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판 닫힌 한국 경제…중립금리 0% 가까워”

물가하락 확인 전 금리인하 힘들어
올 잠재성장률 1.7%까지 하락 전망
노동·연금·인구 등 구조개혁 절실



국내 통화정책의 기반이 되는 실질 중립금리 추정치가 0%에 가까운 것으로 확인됐다. 한국 경제의 성장성이 바닥이라는 뜻으로 노동과 연금, 인구 같은 구조 개혁이 절실한 상황이라는 진단이 나온다.


한국은행 사정에 정통한 정부 측 고위 관계자는 22일 “한국의 실질 중립금리는 0%를 조금 넘는다”고 밝혔다. 한은은 실질 중립금리가 얼마인지 공식적으로 밝히지 않는다.


중립금리는 물가를 자극하지도 둔화시키지도 않는 정책금리를 뜻한다. 통화 당국은 물가를 안정시키기 위해 1차로 중립금리를 추정한 뒤 인플레이션을 낮출 생각이면 중립금리보다 높게 기준금리를 가져간다. 이 때문에 중립금리 판단이 중요하다.


중립금리에 물가상승률을 감안한 실질 중립금리는 R스타라고 불리는데 통화 당국의 주요 데이터 가운데 하나다. 현재 한은의 기준금리는 연 3.5%로 3월 소비자물가 상승률(3.1%)을 고려하면 실질 정책금리가 0.4% 정도 된다. 한국의 실질 중립금리가 0%를 조금 넘는 수준이므로 지금의 정책금리는 국내 경기를 옥죄고 인플레이션을 낮출 수 있는 수치라는 판단이 가능하다. 다만 지금 상황에서 금리를 더 내리면 물가를 자극하게 된다. 현재 한은이 펼칠 수 있는 통화정책 여력이 제한적이라는 뜻이다. 이 때문에 소비자물가가 확실히 3% 아래로 떨어지는 것을 확인하기 전에는 금리 인하가 어려울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은 안팎에서는 근본적으로 한국의 실질 중립금리가 0%에 가깝다는 것은 성장성 쇠퇴를 반영하는 것이라고 보고 있다. 뉴욕 연방준비은행에 따르면 미국의 지난해 4분기 실질 중립금리는 0.73%에서 1.12% 정도로 추정된다. 미국 경제가 그만큼 한국보다 좋다는 얘기다.


실제 한국의 잠재성장률 전망은 점점 떨어지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한국의 잠재성장률이 2013년 3.5% 이후 계속 하락해 올해 1.7%까지 떨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저출생·고령화 추세와 생산성 하락이 나타날 경우 2050년 잠재성장률이 0%로 추락할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문제는 노동 생산성과 기술 혁신 정도가 모두 후퇴하고 있다는 점이다.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총요소생산성의 한국 경제성장률 기여도는 2019년 3%포인트에서 지난해 0%포인트로 떨어졌다. 총요소생산성은 기술 혁신, 제도 개선, 교육 수준, 대외 여건 등 노동·자본생산성으로 설명되지 않는 경제성장 요인을 뜻한다. 예정처는 “전체적으로 5년간 기타 요소(총요소생산성)의 성장 기여도가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 국책연구기관의 관계자는 “인구 감소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노동·기술 등 경제 혁신을 위한 활력이 전반적으로 떨어지는 추세”라며 “중장기적으로 연공서열제 완화 등 노동 생산성을 높이는 정책을 추진하는 등 구조 개혁의 중요성이 높아진 상황”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