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르면 이번 주말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 지원을 재개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3년차에 접어든 전쟁의 판도에 어떤 변화를 미칠지 주목된다. 우크라이나 입장에서는 반격의 계기가 마련된 셈이지만 이미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영토의 20%가량을 점령한 상황에서 전세를 뒤집기는 역부족이라는 분석이다.
민주당 소속의 마크 워너 상원 정보위원장은 21일(현지 시간) CBS방송 인터뷰에서 “23일이나 24일 (우크라이나 지원 예산안에 대한) 대통령 서명까지 마치면 군수품이 이번 주말까지 운송 상태에 있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공화당 소속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이 이끄는 미 하원은 우크라이나 안보 예산안을 반년 만에 통과시켰으며 미 상원은 우크라이나 지원에 대해 초당적으로 지지하고 있는 만큼 최종 법안 통과가 확실시된다.
예산안이 집행되면 미군 무기고에 보유하고 있는 무기로 우선 우크라이나를 지원한 뒤 608억 달러 가운데 230억 달러를 활용해 미군 무기고를 다시 채우게 된다. 미국이 최우선적으로 지원할 무기는 대공방어 무기, 장비와 포탄이 될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최근 우크라이나가 심각한 공급 부족을 호소하고 있는 포탄, 그중에서도 155㎜ 포탄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강제력은 없지만 사거리 300㎞인 에이태큼스(ATACMS) 지대지미사일도 예산안에 포함돼 있다. 워너 위원장은 “정부가 지난 몇 달간 에이태큼스를 제공하기 위해 준비해왔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가 미국 측 지원 무기를 확보하면 러시아의 공세를 버티는 데는 상당한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이미 러시아로 기운 전세를 돌리기에는 역부족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기껏해야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의 공격을 무디게 하면서 현재의 영토를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영국 BBC방송도 이번 미국의 무기 지원과 관련해 “모든 문제를 한 방에 해결하는 ‘특효약’은 아니다”고 지적했다.
다만 미국이 그간 우크라이나 지원을 머뭇거리면서 결집력이 떨어졌던 반(反)러시아 전선이 다시 결집하는 효과는 기대할 수 있다. WSJ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관계자를 인용해 “미국의 자금 승인이 완료되면 나토 국가들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을 서두르도록 독려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의 이번 무기 지원이 신형 에이태큼스 등 장거리 미사일로 이어질지 여부도 변수다. 미국은 지난해부터 우크라이나에 전술 미사일 시스템을 공급했지만 상대적으로 구형 중거리 미사일에 국한됐다. 우크라이나는 서방이 러시아 본토 공격용 무기를 공급하지 않자 장거리 자폭 드론을 개발, 러시아 내륙을 공격해왔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날 에이태큼스를 언급하면서 “장거리 미사일과 방공(미사일)이 필요하다. 그것이 우선 순위”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