 참여를 압박 혹은 설득하자는 계산으로 보인다.


행정고시 27회 출신 노 협회장은 복지부 보건의료정책본부장을 역임한 보건의료통 인사로 꼽힌다.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10년 식품의약품안전청장, 2011~2013년 대통령실 고용복지수석비서관을 지냈다. 특위는 지역의료 강화, 의료사고 안전망 구축, 수가 등 보상체계 공정성 제고와 같은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의 구체화를 맡는다. 의대 증원 방식이나 규모에 관한 논의가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 민간위원장과 6개 부처 정부위원, 20명의 민간위원으로 구성되며 민간위원으로는 의사단체를 포함한 공급자단체 추천 10명, 수요자단체 추천 5명, 분야별 전문가 5명이 참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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