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바로 '마약 지게꾼'하다 관리자 승진한 30대…‘복대 은닉법’ 매뉴얼까지 만들었다

징역 12년 선고…법원 "죄질 극히 불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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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을 밀수하는 이른바 '지게꾼' 역할로 고액 아르바이트를 하다 관리자까지 오른 30대가 중형을 선고받았다.


2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6부(이현경 부장판사)는 특정범죄 가중처벌법 위반(향정) 등 혐의로 기소된 문모(37) 씨에게 징역 12년을 선고했다. 또 4억5400만원 추징도 명령했다.


문 씨는 지난해 8∼10월 5차례에 걸쳐 필로폰 3㎏(소매가 9억원)과 케타민 2㎏(소매가 5억원)을 동남아 국가로부터 밀수한 혐의로 기소됐다. 문 씨는 범죄 전력이 없는 회사원이었지만 고액 알바를 찾다가 텔레그램을 통해 마약판매상 일당과 알게 됐다. 그는 마약류를 몸에 숨겨 수입하는 일명 '지게꾼' 역할을 하면 800만원 상당의 비트코인을 받기로 합의했다.


문 씨는 캄보디아 한 호텔에서 현지인으로부터 받은 필로폰 1㎏을 복대에 넣어 몸에 찼다. 그는 지시에 따라 복대를 숨기기 위해 구입한 헐렁한 반소매 티를 입었고 아무런 제지 없이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한 것으로 조사됐다.


문 씨가 세 차례에 걸쳐 밀수해 국내에 유통된 필로폰은 10만명이 동시에 투약할 수 있는 양(1회 투약분 0.03g 기준)으로 나타났다.


마약 밀수 전 과정을 알게 된 문씨는 '승진'까지 했다. 전 관리자가 지난해 9월께 수사기관에 체포돼 구속되자 판매상들이 지게꾼 관리자 역할을 권유해 이를 받아들인 것이다.


문 씨는 그동안 직접 경험한 노하우를 바탕으로 '지게꾼 보고방법'이라는 제목의 매뉴얼을 정리하기도 했다. 현지 도착 행동 요령, 헐렁한 티셔츠를 이용한 복대 은닉 방법, 인천공항 입국심사대 통과 방법 등을 담았다.


문 씨는 실전에서 복대가 밀착되도록 지게꾼의 허리둘레를 정확히 확인하기도 했으며 공항 세관 앞에 지게꾼이 도착하자 "마지막까지 집중하시고 체력 보충하셔요"와 같은 격려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지게꾼들은 문 씨의 지휘로 케타민 2㎏을 공항을 거쳐 밀수하는 데 성공한 것으로 드러났다. 1회 투약분 0.05g 기준 약 4만명이 투약할 수 있는 양이었다.


결국 문 씨의 범행은 지게꾼을 통해 케타민 3㎏을 추가로 밀수하려다가 지난해 11월 수사기관에 체포돼 끝을 맺었다.


재판부는 "사건에 가담한 경위와 정도, 단기간에 반복적으로 범행을 저지른 점, 밀수한 마약의 양을 비춰볼 때 죄질이 극히 불량하다"며 "초범이며 수사에 협조해 공범을 비롯한 마약사범 5명을 검거하는 데 기여한 점 등을 감안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재판부는 문 씨의 지휘를 받고 마약을 밀수한 혐의 등으로 함께 기소된 지게꾼 3명에게도 징역 2년6개월∼8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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