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 돈줄' 기능 잃은 코넥스…올해 신규 상장 한 건도 없어

日평균 거래대금 최근 10억대 그쳐
매매 없는 기업도…투자 가뭄 심화
실적 부진에 코스닥 이전상장도 쉽잖아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사옥. 사진 제공=한국거래소


코넥스 시장이 올 들어 거래량이 급감하고 신규 상장도 사라지면서 벤처기업 자금 조달 통로 역할을 상실하고 있다. 주식시장이 인공지능(AI) 등 대형주 위주로 재편된 데다 최근에는 거시지표 악화로 부진을 겪는 상황이라 코넥스에 대한 투자자들의 외면 현상이 장기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상장을 신청해 올 1월 시장에 들어온 수제 맥주 업체 세븐브로이맥주를 끝으로 코넥스 시장에 입성한 회사는 한 곳도 없다. 코넥스 신규 상장은 2013년 45곳을 시작으로 2014년 34곳, 2015년 49곳, 2016년 50곳 등 한동안 활황을 보이다가 곧 감소 추세로 돌아서더니 2021년에는 7곳까지 줄었다. 2022년과 지난해에도 각각 14곳만 시장에 새로 진입해 눈에 띄게 반등하지 못했다.


올해는 4개월 동안 사실상 신규 상장은 없다. 반면 상장폐지는 4건이나 발생했다. 골프존(215000)데카와 에스케이씨에스가 2월과 3월 각각 골프존과 베셀(177350)에 합병되면서 시장을 나갔고 피노텍과 젬은 3월과 이달 감사 의견 거절을 사유로 퇴출됐다. 코넥스는 당장 코스닥에 상장할 요건이 안 되는 성장 유망 기업들에 자금 조달 통로를 만들어주고자 2013년 제3시장으로 개설한 주식시장이다.


최근 코넥스에 대한 기업들의 관심이 끊긴 것은 이 시장이 기대했던 것만큼 벤처기업의 자금 유통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거래소에 따르면 2021년 74억 1500만 원에 달했던 코넥스의 하루 평균 거래 대금은 올 들어 이달 19일까지 23억 8500만 원으로 급감했다. 특히 이달 9~19일 8거래일간은 거래 대금이 연속 10억 원대에 머물며 투자 가뭄 현상이 더 심화되는 양상이다. 거래 자체가 전혀 없는 기업들도 속출하고 있다. 정부가 2020년 도입한 코넥스 상장 비용 지원을 올해부터 전액 삭감한 영향도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코스닥 이전 상장도 여의치 않은 분위기다. 2018~2021년 매년 두 자릿수를 기록했던 이전 상장 건수는 2022년 6건, 지난해 7건으로 감소했다. 당뇨병·콩팥병 치료제 개발사인 노브메타파마의 경우 2018년부터 올해까지 코스닥 입성을 여러 차례 시도했다가 번번이 좌초됐다. 최근에는 전략을 바꿔 기업인수목적회사(SPAC·스팩) 합병을 통한 코스닥 진출을 꾀하고 있으나 거래소 심사 문턱을 넘을지는 불투명한 상태다. 메타버스 기업인 틸론은 지난해 이전 상장을 추진했다가 금융감독원의 증권신고서 정정 요구를 세 번이나 받고 포기했다. 상장 추진 과정에서 고평가 논란, 투자자 소송, 대표 배임 혐의만 잇따라 불거졌다. 거래소에 따르면 코넥스의 12월 결산 상장사 114곳은 지난해 2317억 원의 영업적자, 2523억 원의 순적자를 기록했다. 2022년 648억 원 영업적자, 1190억 원 순적자에서 재무 상황이 더 안 좋아졌다.


거래소는 “코넥스 시장이 본연의 기능을 강화할 수 있도록 최대주주 지분 분산 유도 등 제도 개선을 추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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