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경기 침체와 프로젝트파이낸싱(PF) 시장 경색에 지난해 완전자본잠식 사유로 ‘의견 거절’을 받은 건설 및 부동산 관련 비상장기업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원자재 값 상승과 고금리 여파 등에 따른 것으로, 올해에도 이 같은 추세가 이어지면서 중소 건설사들이 경기 침체의 직격탄을 맞을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21일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건설 및 부동산(종합 건설업 및 전문직별 공사업·부동산업) 관련 비상장 외부감사 기업 중 완전자본잠식 사유로 의견 거절을 받은 기업이 2023회계연도 기준으로 33개에 달했다. 이는 2022년(19개) 대비 73.7% 증가한 수치다.
완전자본잠식은 누적 적자가 자본금 범위를 넘어서 도산 위험에 놓일 가능성이 큰 상태를 의미한다. 현재 워크아웃(기업 개선 작업) 절차를 밟고 있는 태영건설의 경우 지난해 기준으로 완전자본잠식 상태에 빠지면서 외부 감사 보고서에서 의견 거절을 받은 바 있다. 또 계속기업 불확실성 평가를 받은 기업도 105개로 전년(65개)보다 61.5%나 늘었다.
전문가들은 부동산 경기 침체와 PF 위기가 지속될 경우 자본잠식 상태에 빠지는 건설·부동산 기업이 증가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고금리 상황이 이어지면서 부동산 시장이 얼어붙은 가운데 자금 조달과 건설 원가 상승으로 사업이 중단되는 등 불확실성이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두성규 목민경제정책연구소 대표는 “건설 업계가 건설 원가 상승과 높은 금리 등으로 최악의 상황을 통과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건설 경기가 반전하지 않는다면 건설 업계의 경영 상태는 수렁으로 빠져들 것”이라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