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정원 증원에 반발한 의대 교수들이 25일 ‘대규모 사직’을 예고한 가운데 의료 현장에 남더라도 진료 일정을 줄이는 수련 병원들이 점차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전공의들의 집단 사직 여파로 시작된 의료 공백이 더욱 커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22일 의료계에 따르면 서울대의대교수 비상대책위원회는 23일 총회에서 매주 하루씩 외래 진료와 수술을 모두 멈추는 방안을 논의하기로 했다. 두 달이 넘는 의료 공백 사태로 교수들의 심신 피로가 한계에 달했다는 판단에 주 1회 ‘셧다운’을 하려는 것으로 총회에서 최종 결정되면 30일부터 시행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전국의과대학교수 비대위가 지난주 총회에서 진료 재조정을 결정함에 따라 병원별로 일정을 논의한 데 따른 것이다. 충남의대 비상대책위원회도 이날 소속 교수 336명이 논의한 결과 산하 수련 병원인 충남대병원과 세종충남대병원이 26일부터 매주 금요일 외래 진료를 휴진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정부는 사직서를 낸 의대 교수들이 민법상 사직 효력이 발생하는 25일부터 일괄 사직할 것이라는 우려에 대해 “일률적으로 효력이 발생한다 볼 수 없다”는 입장이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은 “사직서 제출 여부, 제출 날짜, 계약 형태는 상이하다”며 이같이 밝혔다. 박 차관은 “교육 당국에 따르면 현재까지 대학본부에 접수돼 사직서가 수리될 예정인 사례는 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며 “대학본부에 접수된 사례가 일부 있기는 하지만 형식적 요건이나 절차를 다 갖춰서 실질적으로 사직서가 수리될 것은 없는 것으로 전해 들었다”고 말했다.
조규홍 복지부 장관은 의료계의 ‘원점 재논의, 1년 유예’ 입장에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다”며 “과학적 근거와 합리적 논리에 기반한 통일된 대안을 제시해달라”고 재차 촉구했다.
환자 단체들은 의대 교수들을 향해 현장에 남아달라고 호소했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는 입장문을 내 “생명과 직결된 필수 중증 의료가 안정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25일 이후에도 부디 의료 현장에 남아달라”고 당부했다. 보건의료노조·한국중증질환연합회도 기자회견에서 “환자들은 생명을, 노동자들은 생계를 위협받고 있다”며 “의사들은 진료 거부 사태를 조속히 해결하고 정부는 진료를 정상화하기 위해 결단하고 행동에 나서라”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