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연승 전설’ 코르다 “이 악물고 쳤다. 나를 위해, 나를 볼 아이들을 위해”

LPGA 메이저 셰브론 2타 차 정상
5연속 우승…소렌스탐 이후 19년 만
“메이저 다시 우승 어렵다 얘기에 오기”
여자골프 판 키워야 한단 사명감도 작용
이번주 6연승 신기록 도전…유해란 5위

넬리 코르다가 22일 셰브런 챔피언십 우승 뒤 18번 홀 그린 옆 호수에 뛰어들고 있다. AFP연합뉴스

넬리 코르다가 22일 셰브런 챔피언십에서 우승한 뒤 트로피를 들고 활짝 웃고 있다. AFP연합뉴스

이제 스물여섯인 넬리 코르다(미국)를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5개 대회 연속 우승의 전설로 만든 것은 무엇일까.


코르다는 22일(한국 시간) “스스로에 대한 의심이 2022년부터 스멀스멀 피어올랐고 2023년에 특히 커졌다. ‘메이저 대회를 다시 우승하기는 힘들지 않을까’ 하는 주변의 얘기도 귀에 들어왔다”고 돌아보며 “할 수 있는 일은 그저 코스 안팎에서 미친 듯 열심히 하는 것뿐이었다”고 말했다.


이런 얘기도 했다. “앞으로 여자 골프의 판이 더 커지기를 바랍니다. 다음 세대가 우리가 하는 골프를 보면서 골프라는 운동을 더 좋아하고 더 해보고 싶게 만드는 게 나와 우리 투어 선수들의 사명이라고 생각해요.” 코르다를 지금의 코르다로 만든 것은 각별한 사명감과 스스로를 증명해야 한다는 강한 욕구 두 가지였다.


여자 골프 세계 랭킹 1위 코르다는 이날 미국 텍사스주 우들랜즈의 더 클럽 칼턴 우즈(파72)에서 열린 LPGA 투어 시즌 첫 메이저 셰브런 챔피언십(총상금 790만 달러) 4라운드에서 버디 5개와 보기 2개로 3언더파 69타를 쳤다. 최종 합계 13언더파 275타를 기록한 코르다는 2위 마야 스타르크(스웨덴)를 2타 차로 따돌리고 우승했다. 우승 상금 120만 달러(약 16억 5000만 원)를 받는 코르다는 이 대회 우승자 전통인 18번 홀 그린 주위 호수에 뛰어드는 ‘입수 세리머니’로 시원한 기쁨을 누렸다.


2021년 6월 KPMG 여자 PGA 챔피언십 이후 메이저 두 번째 우승이며 LPGA 투어 통산 13승째다. 13승 중 5승을 올 시즌에 거뒀다. 1월 드라이브온 챔피언십부터 3월 퍼힐스 박세리 챔피언십과 포드 챔피언십, 이달 초 T모바일 매치플레이에 이어 출전한 5개 대회에서 모두 우승했다. 5개 대회 연속 우승은 LPGA 투어 최다 연승 타이 기록으로 1978년 낸시 로페스(미국), 2005년 안니카 소렌스탐(스웨덴)에 이어 역대 세 번째다.


이번 시즌에 치러진 9개 대회에서 절반이 넘는 5승이 코르다 한 명의 차지다. 출전한 대회로만 따지면 6전 5승. 아직 시즌 초반인 4월인데 2024년은 이미 코르다의 해다. 25일 로스앤젤레스 윌셔CC에서 시작되는 JM이글 LA 챔피언십에도 나서는 코르다는 “일단 이 상황을 즐기면서 가능하면 연승 행진을 이어가면 좋겠다. 5연승까지 한 것도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했다.


전날 악천후로 인한 잔여 7개 홀을 포함해 코르다는 이날 25개 홀을 돌았다. 잔여 홀을 마쳤을 때는 11언더파 단독 선두인 유해란을 1타 차로 쫓는 공동 2위였으나 유해란이 5번 홀까지 보기 3개로 흔들리면서 코르다에게 기회가 넘어왔다. 코르다는 3번(파3), 4번 홀(파5) 연속 버디와 8번 홀(파5) 버디, 10번 홀(파4) 칩인 버디로 기회를 한껏 살렸다. 15번 홀(파4)에서 왼쪽으로 티샷 미스가 났지만 세 번째 샷을 잘 쳐 2퍼트 보기로 막으면서 2위 그룹을 3타 차로 앞섰다.


보는 이들에게는 싱거운 승부였지만 코르다는 “내 생애 가장 길게 느껴진 후반 9홀이었다. 후반 들어서 메이저 우승을 의식하기 시작했다”고 돌아봤다. “우승이라는 게 여전히 쉽지 않고 솔직히 말해 정말 정말 어렵다. 투어 내 경쟁은 매년 격화하고 있다”는 말로 5연승이 결코 쉽지 않았음을 강조했다.


2021년 메이저 첫 우승과 도쿄 올림픽 금메달 등으로 황금기를 구가한 코르다는 2022년 3월부터 왼팔 혈전 증세로 인한 3개월 공백에 이어 지난해는 허리 부상으로 두 달을 쉬는 등 어려움을 겪었다. 그렇게 사라질지 모른다는 일부 예상과 달리 코르다는 올해 역대급 전성기를 열어젖혔다. 그는 “힘겨웠던 시간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 업앤드다운에 감사하는 마음”이라고 전했다.



유해란. AFP연합뉴스

코르다는 부드러우면서도 강력한 정석 스윙으로 원래 유명했다.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스타 플레이어인 맥스 호마(미국)와 조던 스피스(미국)가 각각 “이런 스윙이라면 매주 우승할 수 있다” “코르다처럼 스윙하면 된다”고 극찬할 정도였다. 다만 쇼트게임과 멘탈이 다소 부족하다는 평이 있었는데 부쩍 향상된 쇼트게임 능력과 자신감 장착으로 그야말로 무적이 됐다. 꼭 넣어야 하는 퍼트를 다 넣는 클러치 능력을 보면 여제 타이틀이 지나치지 않다. PGA 투어에서 최근 밥 먹듯 우승하며 황제로 떠오른 스코티 셰플러(미국)가 코르다의 롤모델이다. 코르다는 “셰플러를 나쁘게 말하는 사람을 본 적이 없다. 성품과 태도, 자신의 일에 대한 접근법 등 모든 면에서 내게 영감을 준다”고 말했다.


LPGA 투어는 코르다의 우승 랠리가 고맙다. NBC 방송은 셰브런 챔피언십 3·4라운드 중계 시간을 지난해보다 2시간 늘려 6시간씩 중계했고 ESPN+ 등도 LPGA 투어 중계에 부쩍 공을 들이기 시작했다.


코르다의 이 같은 영향력에 더 초라해 보이는 것은 올 시즌 한국 군단의 성적이다. 이날 유해란이 2타를 잃어 9언더파 5위에 만족했고 임진희와 김아림은 각각 6언더파 8위, 5언더파 공동 9위로 마감했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대표로 나간 방신실은 1오버파 공동 40위다. 전 세계 1위 고진영은 컷 탈락했다. 한국 선수들은 이번 시즌 9개 대회에서 1승도 거두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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