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전 세계 주요 선진국 10곳 중 인플레이션을 2번째로 빨리 탈출할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저물가가 굳어진 일본을 제외하면 사실상 한국이 주요국 중 가장 빠르게 인플레에서 벗어나고 있는 상황으로 보인다. 영어권 국가 대비 적은 재정 투입, 또 소비를 자극 시킨 이민자 유입이 적었던 점이 이유로 풀이됐다.
영국 경제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지난달 27일 ‘어느 국가가 마지막으로 인플레이션에서 벗어날 것인가’를 통해 “고소득 국가 10곳 중 한국이 2번째로 인플레이션 고착화(inflation entrenchment) 수준이 낮다”고 평가했다.
이코노미스트는 근원(core)인플레이션, 단위노동비용, 인플레이션 확산수준, 기대 물가상승률, 구글 검색 행태 등 5개 지표를 통해 ‘인플레이션 고착화’ 점수를 산출해 분석했다. 인플레이션 고착화 점수가 낮을수록 고물가 상황을 빨리 탈출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이코노미스트는 지난해 11월에 이어 이번 조사에서 각국의 물가 상황이 조금 개선됐다고 분석했다. 특히 한국은 근원물가 상승률 2.5%, 기대인플레이션율 2.2%로 10개 조사국 중 9위에 이름을 올렸다. 근원물가 상승률은 변동성이 큰 식품과 에너지 등을 제외한 물가 상승률을 뜻한다. 기대인플레이션율은 소비자가 1년 후 예상하는 물가 수준을 보여주는 지표다.
한국보다 낮은 고착도를 보인 곳은 일본이었다. 일본은 근원물가상승률은 2.6%로 우리보다 높았다. 반면 기대인플레율이 1.6%로 우리보다 낮았다. 다만 일본의 고질적 저물가 상황을 고려하면 주요국 중 한국의 상황이 가장 양호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번 조사에서 대체로 영어권 국가가 부진한 모습이었다. 호주가 1위(근원 3.8%, 기대 4.4%), 영국이 2위(근원 4.8%, 기대 2.4%)였다. 미국은 5위(근원 3.9%, 기대 5.3%)였다.
이코노미스트는 아시아와 EU 국가와 달리 영어권 국가의 인플레 고착화가 심한 것은 △정부의 재정 부양 규모△이민자 유입 두 가지가 이유라고 분석했다.
우선 코로나19 당시 영어권 국가들은 다른 국가들 대비 40%나 큰 규모의 재정 부양을 단행했다고 설명했다. 이로 인해 수요가 자극됐고 근원 물가상승률에 영향을 미쳤다. 영국의 근원 물가상승률은 아직 5% 수준으로 우리의 2배 수준이다.
신규 이민자 상당수가 영어권 국가에 정착했고 이로 인해 수요가 자극돼 고물가로 연결됐다고도 분석했다. 실제로 지난해 영어권 국가 아파트 임대료는 평균 8% 상승하며 다른 국가상승률(5%)을 상회 했다고 이코노미스트는 적었다.
향후 영어권과 비영어권의 인플레에 대한 서로 다른 상황이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실제로 이코노미스트는 미국인들의 기대인플레는 5.3%로 조사 대상 10개국 중 가장 높다고 분석했다. 또 구글에서 미국인들은 인플레 키워드를 자주 검색하고 있었는데 이는 생활비 상승에 대해 우려가 여전히 큰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이밖에 영국 전역에서 지속적인 높은 인플레이션 또는 심지어 제2의 가격 상승 물결의 위협은 사라지지 않고 있다고 적었다.
이코노미스트는 “영어권 국가 내에서 앞으로도 높은 물가상승률이 이어질 것이고 또 다른 물가상승 흐름이 가속화될 수 있다는 우려는 여전할 것”이라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