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제재가 되레 기술력 키워…통신장비 이어 'OS 굴기' 속도전

[딥임팩트 차이나 쇼크가 온다]
■화웨이 中점유율 애플 추월
궁여지책으로 개발한 하모니 OS
14억 '애국소비' 등에업고 확장
전기차·스마트홈 등 생태계 연결
서방 OS 겨누는 '창'으로 떠올라
"독자 기술 지속 여부는 미지수"



화웨이가 독자적인 스마트폰 운영체제(OS) ‘하모니(鴻蒙·훙멍)’ 개발을 기반으로 모바일 생태계 확장에 나서면서 미국의 고강도 제재가 역설적이게도 중국의 기술 자립을 촉진시켰다는 평가가 나온다. 첨단기술 공급망에서 배제되면 중국 업체들이 자연스럽게 도태될 것으로 여겨졌지만 현실은 정반대로 전개되고 있다. 독자적인 스마트폰 OS 개발과 상용화는 중국의 발전을 억누르는 기술을 의미하는 ‘차보즈 기술’의 확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는 분석이다. 화웨이는 독자 스마트폰 OS의 성공을 넘어 이를 기반으로 전기자동차·스마트홈 등을 연결하는 ‘하모니 생태계’를 완성하겠다는 구상이다. 아울러 자국뿐 아니라 동남아시아와 아프리카·중남미 등 중국의 영향력이 미치는 지역을 중심으로 애플에 버금가는 앱 생태계 구축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22일 중국 매체 등에 따르면 화웨이는 올해 자체 개발한 하모니 OS를 자국 외 글로벌 시장에서 대폭 확대하는 것을 핵심 목표로 삼았다. 글로벌 스마트폰 점유율 1위인 삼성전자도 이루지 못한 길을 가겠다는 것이다.


미국 대중 제재의 타깃이 되면서 휘청거렸던 화웨이가 대대적인 반격에 나설 수 있었던 배경에는 14억 명의 ‘애국소비’ 지원군을 갖춘 강력한 내수 시장이 자리한다. 실제로 화웨이가 18일 중국에서 새롭게 출시한 플래그십 스마트폰 ‘퓨라(Pura) 70’ 시리즈는 공개 1분 만에 공식 온라인 쇼핑몰에서 모든 모델·색상이 품절됐다. 베이징·상하이 등의 화웨이 매장에서는 퓨라 70을 사려는 고객들이 장사진을 이뤘다.


반면 지난해까지 중국 시장에서 최고의 인기를 누리던 애플은 지난해 중국 정부가 직장 내 외국 기기 사용을 금지하는 등 적대적인 태도로 돌변하면서 판매량이 급감했다. 시장조사 업체 IDC에 따르면 올해 1·2월 애플의 중국 시장 점유율은 2023년 대비 11.2%나 하락했다.


한때 궁여지책으로 개발했던 하모니 OS는 안드로이드와 iOS로 양분된 스마트폰 OS 생태계를 무너뜨릴 가장 날카로운 창으로 발전했다. 화웨이는 2019년부터 미국 정부의 제재로 미국 기술이 포함된 반도체와 안드로이드 OS 등을 사용할 수 없게 됐다. 한때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 세계 2위까지 치고 올라갔던 화웨이는 시장 퇴출을 피하기 위해 2021년 하모니를 출시하며 반격에 나섰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하모니의 점유율은 2021년 1분기 1%에서 지난해 4분기 4%까지 성장했다. 안드로이드·iOS에 비하면 차이가 크지만 두 OS가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상황에서 입지를 확보한 것 자체가 기적에 가깝다는 평가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화웨이는 하모니를 자사 스마트폰 탑재뿐 아니라 전기차와 스마트홈 등 다방면의 기기에 연결해 안드로이드·iOS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독자적 OS로 키울 계획이다. 화웨이가 싸이리쓰와 하모니 OS를 기반으로 개발한 전기차 ‘아이토’는 1월 중국 전기차 시장에서 3만 2973대를 인도해 1위를 차지했다. 이에 더해 화웨이는 스마트홈을 위한 각종 사물인터넷(IoT) 기기도 하모니를 기반으로 만들어 확장하고 있다. 하모니 OS가 탑재된 기기는 지난해에 이미 7억 대를 넘어섰다.


화웨이는 글로벌 경쟁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기 위해 우군 확보에도 열을 올리고 있다. 올해부터 안드로이드 기반 앱을 하모니 OS에서 사용할 수 없도록 할 방침이다. 애플처럼 독자 OS를 기반으로 폐쇄적인 앱 생태계를 구축하겠다는 전략인 셈이다. 쉬즈쥔 화웨이 순환회장은 최근 애널리스트 콘퍼런스에서 “올해 스마트폰에서 99% 이상 사용되는 앱 5000개를 하모니 기본 운영체제로 완전히 이전하겠다”며 “중국 시장을 기반으로 하모니 운영 앱 생태계를 구축하고 세계적으로 홍보해나가겠다”고 말했다.


주력인 통신장비 시장에서는 이미 확실하게 반격에 성공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국의 제재로 점유율이 큰 폭으로 하락했지만 가격경쟁력과 강력한 내수 시장을 바탕으로 충격을 최소화하며 글로벌 1위를 굳건히 지켰다. 지난해에는 매출과 영업이익에서 시장의 예상을 뛰어넘는 성과를 올리면서 반등의 계기를 확실히 마련했다는 분석이다. 화웨이는 지난해 매출 7042억 위안(약 131조 원), 순이익 870억 위안(약 16조 원)을 각각 기록하면서 부활을 알렸다. 전년 대비 순이익 증가율이 145%에 달했다. 통신장비의 글로벌 시장 점유율은 최전성기였던 2020년의 38.1%에 비해 낮아졌지만 여전히 30% 이상을 유지하며 선두를 질주하고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중국 내수 시장을 중심으로 한 화웨이의 성장이 글로벌 시장 경쟁력까지 이어질 수 있을지는 장담할 수 없다는 반응도 나온다. 서방을 중심으로 한 첨단 공급망에서 배제된 상태에서 장기전으로 갈수록 중국의 자립 성장에 한계가 올 것이라는 예측이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미국의 근본적인 목표는 시장점유율이나 실적이 아니라 중국 기업들이 선도적인 핵심 기술을 갖지 못하게 하는 것”이라며 “기술 혁신이 미국 등 서방 생태계를 중심으로 이뤄지는 상황에서 중국이 독자적으로 얼마나 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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