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2월 한 달 동안 오픈뱅킹을 통해 거래된 금액이 63조 원을 넘어섰다. 한 개의 애플리케이션으로 여러 은행 거래를 할 수 있는 편의성 덕분에 오픈뱅킹이 빠르게 대세로 자리 잡고 있는 모습이다. 오픈뱅킹 거래가 확대되면서 ‘록인(lock-in) 효과’를 노린 금융회사들의 서비스 차별화 경쟁도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 당국도 적용 대상을 법인 고객과 오프라인으로 확대할 방침이어서 ‘고객 친화형 오픈뱅킹’ 서비스가 대폭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22일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올 2월 한 달간 ‘오픈뱅킹 공동망’을 통한 계좌 이체 등 거래 금액은 직전 1월(60조 1313억 원) 대비 5.1% 증가한 63조 2038억 원으로 집계됐다. 하루 평균 2조 1794억 원이 오픈뱅킹을 통해 거래된 셈이다.
이용자도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2월 말 기준 오픈뱅킹 누적 가입자 수는 중복 가입을 포함해 2억 264만 명, 등록 계좌는 4억 8010만 좌에 달했다. 업계에서는 중복 가입을 제외한 오픈뱅킹 순가입자는 3564만 명, 등록 계좌는 1억 9375만 좌로 추정하고 있다. 국내 인구 약 5175만 명 중 절반을 훌쩍 뛰어넘는 68.9%가 오픈뱅킹을 이용하고 있는 상황이다. 오픈뱅킹 이용도가 낮은 고령층, 유아·청소년 등을 제외하면 사실상 국민 대부분이 이용하고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은행들은 자사 앱으로 고객들을 끌어모으기 위해 서비스 고도화, 계열사 간 서비스 연계, 가입자 우대금리 적용 등 경쟁력 강화에 나서고 있다. 한 금융사의 앱만 이용해도 모든 금융기관의 계좌를 관리할 수 있기 때문에 앱 사용 편의성이나 차별화된 서비스에 따라 고객 충성도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시중은행들은 오픈뱅킹, 데이터 산업 등을 결합한 오픈파이낸스에 대비하기 위해 전 계열사 서비스를 탑재한 슈퍼앱 개발은 물론 레저·통신 등 비금융 산업에 적극 진출하고 있다. 특히 시중은행들에 비해 주거래 고객이 적은 DGB대구·BNK경남은행 등 지방은행들은 오픈뱅킹 서비스 가입 고객에게 우대금리도 적용해 유인하고 있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한 은행 앱에 로그인한 후 다른 은행 계좌 정보를 볼 수 있게 된 것 자체로 경쟁이 심화된 측면이 있다”며 “고객들을 끌어들일 수 있는 경쟁력 있는 앱 개발이 중요한 포인트가 됐다”고 전했다.
업계에서는 현재 계좌 조회나 이체 같은 기본 기능만 허용하는 오픈뱅킹이 다양한 형태의 서비스로 발전할 것으로 보고 있다.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은 올 2월 금융위원회에 제출한 보고서에서 “오픈뱅킹이 1.0에서 2.0 시대로 진화할 경우 개인사업자(SOHO·소호), 법인 대상 오픈뱅킹 제공이 가능해진다”며 “대환대출 플랫폼과 같은 형태의 자산관리(WM), 보험 등 영역의 플랫폼 개발이 가능하다”고 설명한 바 있다. 이에 금융 당국도 올 하반기까지 오픈뱅킹 적용 대상을 법인 고객과 오프라인까지 확대하며 서비스 확장에 힘을 싣고 있다. 디지털 친숙도가 낮아 서비스를 이용하지 못했던 고령층이나 기업까지 오픈뱅킹 고객으로 끌어올 수 있게 된다. 오픈뱅킹 공동망을 지원하는 금융결제원은 “현재 은행권과 오프라인 오픈뱅킹 등과 관련한 실무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며 “하반기부터 프로그램 개발 등 오픈뱅킹 기능 확대를 위한 시스템 구축이 시작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