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경찰이 팔레스타인 지지 시위 부근에서 유대인 전통 복식인 키파를 쓴 유대인 활동가를 안전을 이유로 제지하는 영상이 온라인 상에서 확산되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경찰이 진화에 나섰지만 그 과정에서 “키파 착용이 도발적으로 보였을 수 있어 대응했다”고 해명했고 이는 더욱 논란을 확산시켰다. 리시 수낵 총리까지 해당 사안을 언급하며 “경악할 일”이라고 밝혔다.
22일(현지시간) BBC 방송과 일간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영국 단체 '반유대주의에 대항하는 운동'의 기디언 폴터(40) 대표는 13일 키파를 쓴 채로 런던 중심가를 지나가려다가 경찰에 제지당했다.
당시 현장 부근에선 친팔레스타인 시위가 열리고 있었다.
한 경찰관은 폴터 대표에게 "누가 봐도 너무 유대인 같다"며 "이건 친팔레스타인 행진이다. 당신의 모습에 대한 반응이 걱정된다"고 말했다.
항의하는 폴터 대표에게 다른 경찰관은 "평화를 깨뜨릴 위험이 있으므로 물러나지 않으면 체포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해당 장면을 담은 영상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게시되고 언론에 보도되자 경찰을 비판하는 주장이 잇달았다.
보수당 강경파인 수엘라 브레이버먼 전 내무장관은 경찰이 친팔레스타인 시위대가 '증오와 위협'을 자유롭게 표현하도록 허용하느라 유대인이 평화로운 런던을 누릴 권리를 제한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경찰이 한쪽 편을 드는 모습을 보여 신뢰를 잃고 있다"며 마크 롤리 런던경찰청장의 사임을 요구했다.
결국 경찰은 18일 성명을 내 경찰관의 언행에 사과하면서도 키파 착용이 도발적으로 보였을 수 있어 대응해야 했다는 해명을 해 오히려 논란을 키웠다.
이 성명은 런던경찰청 SNS 계정에서 삭제됐다. 비판이 수그러지지 않자 경찰은 19일 추가 사과까지 담아 두 번째 성명을 냈다.
리시 수낵 총리는 경찰이 폴터 대표에게 한 언행은 경악할 일이라면서 런던 경찰청장이 제기된 의문에 답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BBC와 텔레그래프는 총리실 소식통을 인용해 21일 전했다.
런던경찰청 3인자 맷 트위스트 국장은 폴터 대표에게 서한을 보내 직접 만나 사과하겠다면서 유대계 런던 시민이 안전함을 느낄 수 있도록 경찰이 무엇을 할 수 있을지 논의하자고 요청했다.
롤리 청장은 22일 유대인 공동체 고위 관계자들을 만나기로 했고 제임스 클레벌리 내무장관과 사디크 칸 런던시장과도 만나 이번 일을 논의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