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사진 깔고 앉으면 정치 범죄' 美 "北 인권 개선 기미 없어"


"김일성 혹은 김정일의 사진이 있는 신문을 깔고 앉거나, 김일성의 학력이 짧다고 언급하거나, 김씨 일가의 사진을 훼손하는 경우 등이 정치 범죄에 해당한다"


미국 국무부는 22일(현지시간) 북한에 자의적인 체포와 구금, 고문, 즉결 처형 등 비인도적 행위가 만연하고 있으나 개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국무부는 이날 발간한 '2023 국가별 인권 보고서'를 통해 "북한에서 해당 기간 유의미한 인권 상황 개선은 전혀 발견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미 국무부는 매년 각 국가의 인권 상황에 대한 인권보고서를 발표하고 있으며, 조 바이든 행정부 들어서 이번이 네 번째 발표다. 이번 보고서는 전체적으로 지난 세 차례의 내용과 유사하지만 코로나 19 이후 북한의 국경 봉쇄가 완화되며 탈북자들의 강제 북송이 시작되는 상황 등이 담겼다.


보고서는 "심각한 인권 문제에는 임의적이고 불법이며 초법적인 살인, 강제 실종, 고문, 강압적 의료 행위, 자의적 체포 및 구금, 강제 수용 시설에서의 가혹 행위 등이 포함된다"며 북한에서는 표현 및 이동, 집회 결사 등 기본적 인권이 전혀 보장되고 있지 않다고 평가했다.


탈북했다가 강제 북송된 여성이나 기형아 출산 가능성이 있는 임부, 감옥 등에서 강간으로 임신한 경우 낙태가 강제되며 많은 수용소에서 수감자들이 고문과 질병, 기아에 목숨을 잃은 것으로 전해진다고 보고서는 밝혔다. 북한에서는 또 민간인들을 대상으로 공개 처형 참관이 이뤄지기도 한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그러면서 지난해 9월 국가재산으로 등록된 소를 도살해 판매한 혐의로 9명에 대해 공개 처형을 진행했고, 2만5000명이 모여 이를 지켜봤다는 보도도 전했다.


보고서는 또 북한에서는 구타와 전기고문, 물고문, 알몸 노출, 똑바로 서거나 누울 수 없는 작은 감방에서의 감금, 매달아 놓기 등 고문이 자행되며, 수용소 간수들의 물리적 폭력 및 여성 수용자에 대한 성폭행이 만연한다고 지적했다.


정치범 수용에 대해서 정확하게 알려진 바는 없지만 대체로 8만에서 12만명 가량으로 추산되며, 일부 NGO는 20만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한다고 전했다. 이어 "북한 정부는 체제에 대한 비판을 정치 범죄로 간주한다"며 김정일 사진 훼손 등도 이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한편 보고서는 한국 정부와 관련해서는 명예훼손죄를 포함한 표현의 자유 제한 등을 주요 인권 이슈로 거론했다.


보고서는 이와 관련해 5.18 민주화운동에 참여한 시민을 북한 특수군이라고 비방한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은 보수논객 지만원 씨와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명예 훼손 혐의로 징역 6개월형을 받은 정진석 의원을 사례로 제했다.


또 방통위가 김만배 허위 인터뷰를 인용한 방송사 4곳에 과징금을 내린 것과 한국기자협회가 이에 대해 비판적 언론을 탄압하려는 조직적 시도라고 비판했다는 점도 거론했다. '정부 부패'와 관련해서는 뇌물과 횡령으로 17년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던 이명박 전 대통령의 사면을 언급했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