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추문 입막음 돈’을 줬다는 의혹으로 형사재판을 받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하루 평균 2억 원 이상의 법률 비용을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법정 싸움에 지지율도 흔들리는 양상이다.
블룸버그통신이 21일(현지 시간) 미국 연방선거위원회(FEC)를 인용한 바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의 선거 캠프 등이 법률 관련 비용으로 지난 한 달간 490만 달러(약 67억 5700만 원)를 지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루 평균 16만 3000달러(약 2억 2500만 원) 가까이 쓴 셈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도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난해 1월부터 총 7600만 달러(약 1050억 원)의 법률 비용을 지출했다고 보도했다. 누적 기부액의 26%에 해당한다.
막대한 법률 비용을 쓰면서 트럼프 캠프의 현금이 고갈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3월 말 현재 트럼프 전 대통령은 9270만 달러의 현금을 보유해 조 바이든 대통령 선거 캠프 측이 보유한 1억 9300만 달러의 절반 수준에 그친다고 지적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선거 자금을 1억 달러 이상 더 모금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출이 늘면서 두 사람의 보유 현금 격차는 2배 가까이 벌어졌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법정 싸움은 선거 자금뿐 아니라 지지율 측면에서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앞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공화당 예비선거에서 압승을 거뒀으며 애리조나 등 여러 경합 주에서도 바이든 전 대통령을 근소하게 앞서거나 동률을 이루고 있다는 분석이 많았다. 하지만 법정 싸움이 시작되면서 두 사람의 격차는 좁혀지는 양상이다. 뉴욕타임스(NYT)의 7~11일 조사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45%)이 트럼프 전 대통령(46%)을 바짝 추격하고 있다. 최근 NBC가 1000명의 유권 등록자를 대상으로 12~16일 실시한 조사에서도 바이든 대통령(44%)이 트럼프 전 대통령(46%)을 2%포인트 차이로 따라붙었다. 다만 인플레이션 등 경제 문제에서는 트럼프 전 대통령을 신뢰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인플레이션과 생활비 문제를 누가 더 잘 다룰 것이냐를 묻는 질문에 트럼프 전 대통령을 선택한 응답자가 52%에 달했다. 바이든 대통령을 선택한 응답자는 30%에 그쳤다.
앞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2016년 대선 직전 전직 성인영화 배우 스토미 대니얼스와의 성관계 폭로를 막기 위해 개인 변호사 마이클 코언을 통해 ‘입막음 돈’를 지급한 후 이 비용과 관련된 회사 기록을 조작하는 등 34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뉴욕 맨해튼 법정에서 열리고 있는 이번 재판은 이 혐의와 관련해 트럼프 전 대통령이 받는 형사재판 4건 중 한 건으로 최근 배심원 선정을 마친 후 22일부터 약 6주간의 재판 일정에 본격 돌입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번 재판을 받으며 피고인 신분으로 형사 법정에 선 미국 첫 전직 대통령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